
원문
-> http://blog.naver.com/ssambub/220153114781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LG가 2년연속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10월 16일 두산과 SK의 경기에서 SK가 승리함에 따라, LG는 17일 롯데와의 사직 원정경기에서 승리할 시에 자력으로 4위를 확정짓게 된다. 단, SK가 이전 경기에서 패배할 경우 조금은 수월하게 17일 경기를 맞이할 수도 있던 LG 입장에서는 약간의 논란속에서 경기를 마친 두산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최종전', 지난해와 다른 것
지난 시즌의 최종전, 그리고 이번 시즌의 최종전의 의미가 다른 이유가 있다. 먼저 지난 시즌은 2위를 놓고 벌이는 엘지와, 두산, 넥센의 싸움이었다면 이번에는 4위를 놓고 벌이는 가을야구 티켓싸움이다. 또 지난 시즌은 최종전이 두산과의 맞대결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맞대결은 아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 LG는 '자력'으로 4위를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에는 넥센이 한화에 패배해야한다는 경우의 수가 걸려있었지만 말이다.
설레발처럼 느껴질 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LG팬들의 머릿속에는 최종전 그 이후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어제 두산과 SK 경기를 그토록 아쉬워하는 이유는 LG의 4강 진출여부도 있지만, 꼬여버린 준플레이오프 투수로테이션 때문일 것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16일 경기에 들어가기 전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4위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우규민, 확정될 경우 장진용이 내일 선발이다"라고 언급했다. 2명의 선발투수를 모두 대기시켜놓고, 두산과 SK의 경기결과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암시였다. 하지만 결국 우규민 카드를 내일 꺼내야만 하게 됐다. 그리고, 우규민은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는 가정하에 3차전에나 나올 수 있게 됐다.
#준플레이오프 선발 '옵션'이 사라진 것은 아쉽다
일찌감치 3위를 확정지은 NC의 경우 순서는 확실치 않아도, 찰리와 이재학, 에릭, 웨버가 선발진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들은 그 4명의 투수를 상대팀에 따라서 자유롭게 로테이션 순서를 정할 수 있다. 가령, 엘지와 맞대결을 한다고 하면 최대 2번 선발등판을 할 수도 있는 1차전 혹은 2차전 선발투수에 찰리와 이재학이 들어갈 것이라는 정도까지 예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예측은 하기 힘들다.
LG는 그런 옵션이 사라졌다. 17일 우규민이 등판한다면 19일은 류제국이 등판할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져있다. NC전에 류제국이 그다지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다소 아쉬운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 1차전 류제국, 2차전 리오단, 3차전 우규민까지는 NC입장에서 맞춰서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일찌감치 결정되어진 '3위'의 프리미엄을 모처럼 누리는 NC가 됐다. LG에게 옵션이 하나 있다고 한다면 4차전(물론 갈 경우) 선발투수 정도일텐데, 상황히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최근 구위로는 신정락을 NC입장에서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자력으로 4위를 확정짓자
한가지 재미있는 통계가 하나 있다. LG가 4위에 진출한다는 가정하에 그냥 재미삼아 볼 수 있는 데이터이다.
(표가 안나오는 빙글 부글부글)
<5할승률을 못했던 역대 4위>
1991 롯데 61승 62패 3무 준플탈락
1998 오비 61승 62패 3무 준플탈락
2001 한화 61승 68패 4무 준플탈락
2009 롯데 66승 67패 0무 준플탈락
<최소승률 한국시리즈 우승>
2001 두산 65승 63패 4무 우승(정규리그 3위)
가뜩이나 논란이 있는 경기력으로 16일 경기를 내준 두산때문에 심기가 불편할 지도 모르는 LG팬들에게 자력으로 4위를 지어야 하는 당위성을 만들어줄 수 있는 데이터일까? 프로야구가 만들어지고 나서 '4위'의 가치가 본격화된 1991년 이후(8개구단) 5할 승률을 거두지 못한 4위는 총 4번이 나왔다. 1991년 롯데, 1998년 OB, 2001년 한화, 2009년 롯데가 그 주인공이다. 다른 해에는 4위의 승률이 모두 5할을 넘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4차례의 4위는 단 한번도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우리가 지난 경험을 통해서 3위와 4위의 맞대결에서 거의 차이가 없을정도로 4위가 많이 이겨왔던 것을 생각하면 나름 '징크스'라면 징크스다.
이 통계때문이라도 최종전을 꼭 잡고 4위를 확정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어제 있었던 경기의 화가 조금은 누그러 질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표가 의미하는 것은 '4위' 그 이상을 의미한다. 단 한번도 4위가 우승을 한적은 없지만, 13년전 어떤 팀은 갓 5할을 넘은 승률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미리보는 최종전, 타자들이 살아나야 한다
지난주 토요일 LG타자들이 15점을 뽑은 이후, 일요일 경기에서는 1점, 그리고 15일 삼성전에서는 3점을 뽑는데 그쳤다. 고작 2경기만으로 타선의 '침체'라고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다. 최종전에서의 타격 흐름은 그대로 준플레이오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작 하루의 텀을 두고 시작되는 유례없는(?) 플레이오프 일정이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불펜진이 부족한 롯데를 상대로 다시한번 7,8회의 놀라운 집중력을 LG팬들은 꼭 보고싶어할 것이다.
경계대상은 '옥춘이' 옥스프링이다. 올해 LG에게 승없이 2패만을 기록하고 있지만, 상대한 8개구단 중 LG전 방어율이 2.96으로 가장 좋다. 무엇보다도 옥스프링 개인에게는 내일 LG전 승리시 10승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옥스프링은 완투형 피치를 보여주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 이닝당 투구수가 많은편에 속하는 투수라는 점에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눈여겨볼 포인트가 있다면, 경기 전 미디어에서 보도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는 김시진 감독의 자진사퇴 소식이다. '스포츠 동아' 17일 자에 김시진 감독 사퇴소식이 지면에 실릴 것이라는 PDF파일이 제시되면서 벌써부터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 롯데 프런트와 선수단 갈등이야 예전부터 계속 있어왔던 이야기이지만, 괜히 롯데 선수단을 자극시키는 이슈는 상대팀 입장에서는 썩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이것과 관련된 긴 이야기들이 최종전에서는 어떠한 영향을 안끼쳤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4위를 위한 마지막 경기의 마무리는 양상문 감독의 특별한 세레머니가 되기를 LG팬들은 간절히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