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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은 힘이 세다 아라비안나이트와 삼국유사

요즘 스토리텔링이란 말, 참 많이 듣죠. 여기 가도 스토리텔링, 저기 가도 스토리텔링, 텔레비전을 봐도, 책을 펼쳐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침내 수학 앞에까지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가 붙어버렸습니다. 도대체 스토리텔링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온 세상이 들썩거리는 것일까요? ​ 스토리텔링은 뜻밖으로 어렵지 않은 말입니다. 우리말로 풀면 이야기(story)로 말하기(telling)란 뜻입니다. 우리가 말하는(글을 쓰는)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크게 나누면 설명, 서사, 논증, 묘사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어떤 물건이나 개념, 상황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설명은 구체적인 사실에서 요점을 추려내 말하는 것입니다. 서사는 구체적 사실을 이야기로 연결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논증은 어떤 주장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고 묘사는 그림을 그리듯이 보여주는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논증은 설명과 친하고 묘사는 서사와 친합니다. 앞엣것들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고 뒤엣것들은 이야기로 그려내는 방식입니다. 스토리텔링은 바로 뒤엣것들, 묘사와 서사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 ​ ​ 실감나게 재밌게 말할 때 쓰는 방법이 스토리텔링 설명을 듣고 나니 별거 아니죠?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실감나게, 재밌게 말할 때 쓰는 방법이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유난히 말솜씨가 뛰어나서 많은 사람들의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면 그 사람의 말 속엔 스토리텔링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토리텔링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힘을 갖고 있어요. 어떤 힘이냐고요? 죽을 사람도 살리고 천년의 시간도 훌쩍 뛰어넘는 힘이지요. ​ 지금의 이란 땅에 있었던 고대 제국 페르시아에 샤리아르란 왕이 있었어요. 어느 날 왕비가 흑인 노예와 음란한 짓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두 사람을 죽이죠. 그 때부터 왕은 처녀들을 아내로 맞아들여 하룻밤을 지낸 후 분풀이 삼아 가차 없이 사형에 처합니다. 이렇게 매일 같이 처녀가 한 명씩 죽임을 당하죠. ​ 그러다 그 나라 재상의 큰 딸 세헤라자드 차례가 됐어요. 세헤라자드는 동생 둔야자드의 소원을 들어주는 척하며 샤리아르 왕에게 재밌는 얘기를 들려주었죠. 샤리아르 왕은 세헤라자드의 이야기에 푹 빠져버려 날이 새는 줄도 모릅니다. 왕은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욕심에 세헤라자드를 하룻밤 더 살려둡니다. 그런 식으로 세헤라자드의 죽음은 하루씩 미뤄지고 밤마다 알라딘, 알리 바바와 40인의 도적, 바그다드 세 처녀, 신밧드의 이야기가 펼쳐지죠. ​ 이야기는 가랑비에 옷 젖듯 메시지를 퍼뜨린다 이렇게 세헤라자드의 이야기는 천 일 동안 계속 됩니다. 샤리아르 왕은 그녀의 이야기 솜씨에 감탄하고 그 이야기에 담긴 삶의 지혜에 감동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칩니다. 샤리아르 왕은 세헤라자드를 정식 왕비로 맞아들이고 좋은 정치를 베풀어 백성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듭니다. 훗날 사람들은 그 천일 간의 이야기를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라 부르며 즐겨 읽었죠. 지금도 『아라비안 나이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죠. ​ ​ ​ 자, 한번 생각해볼까요? 왕비의 불륜 때문에 분노해 제 정신이 아닌 왕을 정신 차리게 할 수 있었던 수단이 무엇이 있었을까요? 어떤 충신이 왕에게 옳고 그름을 따져 직언을 했다고 칩시다. 왕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내 괴로움을 알지도 못하는 자가 감히 나를 가르치려 들다니. 충신은 왕을 정신 차리게 하지도 못하고 괜히 죽임을 당하거나 감옥에 갇혔을 것이 분명합니다. ​ 이야기만이 왕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이죠. 재미있는 이야기는 왕의 분노를 잠재우고 즐겁고 평화로운 마음을 만들어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듣는 사람의 고정관념, 경계심을 시나브로 무너뜨리고 가랑비에 옷 젖듯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메시지를 퍼뜨립니다. 마치 전염병처럼 말이죠. 설명이나 논증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죠. ​ 이야기의 힘은 천년의 시간도 훌쩍 뛰어 넘는다 여러분들도 잘 알듯이, 우리 고대 역사를 기록한 대표적인 책으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있습니다. 『삼국사기』는 고려시대 인종의 명령에 따라 김부식을 비롯한 8명의 관리들이 쓴 공식 역사책이에요. 『삼국사기』는 공식 기록을 중심으로 적어내려 갔기 때문에 신화와 전설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삼국유사』는 고려 충렬왕 때 일연스님이 스스로 지은 비공식 역사책이지요. 『삼국유사』는 단군신화를 비롯해 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의 건국 신화, 사람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던 다양한 전설을 담고 있지요. ​ ​ ​ 둘 다 소중한 역사책입니다. 그러나 두 책의 운명은 서서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삼국사기』는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거의 보지 않습니다. 『삼국유사』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는 책입니다. 거기 담긴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 교양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 소설, 드라마, 영화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힘은 천년의 시간도 훌쩍 뛰어넘는 것이죠. 불교와 기독교가 세계적인 종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불경과 성경에 담긴 이야기의 힘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 이야기의 힘은 이제 역사나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21세기 들어 사람들이 놀라운 이야기의 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다음 편에서 그 얘길 여러분들에게 자세히 들려드릴게요. 출처 : 천재교육 공식블로그 천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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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17-이제 그대가 무얼... 밤마다 마실을 갈 때 만나는 벚나무에 버찌가 익어가고 있더구나. 일찍 꽃이 피었던 나무는 벌써 익어 떨어지는 것도 있고, 늦게 핀 나무는 붉은 빛을 띄고 있더라. 버찌가 떨어져 바닥이 시커멓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니 어릴 때 버찌를 먹고 나면 혀는 말할 것도 없고 입술까지 시커멓게 되곤 했던 게 생각이 났어. 그러고 보니 너희들도 그렇게 될 때까지 버찌를 먹은 적이 없지 싶구나. 배움을 돕는 아이들과 함께 버찌를 따서 먹어 보게 하는 것도 좋은 겪배움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 오늘 알려 줄 좋은 말씀은 "이제 그대가 무얼 못 가졌는지가 아니라 그대가 가진 것으로 무얼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라."야. 이 말씀은 이름이 널리 알려져 너희들도 이름을 들어 보았을 어니스트 헤밍웨이 님이 남기신 말씀이라고 해.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지 못할 때나 안 될 때, 무엇이 없어서 그렇다고 핑계를 대곤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보면 뜨끔할 말씀이라고 생각해.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꿈이 없는 것도 잘하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둘레 가까운 사람들이 "너는 00을 잘하네."라는 말을 한다면 너는 그런 솜씨를 타고났다고 보면 될 거야. 스스로 그렇게 여긴다면 더 좋겠지만 둘레 사람들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런 타고난 솜씨를 살리는 쪽으로 힘을 쓰면 좋겠구나. 이 말씀을 알려 줄 때 다른 사람들은 '지금'과 '당신'이라는 말을 쓰는데 '지금'을 말집(사전)에서 '말하는 바로 이때(에)'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이제'도 바로 이때'라는 뜻이니 갈음해 써 봤어. 그리고 '당신'보다는 '그대'라는 말이 좀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써 봤단다. 내가 너희들에게 잘한다고 말한 게 무엇인지, 그것을 잘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오늘도 참말로 멋진 하루 만들어 가길... 4354해 들여름달 열사흘 낫날(2021년 5월 13일 목요일) 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좋은말씀 #명언 #어니스트헤밍웨이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빨래'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토박이말 살리기]- ‘빨래’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누구나 이레끝(주말_만 되면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안 할 수 없는 일 가운데 하나가 빨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으면 가장 먼저 할 일이 빨래고, 놀러 갔다가 오더라도 빨래는 해야 입고 신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빨래’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낱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옛날에는 빨래를 하려면 빨랫감을 가지고 냇가나 샘가에 가야했습니다. 그래서 빨래를 하는 곳을 가리켜 ‘빨래터’라고 했습니다. 빨래를 할 때는 손으로 조물조물 주물러 빨기도 했지만 이게 있어야 빨래를 하는 맛이 났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빨랫방망이’입니다. 요즘에는 집집마다 집에서 빨래를 하기 때문에 볼 수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세탁기’라고 하는 것이 빨래를 다 해 주는데 그래도 빨래를 해서 갓 말린 옷을 입을 때 나는 냄새는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다 좋게 느껴질 것입니다. 빨래를 해서 이제 막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새물내’입니다. ‘새물내’는 ‘새물+내’의 짜임으로 이루어진 말입니다. ‘새물’은 ‘새로 갓 나온 과일 생선 따위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빨래하여 이제 막 입은 옷’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내’는 우리가 많이 쓰는 ‘향기’와 뜻이 비슷한 토박이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슨 무슨 ‘내’라고 했을 때와 무슨 무슨 ‘향기’라고 했을 때 받게 되는 느낌처럼 우리 삶과 멀어진 토박이말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리다는 말 뒤에는 ‘구린향’보다는 ‘구린내’라고 하는 것이 알맞게 느껴지고, ‘꽃’이라는 말 뒤에는 ‘꽃내’보다는 ‘꽃향’또는 ‘꽃향기’가 더 알맞게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내’라는 토박이말도 ‘밥내’, ‘꿀내’처럼 ‘꽃내’라고 해도 느낌이 참 좋습니다. 우리가 몰라서 못 쓰고, 자주 안 쓰다 보니 낯설게 느껴지는 거니까 어떻게든 자주 쓸 일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빨래’ 이야기를 하는 김에 제가 바라는 것을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밥을 파는 집을 흔히 ‘밥집’이라고 하고 술을 파는 집은 ‘술집’이라고 하는 것처럼 ‘빨래를 해 주는 집’은 ‘빨래집’이라고 하는 것이 참 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베를 짜는 기계는 ‘베틀’이라고 하고, 기름을 짜는 기계는 ‘기름틀’이라고 하는 것처럼 ‘빨래를 하는 기계’는 ‘빨래틀’이라고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탁소’, ‘세탁기’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빨래집’, ‘빨래틀’을 떠올려 써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354해 들여름달 열이틀 삿날(2021년 5월 12일 수요일) 바람 바람 * 이 글은 경남일보에도 보냈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새물내 #빨래터 #빨랫방망이 #빨랫감 #빨래집 #빨래틀 #세탁소 #세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