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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 - 토이

from Album 'da Capo' 곡에 대한 얘기에 앞서, 토이 신보를 듣는 날이 올 줄이야. 솔직히 10년은 채우고 나올 줄 알았던 앨범이 떡하니. 오오 희열느님! 앨범 전체를 쭉 듣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정말 오래 기다린 만큼 공을 들인 앨범이라는 느낌. 그리고 예전 토이의 감성과 최근의 음악적 트렌드 두 가지가 동시에 들어 있는 앨범이란 생각이 든다. 객원 보컬을 쓰는 토이의 특성상 발매 전부터 어떤 가수들이 함께했을 지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그간 익숙했었던 보컬들이 거의 빠지고, 새로운 이름들이 눈에 띈다. 그 중에서는 이적, 김동률과 같은 유희열과 같은 시대에 데뷔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아티스트들도 있고, 이수현, 권진아 같은 세대와 성별이 다른 보컬, 다이나믹 듀오, 자이언티, 크러쉬 같은 요즘 유행하는 R&B 힙합 장르 보컬까지 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얼마 전 발매했던 김동률의 신보도 그렇고, 데뷔한 지 꽤 세월이 많이 흘러 지금은 중견 뮤지션이 된 이들의 곡들이 지금도 이렇게 관심을 끌고 사랑을 받는 데는 시대를 관통하는 그들만의 감성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감성. 그런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녹여내는 방식에 있어서 김동률과 유희열은 꽤나 차이를 보인다. 음악적 재능 뿐만 아니라 보컬로서의 재능 또한 손꼽힐 만큼 뛰어난 김동률에 비해서 유희열의 보컬로서의 역량은 흔히 알려진 대로 솔로 가수로 나서기에는 힘든 수준이다. 그래서 유희열이 택한 것은 토이라는 1인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고 객원 보컬이라는 형태로 목소리를 빌려 음악을 전하는 일이었고, 그것은 김연우, 김형중과 같은 뛰어난 보컬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두기에 이른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타인의 목소리를 빌려서 감정을 전달하는,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는 선택을 유희열은 자신의 재능으로 잘 살려냈고, 점점 발전시켜 나가기에 이른다. 지금 모습과는 달리 거의 1년 마다 앨범을 내며 활발하게 활동을 했던 토이 4집까지는 객원 보컬 중에 여성 보컬은 거의 없었다. 남자인 유희열의 감성을 전달하기에는 동성의 목소리가 아마 더 편했을 것이고,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5집부터 여성 보컬이 참여하게 되고, 이번 앨범에서는 전체 13곡 중 4곡이나 여성 보컬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모험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또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6집에서 타이틀 곡인 '뜨거운 안녕' 보다도 어쩌면 더 인기를 끌었던 곡은 윤하가 불렀던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이었다. 윤하라는 보컬리스트를 통해 그 동안의 감성에서 벗어나 여성의 목소리로도 감정을 전할 수 있게 된 토이는 음악적인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다고 보고, 그것이 7집에서 네 명의 여성 보컬리스트가 참여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또 한 가지 변화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앨범 중반부, 6, 7번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토이' 라고 하면 90년대~2000년대 초반의 발라드 음악 하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내가 아는 토이는 그런 일반적인 인식에 비해서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었다. 매 앨범 마다 그 시기에 유행하는 음악을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실어 놓기도 했었고, 그렇기에 이번 앨범의 시도 또한 반갑다. 최근의 음악적 트렌드는 힙합, R&B 의 강세와 듣기 편한 어쿠스틱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트렌드를 자신의 색깔로 잘 잡아냈다는 느낌. 객원으로 참여한 빈지노나 자이언티, 크러쉬는 지금 가장 핫한 뮤지션들임은 확실하고, 그들이 불러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괜찮은 곡을 뽑아냈다는 점에서 유희열의 음악적 역량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곡이 7번 트랙인 '인생은 아름다워' 였는데, 멜로디 라인에서 분명히 그간 유희열의 곡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확연하게 느낄 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곡 자체는 요즘 유행하는, 소위 잘 빠진 스타일리쉬한 R&B 뮤직이다. 이런 점에서 유희열이 참 영리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숨기거나 보완하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약점을 인정하고 객원 보컬을 쓰면서 '토이' 라는 뮤지션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무궁무진하게 넓혀버렸다고 할까. 이제 각각 곡들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보자면, 먼저 타이틀곡인 '세 사람' 은 발표 전부터 '좋은 사람' 의 2014년도 버전이라는 얘기가 있었고, 들어봐도 딱 그 감성을 지금에 맞게 살려놨달까. 개인적으로 '좋은 사람' 은 정말 좋아하면서도 싫어했던 곡인데, 지금 이 곡은 조금 더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흔하다면 흔한 소재지만 그렇기에 사람들이 더 공감을 하는 게 아닐까. 나 역시 곡의 내용과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상황들과 감정들을 겪은 적이 있었고 지금은 해피엔딩이 되어 조금은 덤덤해졌지만, 어쩌면 똑같은 상황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이 곡을 들으면 마음이 먹먹하다. 특히 곡 후반부에 '저 문이 열린다 그녀가 들어온다' 부터 '나의 청춘이 멀어진다' 라는 가사에 이르면 나도 모르게 울컥 하는 뭔가가 있다. 곡 자체도 '좋은 사람' 과 꽤 비슷한 구성이고, 그래서 김형중이 보컬이었으면 더 나았을 거라는 의견도 있는 것처럼 개인적으로도 김형중이 부르는 이 곡도 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성시경은 노래는 정말 잘 하고 표현력도 정말 좋지만 평소 이미지 탓일까, 이렇게 홀로 끙끙대며 짝사랑하는 화자의, 어쩌면 찌질함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감정을 전달하기에는 너무 잘난(?) 느낌. 그래도 '안녕 나의 사랑' 에서 호흡을 맞췄던 것처럼 곡에 대한 해석이나 곡 소화 능력은 최고라고 할 만 하다. 다음은 이적과 김동률이 부른 'Reset' 과 '너의 바다에 머무네'. 이적과 김동률 두 사람 모두 90년대에 데뷔해서 한국 음악에 큰 족적을 남긴 아티스트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유희열과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색깔이 정말 강한 이 두 보컬리스트가 토이의 앨범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기대가 많았는데, 결과는 꽤 좋은 편. 자신만의 음악적인 색깔이 있는 뮤지션들이 그 색깔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편인데 이적과 김동률 둘 모두 이 앨범에서는 아티스트가 아닌 그야말로 '보컬리스트' 로만 참여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적, 김동률이라는 이름이 아닌 토이의 보컬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할까. 자신의 색깔을 빼고 최대한 담백하게, 하지만 곡의 색깔을 잘 살려 불렀고 특히 김동률은 감정이 뚝뚝 묻어나던 자신의 이번 앨범에서와는 전혀 다르게,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며 담담하게 부르는 것이 감상 포인트라고 할 만 하다. 그 점 때문에 김동률의 솔로 앨범보다는 이전에 이상순과 함께 했던 '베란다 프로젝트' 에서의 보컬과 더 닮아 있다는 인상. 그리고 개인적으로 '너의 바다에 머무네' 는 성시경의 목소리로도 한 번 들어보고 싶다. 그의 음색이 '세 사람' 보다도 오히려 이런 곡에서 더 어울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 6, 7번 트랙 'U&I' 와 '인생은 아름다워' 는 앞에서도 썼지만 이번 앨범의 도전과제 같은 느낌이기도 하면서 이번 앨범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곡인 것 같기도 하다. 짧게만 더 언급하자면 처음에는 유희열이 이런 곡도 뽑을 수 있구나, 였다가 조금 지나서는 그냥 해당 가수의 곡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그러면서도 토이의 감성이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싶다. 다음은 여성 보컬들의 곡. R&B 힙합 음악을 넣으면서 음악적인 스펙트럼을 넓혔다면 여성 보컬들과 함께하면서 감성적인 스펙트럼을 넓혔다고 할까. 악동뮤지션의 이수현과 함께한 'Goodbye sun, Goodbye moon' 은 '뜨거운 안녕' 과 비슷한 느낌의 곡이면서도 동화적인 가사를 통해서 보컬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 독특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고, 김예림과 함께한 '피아니시모' 는 딱 김예림에게 맞는 몽환적이면서도 쓸쓸한 느낌을 잘 살려낸 곡.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곡의 구성을 김예림의 음색이 잡아주면서 확 끌어당기는 매력보다는 반복적으로 계속 듣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선우정아와 함께한 앞선 곡들과는 다른 무거운 느낌의 곡이고, 그런 절절한 감정을 잘 표현해 낸 곡. 하지만 앨범 전체와 조금 따로 노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 편이라서 약간 아쉽다. 그리고 권진아와 함께한 '그녀가 말했다' 는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곡. K팝 스타에 나왔을 때부터 정말 맘에 들어서 바로 팬이 되어버렸고, 줄곧 곡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토이 앨범으로 먼저 만나게 되어 반갑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장점은 표현력이라고 생각한다. 표현력 또한 가창력의 범주에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노래 스킬이나 음색의 독특함에서는 더 나은 보컬들도 있겠지만 표현력은 그 나이대에 맞지 않게 곡을 해석 능력이 좋고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불러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그녀가 가진 강점이 아닐까. 흔한 발라드 넘버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딱 그녀의 음색에 맞는 감성과 클라이막스에서 곡에 확 몰입하게 만드는 구성은 최고라 할 만 하다. 그녀의 솔로 앨범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곡. 기다린 만큼 충분한 보상을 주는 듯한 토이의 앨범, 이제 다음 앨범은 정말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다림이 아깝지 않는 앨범을 또 내 줄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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