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986.11.11
껌씹고 해바라기 씨앗 뱉고…미야구선수 「초조한 버릇」
적시타 필요할 때 「씹고 뱉는」 속도 더욱 빨라져
“불안해소…주의력 떨어뜨리지 않는 진정 효과”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은 대부분 경기중 풍선껌을 불어대고 씹는 담배를 질겅거리며 해바라기 씨앗을 가득 물었다가 내뱉는다.
미국프로야구 플레이오프전과 월드시리즈가 열리던 지난달 야구 선수들이 껌 또는 씹는 담배를 씹고 해바라기 씨앗을 툭툭 내뱉는 모습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미국가정에 방영됐을 때 시청자들은 정규시즌때보다 이런일이 더 많아져 꼴불견이라고 지적했다.
또 잔디를 돌보는 운동장 관리인들은 선수들이 뱉은 껌등을 청소하기가 짜증스럽다고 불평했다.
한편 심리학자들 눈에는 야구선수들의 「씹고 뱉는」 행위가 심리적 압박에 의해 빚어지는 연구대상으로 비쳐졌다.
많은 야구선수들이 「씹고 뱉는」 것은 마감시간에 쫓기는 신문기자가 코피를 계속 들이켜고 담배를 많이 피우며 세금날짜가 다가온 납세자들이 손톱을 물어 뜯는 것과 똑같다는 것.
학자들은 야구선수들이 선행주자가 있어 안타가 더욱 필요할 때 타석에 서서는 「씹고 뱉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타율이 떨어졌을 경우 「씹고 뱉는」행위를 더욱 많이 하게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 「뉴욕메츠」의 외야수로 껌 잘 씹기로 유명했던 「론 스워보다」는 『진정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행동 과학자들은 이같은 행위가 불안해소책 이외의 다른 효과도 있다고 주장한다.
전 「뉴욕양키즈」 팀 투수와 결혼한 여성행동과학자 「파울라 쿠르만」은 『야구선수들이 해바라기 씨앗을 내뱉는 것은 자신들의 수비영역을 과시하는 것이다. 투수들이 마운드에 내뱉을 때는 내가 여기 버티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이라고 말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정신병리학자 「앨버트 스텐카드」는 『동물생태학을 연구하면 동물들이 위험에 처해있을 때 강박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는데 경기에 나오는 야구선수도 마찬가지다. 씹는 동작을 반복해 관중들의 함성과 야유로부터 자신의 주의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효과가있다 』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프로야구에서도 청룡의 L, 타이거즈의 K선수 등 일부 선수들이 경기 중간 혹 껌을 씹지만 보편화 되어있지는 않다.
프로야구 출범초 구단측에서 긴장해소를 위해 선수들에게 껌씹는 것을 권장한 적도 있었지만 텔레비전 시청자나 관중들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자 최근엔 구단측이나 선수 자신들이 자제를 하고 있는 실정.
핀토스의 Y선수는 『아마튜어로 뛸 때 껌을 씹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진출 후 껌을 씹으려 해도 오히려 적응이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