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kim0816
1,000+ Views

안녕

그대에게 안부여쭐 시간도 없이 저녁 해는 어느덧 손을 흔들며 도시사이로 가라앉습니다. 나는 구멍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로 마음을 꼬맵니다. 손질하지않으면 살 수 없어요. 손가락만한 구멍으로 솔솔 빠져나가는 것은 바람만은 아니에요. 기억만은 아니에요. 그대와 연결되어있던 그 거리와 하늘과 철학자의 이름과 꽃의 향기와 함께 걷던 노을진 거리의 아스팔트 빛깔... 그건 어느새 내 전부가 되어 지키지않으면 나조차 사라져버리는.. 오늘도 어둠을 마주하고 더커진 구멍은 없는지 새로운 구멍은 없는지 세심히 살피다 잠듭니다. 안녕..잘 자요. 당신..
1 Like
2 Shares
Comment
Suggested
Recent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삶은 다만 긴 거짓말
삶은 다만 긴 거짓말 사라지는 것들은 왜 단단한 것들 만을 남기고 떠나나요 말랑한 것들은 왜 사라지고 마나요 바다의 바닥에 딱딱한 죽음 하나가 구릅니다 조개 껍데기 하나가 구릅니다 때마침 옆을 지나던 소라 게 한 마리 관심을 보이며 다가옵니다 빈 껍데기 앞에 선 게는 그 안을 오래도록 들여다 봤습니다 집이 너무도 깨끗했기에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웠거나 그게 아니면 누군가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게는 생각했습니다 죽음이 보기에 삶은 다만 긴 거짓말이고 삶이 보기에 죽음은 유치한 장난이겠죠 금방이라도 누군가 돌아올 것 같은 깨끗한 빈집 앞에서 게는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집게로 조개껍데기를 두 어번 두드려 보고 또 괜히 주위를 서너 바퀴쯤 돌아보고 나서야 빈 껍데기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한 게는 그제야 말랑한 아랫배를 껍데기 속에 밀어 넣었습니다 가장 단단한 것 속으로 가장 부드러운 것을 밀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또 한 번의 밤이 찾아옵니다 등껍질이 막 영글어 가는 이른 밤 속에서 게는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리의 출처를 찾던 게는 이내 그 출처가 자신의 집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껍데기가 알맹이를 집이 저를 비워놓고 사라진 주인을 단단한 것이 말랑한 것을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그리하여 게도 빈집처럼 가만히 눈을감고 집게발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습니다 게가 잉태한 슬픔은 별이 되어 빈집의 벽을 타고 흐르고 게의 바다는 그 농도를 더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