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onerkim
4 years ago50,000+ Views
미래의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지역을 아우르는 기상 상황과 과거의 통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발표되는 기상 예보는, 과학적 근거를 동반했을 뿐, 결국 언제라도 어긋날 수 있는 ‘추측’ 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아침마다 집을 나서기 전 TV에서 들려오는 ‘오늘의 날씨’ 에 귀를 기울이는 건, 아마도 그것이 더할 나위 없이 확실하고 구체적인 추측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영화 <오늘의 연애>는, 예보에 없던 소나기만큼이나 익숙하면서도 갑작스런 사랑을 마주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날씨 예보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불확실한, 썸(Some)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오늘날 우리의 연애감각을 상기시킨다. 상대에게 언제나 헌신적이지만 100일도 못 가 여자친구에게 차이기 일쑤인 초등학교 교사 준수(이승기)에게는, 18년간 가족처럼 지내온 XX친구이자 인기 기상캐스터 현우(문채원)가 있다. 필요할 때마다 불러내 노예(!)처럼 부리거나 취한 채 욕을 퍼붓는 등 제멋대로인 그녀임에도, 준수는 언제나 현우를 위한 각종 뒤치닥거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현우는 흠모하던 유부남 회사선배(이서진)와, 준수는 교생 실습을 온 발랄한 여대생(화영)과의 연애에 실패하는 과정과 더불어, 영화는 오래된 친구에서 연인으로 변해가는 두 사람 간의 관계를 그린다. ‘너는 내 운명’, ‘내 사랑 내 곁에’ 등을 통해 깊은 감동의 러브스토리를 그려왔던 박진표 감독을 떠올린다면, <오늘의 연애>는 상당히 이질적인 작품이다. 심지어, 감독은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 전지현 커플이 연상되는 캐릭터를 이승기와 문채원에게 부여한다. 마냥 착한 준수와 제멋대로인 현우의 모습은 각자의 캐릭터로서 매력적인 데다가, 목욕탕 컨셉의 주점, 한강 데이트 등의 장면에서 보여지는 두 사람의 케미도 흥미롭다. 하지만 영화 중반 이후 준수가 순애보를 끌어내고, 현우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다소 억지스럽다. 게다가 지나치게 두 사람에게만 집중된 영화의 시점은, 이서진, 화영, 정준영 등이 연기한 주변 인물들의 비중이 작다고 할 수 없음에도 그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오늘의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적 문법을 성실하게 따랐지만, 그 특유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공감과 감정 이입을 관객에게 허용하지 않는다. 현우가 스캔들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사건을 제외하면, 현실의 문제가 작품 표면에 떠오르는 일은 없다. 성숙하지 못해서 예쁜, 달콤쌉싸름한 남녀 관계와 인물의 심리만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축이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나 환경은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기상캐스터’ 와 ‘초등학교 교사’ 라는 설정을, 깨알같은 까메오 출연진들을 기용하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완벽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부분이 좋은 영화란 존재할 수 없다. 결국 ‘영화가 좋았다’ 는 말은, 그 영화의 ‘어떠한 면’ 이 좋았다는 의미가 된다. 같은 맥락에서 <오늘의 연애>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되지 않는 건, 이 영화가 관객을 대하는 태도를 확실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채 드라마도 코미디도 빈약한 어중간한 이 영화를 향해, 극 중에서 계속 연애에 실패하는 준수를 향한 현우의 조언을 인용해 주문하고 싶다. ‘벽에 확 밀어 부치든지, 아니면 끝까지 지켜줘.’ (더하는 말. 급한 일이 없다면 엔딩 크레딧 정도는 지켜봐 주자. 보너스 영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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