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름이지만, 일본의 3위 항공사인 스카이마크는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와 함께 아시아 저비용항공사(LCC)의 1세대로 분류됩니다. 일본 대형 여행사인 H.I.S가 출자해 1996년 설립했고 1998년 하네다-후쿠오카 노선을 시작으로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항공사 설립 규제완화 이후 생긴 첫 신규 항공사로, 1963년 나가사키항공 이래 35년 만의 신진 세력이었습니다. 운임이 일본항공(JAL)이나 전일본공수(ANA)의 절반 수준으로 일본 내 국내선 이용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현재 일본 내 27개 노선을 운항합니다.
하지만 기존 대형 항공사들이 운임 인하로 맞불을 놓고, 외국계와 일본계 LCC가 잇달아 항공시장에 진출하면서 스카이마크의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누적된 적자를 견디다 못한 스카이마크는 결국 2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민사재생법 적용 신청을 의결해 도쿄지방법원에 이를 신청했습니다. 사실상 파산을 뜻합니다. 3월 1일에는 상장 폐지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스카이마크는 민사재생을 통해 710억엔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해야 합니다. 엔저에 따른 유류비 부담이 늘어난 데다가, 에어버스의 신형 기종인 A380 발주 후 계약 불이행으로 거액의 위약금을 물게 됐기 때문입니다. 워낙 경영상황이 나쁘다 보니 ANA에 요청한 출자마저 거절됐습니다.
스카이마크가 추락한 가장 큰 이유는 경영 실패입니다. 경쟁 심화에 대처하기 위해 항공기의 대형화를 추구했지만 수요 예측이 어긋나 결과적으로 기체 구입비용 증가와 탑승률 저하만 가져왔습니다. 니시쿠보 신이치(西久保愼一) 사장은 경영 상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습니다.
하나의 거대기업이 몰락하는 배경에 비단 한 사람의 영향 뿐이겠냐만은, 니시쿠보 사장의 좌충우돌식 경영방침은 그간 자주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지난해에는 스카이마크 승무원 유니폼으로 초미니스커트를 도입하려다가 여론의 맹렬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일본 언론계의 중추인 기자클럽과의 기자회견을 일절 하지 않아 스스로 평판을 떨어뜨렸습니다. 니시쿠보 사장이 세운 “승무원들은 접객보다 안전운항을 돕는 역할이 중요하다” “고객 불만은 접수하지 않는다” “짐은 탑승객이 스스로 수납해야 한다”는 등의 서비스지침은 어쩌면 정론에 가까울 지도 모르지만, 그 소통방식이 지나치게 오만하다가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초미니스커트 도입이라는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일까지 벌였으니까요. 에어버스 A380 도입을 통한 국제선 전개 역시 심각한 예측 미스였습니다.
스카이마크는 앞으로도 운항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아 앞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일본 국내선 항공사의 라이벌은 다른 항공사가 아닌 신칸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소요 시간이 오히려 더 짧고 쾌적하니까요. 항공업계 내부의 출혈경쟁이 아닌 서비스 혁신에 눈을 돌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