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oke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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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갔습니다. 아아, 결연하던 1월은 갔습니다. 굳은 결심을 깨치고, 헬렐레한 하루를 향하여 난 넓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빛 시가의 잎같이 고고하게 빛나던 금연의 맹세는 차디찬 보헴의 재가 되어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해돋이의 결심은 운명의 지침을 180도 돌려놓고, 며칠이 지나서는 나머지 180도마저 돌려놓은 후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누군가의 1월은 그렇게 가버렸다고 합니다. 글쓴이의 1월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영명하옵신 『Smokerz』의 독자 분들께서 새해 결의를 굳게 지키시는 동안 불초 소생은 7일 전부터 시작한 헬스를 벌써 3번 빼먹었지요. 그러나 여러분에게도 저에게도 1월은 처음 만난 후 31일이 지난 그 순간 공평한 작별을 고했고, 달력은 바야흐로 2월을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가장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스스로에게) 잔인해질 수 있는 시간이어서, 택도 없이 모범적인 계획을 세워도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을 것 같은 1월이 이렇게 끝나버렸다니 세월이 정말 무정합니다만- 시간은 원래 뒤를 돌아보는 일도, 누구를 기다리는 일도 없이 성큼성큼 자기 갈 길을 가는 것이지요. 그러니 흐르는 세월이 무정하다는 것은 어폐가 있고, 보는 사람의 입장이 때마침 가는 세월이 안타까운 탓에 그런 생각이 든다는 편이 맞을 겁니다. 실제로 국방부 시계가 가는 것을 섭섭해 하는 군인은 아무도 없고, 가만히 있어도 『Smokerz』 발매일이 하루하루 다가온다는 사실은 오히려 끽연자 여러분을 더없이 행복하게 해주지요!(예! 『Smokerz』!) 그러니 정말 무정한 것은 아- 옛날이여를 외치게 하는 어제나 아- 옛날이여를 외치게 할 내일이 아닌 셈입니다. 진짜 문제는 현재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어제의 우리, 그리고 내일을 그 꼴로 만들 예정인 오늘의 우리지요.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확실히 눈에 보이는 오늘의 유감을 만들어 놓은 어제의 우리, 그리고 우리가 뒹굴거리는 와중에 시크하게 지나가버린 시간일 겁니다. 어제의 우리가 굳이 술을 퍼먹지 않았더라면, 야밤에 라면을 끓여 먹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우리가 작취미성이나 더부룩한 속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테고, 그런 짓을 일주일 내내 하는 동안 시간이 ‘야 너 그럼 안돼;;’라고 말하며 우리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좀 기다려 주었더라면 내장기관의 손상은 훨씬 경미한 정도로 그쳤을 테니까요. 그러나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것이고, 깨진 찻잔이 바닥에서 되튀어 오르며 붙는 일이 없는 것이야말로 현실입니다. 우리는 때마침 그어 놓은 ‘1월’ 이라는 시작점을 기해서 낭비하고,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헬렐레 살던 어제와의 단절을 선언했습니다. 바야흐로 검소하고, 금연하고, 절주하고(담배는 딱 끊어야 하지만 술은 죽기 직전만 아니면 적당히 마셔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재미있지요), 생산적으로 살고자 하는 호모 야누아리스, 1월형 인간이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모범인류와 현생인류는 좀 동떨어진 생물인 것 같은 게, 명철한 계획과 철저한 실행은 분명 훌륭한 자질이지만, 솔직히 그게 우리의 특징은 아니잖아요. 물론 현생인류-우리들-가 계획과 실천에서 아예 손을 뗀 것은 아니긴 합니다. 우리는 그랬다간 더 곤란한 내일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의기소침하게나마 ‘벌써 헬스장을 세 번이나 빼먹었으니 오늘은 나가야지…’라고 웅얼거리며 흐느적거리는 몸과 마음을 다잡으니 말입니다. 위대하신 호모 야누아리스는 아닐지언정, 이미 말아먹기 시작한 것 같지만 어떻게든 이 사태를 감당해야 한다는 재기의 의지 정도는 있는 거지요. 이게 정말로 실천과 연결될지는 또 미지수라서 문제입니다만… 절묘하게도, 그런 ‘다시!’하는 마음과 어울리는 달이 바로 2월입니다. 애초에 ‘2월’, 즉 February는 ‘땜빵용’ 달이었거든요. 실제로 현행 그레고리력의 아주 먼 선조 뻘이 되는 역법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로마의 건국자, 로물루스 왕은 한 해를 304일이라 보고 마르스의 달(March, 3월)-빌리스의 달(April, 4월)-마이아의 달(May, 5월)-주노의 달(June, 6월)-5(July, 7월. 숫자가 꼬이기 시작합니다) 6(August, 8월), 7(September, 9월), 8(October, 10월), 9(November, 11월), 10(December, 12월)번째 달로 구성된 달 체계를 만들었는데, 12월인 열 번째 달과 3월인 마르스의 달 사이에는 어느 달에도 포함되지 않는 51일을 두었습니다. 1월과 함께 2월은 없었어요. 잎이 떨어지고 날이 추워지는 겨울이 곧 세계의 죽음을 의미했고,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속담을 진심으로 믿었던 고대인들은 겨울의 나날-즉 세계의 죽음을 부르는 이름이 있고, 그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게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미신적인 만큼이나 실용적이고 행정적이기도 했던 로마인들에게 이 어정쩡한 51일은 상당히 언짢은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2대 누마 왕이 홀수가 길하다는 이유로 30일로 구성된 여섯 달들을 29일로 바꾸면서, 떼어난 6일과 격리 되었던 51일을 29, 28일로 구성된 1월(January, 1월), 2월(February, 2월)로 정했거든요. 그러잖아도 재수 없게 여겨졌던 겨울의 끝자락에 위치한 2월이 흉흉하게도 28일, 즉 짝수 날로 구성되었던 데다, 당장 그 다음 달이 생명이 태동하는 춘삼월인 마르스의 달이었기 때문에 로마인들은 2월을 종교적 정화의 달으로 설정하여 이 흉흉함을 무마하려 시도했습니다. 미신적인 부분이 여전히 남았지만, 304+51일의 흐리멍덩한 1년이 355일의 그나마 체계가 잡힌 한 해로 정리된 셈이지요. 물론 지구의 공전은 그 때에도 365일 정도가 걸렸기 때문에, 누마 왕의 역법은 현행 그레고리력의 아버지인 율리우스 역법에 의해 정정되게 됩니다. 율리우스, 즉 카이사르 당시 누마 왕의 달력은 실제 날짜와 100일정도 차이가 날 정도가 되어 있었거든요. 시간이 흐르면서 붕괴해버린 누마 역법으로 계산된 탓에 오류와 실패로 얼룩졌던 로마의 달력을 재정비하기 위해, 카이사르는 기원전 47년, ‘혼란스러운 해’를 445일동안 지속시켰고, 기원전 46년을 기해 4년마다 2월의 꼬리에 하루를 땜빵질 하는 방식을 채택한 율리우스력을 도입하여 추후 130년동안 일어날 달력 문제를 일거에 해결합니다. 오늘날 사용되는 그레고리력은 율리우스력에 2월에 대한 간단한 조건(100년에 한 번 윤달을 스킵한다, 그러나 400년에 한 번은 그 스킵을 스킵한다)만 추가된 것이니, 로물루스 왕의 시대부터 『Smokerz』의 시대인 지금까지, 역법의 교정은 곧 2월을 얼기설기 기워온 나날이었던 셈이지요. 그러니 정말이지, 2월은 땜빵과 임기응변, 과거의 실수가 누적된 탓에 바보가 되어버린 현재를 고치기 위한 인류의 끊임없는 애환이 녹아있는 달인 셈입니다. 2월은 날짜가 고정된 다른 달에 비해 불안정한 달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사계와 날짜가 맞는 달력을 가질 수 있는 거지요. 마찬가지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의 지혜와 의지는 불완전하지만, 오류와 실패조차 발판삼아 ‘뭐 틀리고는 있지만, 고치면서 해 나가면 되는 거 아냐.’하는 유들유들함 덕에 인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한 해의 발전 역시, 1월의 결심을 무너뜨렸으면서도 개의치 않고 다시 상큼한 기분으로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누군가에게 있는 것일 테지요. 철두철미하게 완벽한 호모 야누아리스는 되지 못할지언정,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여유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2월의 인간, 호모 페브라리스로써 드높은 이상을 향해 하루하루를 쌓아나갈 수 있는 셈입니다. 한번 넘어지는 일에, 과거가 던진 고난에 굴하지 않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그리는 것이 훌륭한 사람의 태도일 겁니다. 그렇다면 보통의 담배에 시가 잎을 넣어 유니크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보헴은 훌륭한 담배의 태도를 보인 셈이겠지요… 말은 되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비끽연자인 저는 잘 모르는 일입니다. 보헴이 과연 훌륭한 담배의 태도를 보인 바람직한 물건인지, 그 판단은 보헴을 한 대 태우신 후, 독자 여러분이 직접 하시는 것이 적절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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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1월은 갔습니다...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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