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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단지 삼평리에 살았을 뿐인데

작년 늦은 여름 어느 날로 기억한다. 삼평리 주민 김춘화 할머니는 그날 대구지방법원에 출두했다. 할머니로서는 그날이 생애 세 번째로 법원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엄숙한 법정에서 판사는 그보다 더 엄숙한 표정으로 왜 고시 팻말을 훼손했냐고 추궁했다. 23호 송전탑 부지 인근에서 공사 방해를 하지 말라고 깨알같이 쓰인 팻말이었다. 연습장 공책 크기의 고시문 팻말 하나를 뽑았다고 마치 법원의 권위가 훼손당한 듯 추궁하는 재판장의 얼굴에 꼭 “책상 넘어 오면 다 내거”라고 짝꿍에게 윽박지르는 국민학생의 표정이 오버랩 됐다. 희극의 한 장면 같았다. 할머니는 논리적으로 추궁하는 재판장의 말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 했다. 재판장의 추궁에 할머니의 대답은 계속 겉돌았다. 방청석에서 보기에도 피고인석에 홀로 앉은 할머니는 불안해 보였다. 심리를 끝내고 건물 밖으로 나와 할머니를 부축했으나, 할머니의 정신은 아직까지도 피고인석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딘가 위태롭게 걷던 할머니는 결국 법원 남쪽 길 어귀에서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통곡이 울리는 골목길은 광야 같았고, 할머니와 나 사이는 피고인석과 방청석 사이만큼 아득했다. “그 사단을 겪으며 싸웠는데 송전철탑이 저래 꽂히니 허탈하기 짝이 없지요. 참 열심히 싸웠는데···진짜 우째 해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점점 할매들하고 나도 상처만 깊어 가니까. 내 혼자 일 같으면 따질 것도 없는데 우리 나이 많은 할매들은 어쩝니까. 이제 남은 인생을 저거 송전탑 보며 살아야 가는 우리 할매들을 어쩝니까. 이 마음을 어떻게 치유를 해야 하겠습니까. 재판도 걸려 있는 게 많아서 법원 갈 일도 많아 정신력으로 버텨야 하는데 우리 할매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가 뭘 해서라도 우리 할매들이 마음에 보상이라도 받아야 할 것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랑가 고민이 많았지요. 내가 득 본 것은 삼평리를 찾았던 그 연대자들을 만났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연대자들 생각하면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 할매들이 받은 위로를 어떻게 다 갚을지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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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담긴 '규모 6.0 지진'을 미리 감지한 고양이들
대만 타이베이에 사는 페이 유궈 씨는 아파트 거실에 홈 카메라를 설치해 반려묘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게 취미입니다. 말 그대로 고양이들이 서로 장난치거나 낮잠을 자는 등의 평범한 하루를 촬영하기 위함이었죠. 그러나 8월 8일, 목요일 새벽 5시 28분, 평범한 일상과는 다른 특별한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5마리의 고양이들. 화면 오른쪽에 있는 고양이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눈을 번쩍 뜹니다. 곧이어 나머지 고양이들도 동시에 눈을 뜨고. 잠시 후, 집안의 선풍기를 비롯한 소품들과 고양이들의 머리가 좌우로 격하게 흔들립니다. 규모 6.0의 지진입니다! 다행히 영상 속 고양이들은 모두 새벽에 자다 깼음에도 지진에 침착하게 대응했으며, 다친 고양이는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놀라운 건 바로 지진을 한참 전에 미리 예측하는 능력인데요. 동물이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은 수 세기 전부터 나왔습니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1년 전 반려견이 지진을 미리 예측하여 보호자를 구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명한 영상 자료에도 불구하고, 동물이 지진을 예측한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아직까지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동물에 의존해 지진을 대비하기보다는 지진계를 믿는 게 더욱 정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지만, 일각에선 일반 가정에서는 '지진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지진계'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반려동물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지진을 대비하는 방법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꼬리스토리가 들려주는 동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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