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joo
3 years ago10,000+ Views
버스터미널. 아바나로 가는 심야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정이 넘은 데다 후덥지근한 터미널 공기에 다들 지쳐있었다. 저 남자 아이는 뾰루퉁 심통이 나 있었다. 처음엔 더워서 그러나, 했다. 그래서 기분 풀어주려고 즉석 사진을 찍어줬다. 몰래. 사진을 받고선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다가 자그맣게 "땡큐"라고 한다. 아이 옆에 앉은 사람은 아버지였다. 캐나다 사람인데, 쿠바에 사는 아이를 보러 온 거였다. 나에게 "땡큐"라고 말하라 알려준 것도 아버지였다. 아이와 함께 살 수 없기 때문에 자주 쿠바에 와서 아이와 단 둘이서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왜 부자(父子)가 같이 살 수 없는지는 모르겠다. 아이의 엄마는 쿠바 사람인지, 아이는 누구와 사는지, 왜 캐나다로 데려가지 않는지...궁금할라 치면 물어볼 게 참 많겠지만 내가 준 사진을 보느라, 보고 또 보느라 정신없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정말 하나도 안 궁금했다. 이 땅의 수 많은 아버지와 아들이자 또 똑같은 아버지와 아들로 보였으니깐. 201406 Camaguey, Cuba instax mini7/Galaxy S3 photo by KAM aka miss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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