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아닌 이별 후에 그와 나눴던 대화를 곱씹어 보았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그가 출국하던 날까지.
나와 그 사이에 존재했던 추억들을 지워갔다. 그렇게 괜찮아질줄 알았던 내 머릿속은 점점 또렷해졌다.
첫 만남
첫 데이트
모든 처음의 기억들은 다시 돌아왔다.
언제부터 우리의 사랑이 시작되었을까
언제부터 우리의 사랑이 이렇게 끝을 향해있었을까.
그가 보고싶어졌지만 이미 내가 가진 그의 흔적은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페이지에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는 그의 글이 있었다. 그가 좋아보이니 나도 좋았다. 그런 그를 좋아하는 여러 친구들이 있었다.
그의 웃는 모습이 보고싶어 그의 과거를 찾았다.
귀여운 딸내미도 그 곳에 있었다.
그렇게 과거로 돌아가던 사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의미들이 보였다.
그가 몇년전 잃었다는 친구의 별명은 단지 친구일 뿐이라던 여자의 별명이었다. 그의 몸엔 그 여자의 별명이 작은 문신으로 남아있다. 난 그걸보며 그의 친구의 명복을 빌었었다. 그 문신에 키스도 했었다.
그리고 새로운 timeline은 그는 지금 그녀와 함께 있다고 했다.
.
.
우리의 사랑이 아니었다.
나의 사랑이었다.
나의 빛나던, 열렬히 불타던 사랑은 그렇게 홀로 사라져갔다.
그의 말 속에는 하나의 진실과 수백수천의 거짓이 있었다. 그게 이제서야 보인다.
갑자기 통보받았다던 미국행도 두 달 전 이미 계획된 일이었다는 것
나와 함께 보낸 시간 중에는 일과 다른 여자들도 있었다는 것
지금 그는 슬프거나, 외롭거나, 힘들지 않다는 것
그가 나에게 원한건 하나였고 내가 그에게 주었던건 내 모든 것이라는 것
감사하다 그에게
더 오랜 시간 그 환상 속에 살게 하지 않았음에
이토록 거짓말에 서툴러 진실을 쉽게 보여준 것에
이젠 그리움보다 연민의 감정이 앞선다.
진실로 사랑할 수 없었던 그가 가엾다.
잘가요, 고마웠어요, 고마워요, 난 행복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