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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해지는 시간, Lasse Lindh

Lasse Lindh - Stuff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무렵, 좋아하던 남자애가 있었다.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며 새벽을 수놓곤 했다. 밤이면 날마다 네이트온에 접속해 그와 이야길 나누는 일을 좋아했다. 그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같이 좋아하고 싶어 취향에 맞지 않은 음악을 억지로 듣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네이트온 알림에 그의 생일을 알리는 표시가 떴다. 어떤 선물을 주면 좋을까 고민했다.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나는 너무 가난했다. 집 앞 문구점에서 공CD를 사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엄선해 구웠다. 첫 곡은 라쎄린느에 The Stuff였다. 그 곡은 내가 좋아하던 드라마 '소울 메이트'에 삽입된 곡이었다. 잡지에서 오린 사진을 정신없이 붙여놓고 하나하나 워드로 친 가수 이름과 제목을 프린트해 투명 케이스 안에 집어 넣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악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땐 그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늦은 밤 그의 집 우편함에 몰래 넣어 놓고는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혼자 상상하면서 좋아했다. 벌써 오래전 일이다. 오늘 선물에 대한 글을 쓰다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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