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pal21
3 years ago10,000+ Views
오늘은 그와 벚꽃구경을 가기로 한 날.
속이 살짝 비치는 시스루 블라우스에 아슬아슬한 플레어스커트를 매치한다. 입술은 빨갛고 탐스러워 보이게 글로시 립글로스로 마무리 한다.
내 이 모습을 보고 제발 나쁜 마음을 먹어라! 오늘은 기필코 그와 키스를 하고 말겠다.
여자인 내가 이렇게 말하면 너무 밝힌다며 뭐라 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내 상황이 어떤지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그와 만난 지도 어느덧 2달째. 그런데 우리 사이는 도통 진전이 없다.
나만 보면 바짝 얼어서는 말을 더듬거리는 그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 것도 처음 몇 번 순수해 보여서 좋았지. 이제는 답답해 죽겠다. 서로 손을 잡은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손을 잡던 그 날도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하루 종일 내 손만 쳐다보더니 헤어질 때쯤이 돼서야 손을 잡아도 되느냐고 굳이 허락을 맡더니 겨우 손을 잡았다.
오늘도 머뭇머뭇 거리더니만 겨우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 나와 잡은 그의 손은 마치 로봇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다.
평소와 다른 내 차림새에 흠칫 놀란 그는 이내 예쁘다며 칭찬해 준다. 그의 목소리가 상기된 채 떨린다. 그래, 좀 더 용기 내 보란 말이야! 제발!
하지만 지금 나는........ 그와 두 시간 째 윤중로 벚꽃 길을 그저 걷고만 있다.
화딱지가 나서 그의 얼굴을 노려봤다. 한껏 볼터치를 한 내 볼보다 더 빨개진 볼을 하고선 나와 눈도 재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그저 걷기만 하는 이 숙맥인 남자와 뭘 더 어쩌겠나 싶은 마음에 한숨이 저절로 푹 쉬어 진다.
“많이 힘들죠? 좀 앉을까요?”
나의 한숨소리를 들은 그는 내가 힘들어서 그런 줄 알고 벤치로 향한다.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내가 앉을 자리에 깔아 준다. 매너는 정말 국보급이다.
다른 연인들은 서로 딱 붙어서는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하기 바쁜데 난 이 로봇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니. 이제는 내가 매력이 없나? 하는 생각도 든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니 벚꽃 잎이 꽃비처럼 내린다. 아름다운 풍경에 그나마 마음이 녹아내리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 꽃이나 실컷 구경하자.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서 떨어지는 꽃잎들을 한껏 바라본다. 그런 내 모습을 내려다보던 그가 빙긋 웃는다.
“입술에 꽃잎이 떨어졌어요.”
하며 그의 손이 내 입술로 향한다. 나는 그런 그의 두 손을 꽉 쥐고는 말간 눈으로 그의 눈동자를 응시한다.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를 확 끌어당겨 입을 맞춘다.
내 입술에 떨어졌던 꽃잎이 그와 나의 입속에서 왈츠를 춘다.
- 유민아
* 북팔웹소설 : novel.bookp.al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에서 "북팔"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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