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소녀 '라일라'는 예닐곱 살 무렵에 인신매매단에 납치된 흑인 소녀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곤 ' 자신을 잡아 검은 자루 속에 집어넣은 커다란 손' 같은 단편적인 이미지들뿐이다. 팔려온 집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살던 그녀는 주인 노파의 죽음을 계기로 자유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녀는 그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다. 어디를 가던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며, 그녀는 세상을 끝도 없이 표류한다. 프랑스에서 만난 흑인 노인으로부터 자신의 고향인 아프리카에 대해 듣게 된 그녀는, 미국을 거쳐 아프리카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이야말로 자신이 정착할 곳임을 깨닫는다.
책 어디에도 '황금물고기'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체 왜 제목이 '황금물고기'일까? 잘 기억나지도 않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라일라의 모습이 물고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서구 문명사회는 심해처럼 어두컴컴한 곳이다. 자신을 겁탈하려는 남자들, 자신을 잡으려는 경찰들, 자신을 때리는 사람들을 피해 그녀는 도망치고 또 도망친다.
그녀는 어두컴컴한 심해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황금물고기'다. 강인한 생명력과 자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낙천적으로 세상을 떠돈다. '나는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세상을 떠돌던 그녀는 영혼의 고향인 아프리카에 도착한 후, 자신의 여행이 끝났음을 느끼게 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읽은 후 느꼈던 생각들을 또 하게 됐다. 바로 '나는 어디서 왔을까?', '나의 조상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와 같은 '나의 존재'에 대한 의문들이다. 라일라처럼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면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과연 나는 누구일까?
* 밑줄 긋기
더 이상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이제 나는 마침내 내 여행의 끝에 다다랐음을 안다. 어느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다. 말라붙은 소금처럼 새하얀 거리, 부동의 벽들, 까마귀 울음소리. 십오 년 전에, 영겁의 시간 전에, 물 때문에 생긴 분쟁, 우물을 놓고 벌인 싸움, 복수를 위하여 힐랄 부족의 적인 크리우이가 부족의 누군가가 나를 유괴해간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어느 강의 물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막 먼지에 손을 올려놓으며, 나는 내가 태어난 땅을 만진다. 내 어머니의 손을 만진다. - PP. 275,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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