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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나 소시오패스 - M.E. 토머스, 김학영

1.
LA 최고 로펌에 들어갔으나 근무태만으로 해고당한 저자. 당시 한 동료로부터 "혹시 소시오패스가 아니냐"는 말을 계기로 자기 자신을 다시금 그려보던 중 호기심에 자기 발로 의사를 직접 찾아가 소시오패스 검사를 받게 됩니다. 높은 수준의 소시오패스 양성 결과가 나오자 그간 이해하기 어려웠던 자신의 몇몇 부분을 납득하게 되고,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소시오패스 월드 닷컴'이라는 블로그에 기고하며 다른 소시오패스나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일 수 있는 자그마한 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일련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낸 책이 바로 <나, 소시오패스>입니다. 2. 첫 시작부터 굉장히 참신합니다. 독자는 이제 막 도입부에 들어섰는데 대뜸 저자 자신이 과거 존 에덴스 박사로부터 검사 받았던 심리학적 진단 소견서를 보여주는데, 거기엔 저자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소시오패스라고 명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자는 처음 소시오패스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며 찾아오는 이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도 본인이 직접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존 에덴스 박사를 찾아갔다고 합니다. 한 가지 알아두셔야 될 사실은, 소시오패스라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으로만 발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친사회적이면서 성공한 소시오패스도 제법 많고, 적어도 소시오패스적인 인격 패턴이 사회에 순응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하더군요. 그렇기에 저자는 말합니다. "나는 소시오패스다, 당신처럼." 3. 저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원작의 영화인 나를 찾아줘(Gone Girl)의 여주인공 '에이미 던'의 모습이 저자와 닮았다는 생각이 이따금 들었습니다. 특별한 노력 없이 아이비리그에 입성하여 수석으로 졸업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자신과 믿음이 그대로 통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어메이징 에이미'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녀는 소시오패스의 '예외성'이 보편적인 일반인들에겐 반드시 먹히는 매력으로 정의하며 그 어떤 독자라도 자신을 한 번 보면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단언했습니다. 지금까지 읽어본 비문학 중에서 이렇게 깔끔하게 초반부터 휘어잡는 저자도 없었던 것 같네요. 4. 소시오패스는 현재까지 치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진단'이 아닌 '식별'해야 할 대상이고, 문제는 식별할 수 있는 검사항목마저도 오늘날까지 체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국 소시오패스는 누구라고 명확히 지목하기는 어렵다는 게 저자의 입장이었습니다. 5. 양심의 가책 및 공감능력의 부재, 위험추구적인 성향, 합리주의, 잦은 충동, 대인관계 속 무책임 및 잦은 거짓말 등 이들을 식별할 수 있는 변수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문제는 어떤 변수가 상관성이 높고 낮은지에 대한 분명한 검사도구가 완성된다 한들 이를 어떤 식으로 사회전체에 활용 할 것이냐는 점입니다. 소시오패스라해서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 차별하며 무리로부터 이들을 배제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쓸데없이 동정하며 이들을 감정적으로 대할 필요 역시 없다는 걸 저자의 글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들을 소시오패스라는 특수한 부류로 인식하고 '다름'을 인정하여 그에 맞는 태도와 행동을 취해주는 게 서로를 위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자면, 그들이 특수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소시오패스는 모두 똑같은 특질을 지니고 있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들이 특수한 건 소시오패스라는 부류에 속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디까지 보편적인 비소시오패스와 다를 뿐이기 때문입니다. 6. 결국 <나, 소시오패스>는 저자 M.E. 토머스가 오늘날까지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왔고, 어떤 경험을 계기로 소시오패스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보편적인 사람들과 어떤 점에서 이질적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7. 몰입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 육체는 같은 인간이지만 정신적으로 완전히 딴판인 새로운 존재를 인식하는 듯한 기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의 무덤덤하면서도 날이 선 얼음장같은 문체가 독자로 하여금 딴청을 피우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일례로 저자는 어린 시절 학대를 당했던 경험이 없다고 내내 언급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녀가 보고 느낀 경험은 엄연히 학대에 속하고, 대부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과연 어떤 의도로 저자는 이런 말을 한 걸까요. 8. 기본적으로 저자는 자기 자신을 후천적인 소시오패스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저자 부모의 변덕스러운 감정기복탓에 그녀는 의지한다는 건 너무나도 큰 도박이며,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걸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장남의 폭력성, 허수아비같은 둘째 오빠, 강박적 도덕관념을 지니고 있는 여동생 등 저자가 도대체 어떤 환경 속에서 무슨 영향을 받았을지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그 내막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9. ​"수많은 소시오패스가 '내 알 바 아니다'나 '내게는 나뿐이야'라는 지름길을 이용한다. 이 지름길로 들어선 소시오패스는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의 요구와 필요는 묵살하고 자신을 돌보는 것만이 자기 이익을 확대하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이와 같은 말이 본문에 담겨 있었는데, 오늘날 사회는 우리들에게 이런 삶을 살라고 무의식중에 강요하고 있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되더군요. 소시오패스를 정신병자로 보면서 그들처럼 살라고 하는 걸 보면 참으로 유쾌한 세상입니다. 10. 기소검사의 자격으로 재판에 설 때마다 재판장을 게임필드로 여기며 승소하기 위한 모든 요인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그녀 모습을 지켜보며 확실히 쓸데없는 감정을 배제하는 소시오패스의 기질은 실로 오늘날 사회에 최적화되어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능력을 갖추어야만 인간다움을 가질 수 있다지만, 애초에 사회보편적인 인간성을 갖추지 않는 소시오패스에게 있어선 이성과 합리성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늘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인재가 된 거 아닌가 싶습니다. 11. 저자를 비롯해 다수의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기질 덕에 경쟁중심의 시장에서 우위를 점친다고 하지만 등가교환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에 맞먹는 문제도 적지 않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바로 감정에 대한 이해인데, 감정이 무엇인지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질 못하는 이들은 사람이 자본인 21세기 속 기업에서 팀장 이상으로 승진하며 부하직원을 관리해야 될 때 상당히 애를 먹는다고 하더군요. 공적인 부문에 한해선 탁월하지만 부하직원들에겐 사적으로도 신뢰를 얻어야하는 직책이기에 감정이라는 아리송한 존재는 매번 걸림돌이 된다고 합니다. 12. "우리의 관계는 서로에게 긍정적이었던 듯하다. 그녀는 상처받기를 원했고 나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그녀가 더 깊은 타락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으니깐." 이처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공감능력의 결여는 비단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기류를 받아들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감정조차 해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분명 타인에게 피해를 줄 때마다 굉장히 논리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제 자신을 정상인이라고 믿는 저(?)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애초에 자신이 타당하다고 독자를 설득하려는 저자 본인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지를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입장을 바꿔서 생각하지를 못하는 걸 수도 있겠군요. 13. 다 읽고 난 뒤에 멍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짧은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소시오패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듯 싶어 새삼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저 자신과 비교하며 비소시오패스임을 증명하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 침식이라도 당했는지, 저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듯 싶어 잠시 일탈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스릴과 짜릿함도 이제 안녕이라 생각하니 솔직히 조금은 아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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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지고 좋은 글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순간 나도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인생관을 좀 수정해야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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