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상담소 주제는 ‘누리과정’에 대해서입니다. 입학 시즌이 되다보니 어머님들께서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바로 이 ‘누리과정’ 이라는 단어일 텐데요, 자세한 개념에 대해 알기 어렵기도 하고, 또 자주 접하는 영역이 아니다 보니 그냥 듣고 넘기시는 것 같아요.
며칠 전에 뉴스 기사를 검색하다 3~5세 학부모님들 중 누리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학부모님이 70% 이상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교육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무엇을 하는 지 이해를 제대로 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아이의 수업 내용에 대해 주체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게 되므로, 꼭 이해하고 넘어가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담을 진행할 때 어린이집과 함께 많이 여쭤보시는 내용이 ‘누리과정이 무엇이냐’는 것이었어요. 선생님들께서 많이 이야기하시고, 어린이집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내용이긴 한데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누리과정은 쉽게 이야기하면 아이들을 위한 교육 단계, 내용 표입니다. 아이들이 바로 이 교육과정에 따라 배우게 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처럼 교육과정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도 있는 것이지요. 사실 의무교육은 아니에요. 그러나 의무교육이 아니더라도 3~5세의 아이들 중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정부가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누리과정이라는 교육과정이 새로이 개편되어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중요하지만, 지원금 역시 매우 큰 관심사였습니다. 최근에 무리한 보육지원을 시행한 것이 아닌가, 보육대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지원금에 대한 문제가 많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지원금 문제는 다음에 다시 소개해 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먼저 누리과정이란 교육과정을 설명해 드릴게요.
누리과정은 기존에 두 가지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는 유치원 교육과정과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을 재구성하여 하나로 만들고,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누리과정은 의사소통. 신체운동. 건강. 사회관계. 자연탐구. 예술경험 이렇게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 영역별로 배워야 할 내용도 국가에서 제시해주었답니다. 하지만 운영은 기관의 특성에 따라 매우 유동적인 편이에요.
교육과정 내에서 이렇게 내용을 제시해놓은 부분을 ‘내용체계표’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의사소통 부분의 내용체계표는 다음과 같아요.


누리과정을 각 기관에서 운영할 때 정부가 이렇게 운영하라! 하고 알려주는 지침들이 있는데요, 그 지침은 아래와 같이 나와 있답니다.
1) 하루 3-5시간 기준으로 편성. 오전에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함. 2) 5개 영역을 균형 있게 편성. 기본생활습관과 바른 인성지도 3) 개별발달수준 경험 고려 일상생활에서 놀이 활동으로 통합적 편성 운영. 4) 다양한 실내외 환경을 흥미영역으로 구성 5) 년간, 월간, 주간, 일일의 계획에 의해 5세 특성에 맞게 융통적으로 편성. 운영 6) 혼합연령일 때 연령별(보육, 교육)로 통합하여 적절히 편성 운영 7) 유아와 가족의 성별, 종교, 가족배경, 민족, 신체조건 등의 편견을 배제하여 편성운영 8) 장애 정도와 능력에 따라 조정하여 편성, 운영한다. 9) 부모교육은 부모와 유아의 실정에 따라 다양하게 실시한다. 10) 가정, 유아교육, 보육기관, 지역사회의 협력과 참여를 기반으로 누리과정 운영. 11) 교사 재교육(연수, 모임)을 통한 교육활동 개선. 자체활동 평가결과를 다음 학년도에 반영편성. 범 교육 과정과 주제를 융통성 있게 반영한다. 12)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편성.
이 지침들을 보시고, 유치원에서 주는 커리큘럼을 보았을 때 이렇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참고하시면 매우 좋을 것 같아요. 4세반 5세반 통합되어 있는 반에 지금 아이가 다니고 있다면 교육 관련 내용이 더 많은지, 아이의 기본적인 보육에 내용이 치중되어 있는지를 살필 수도 있고 부모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을 볼 수도 있지요. 교육과정에서는 명시되어 있는 내용들이 얼마나 실제로 운영이 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지침이기도 하니까요.


(보건복지부에서 배포하는 리플렛이 있어서 가져와봤어요!)
엄마들이 가장 학교 전에 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글’이 아닐까 싶어요. 위에 내용 체계표를 어느 영역으로 보여드릴까... 하다가 의사소통 부분을 보여드린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어요. 자세히 읽어보시면 한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을 강조할 뿐이지 한글을 떼야 한다는 내용의 교육과정은 아니라는 걸 발견하셨을 거예요. 한글, 생활지도, 인성, 영어, 기초학습기능 등 엄마들이 신경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복잡하다고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교육과정 안에서는 아이가 학습을 얼마나 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돼서야 한글 떼기, 학습준비도 성숙 등의 내용이 등장하니 너무 재촉하지 않으셨으면 해서요.
한글을 재촉하지 않고, 아이들을 서서히 받아들이도록 배려한다.
이와 같은 취지는 좋지만, 이번 교육과정은 그 작성 내용과 과정, 지원금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해요. 교육과정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아이를 배려하는 느낌으로 매우 바람직하게 보이지만 초등학교 1학년에서 다루는 내용과 격차가 조금 있기 때문이에요. 한글에 관심을 가진 이후 학습에 대한 준비를 하고 그 후에 배워야 할텐데, 사이에 한 단계가 빠진 느낌이 크죠. 엄마들은 아이가 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불안할 수 밖에 없어요.
누리과정에서 의사소통 영역을 보면 말하기·듣기·읽기·쓰기가 있지만, 읽기·쓰기의 교육 내용은 문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친숙한 글자를 찾아보고 만 5살이 되면 친숙한 글자를 읽어보도록 하는 정도에 그치지요.
책읽기의 교육 내용도 ‘책에 흥미를 가진다’ ‘책 보는 것을 즐기고 소중하게 다룬다’ 등 책읽기 태도와 함께 ‘그림을 단서로 내용을 이해’하도록 하는 데 그칩니다. 쓰기 역시 글자를 쓰고 익히는 게 아니라 ‘쓰기 도구에 관심을 가지고 사용해본다’ ‘쓰기 도구의 바른 사용법을 알고 사용한다’가 교육 목표이자 교육 내용이 됩니다.
누리과정에서는 ‘한글에 흥미를 갖게 하는 교육’을 지향하는 반면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은 문자 습득을 전제로 짜여 있어요. 교육부는 사실상 교과서를 개발하면서 취학 전 아이들의 국어 능력을 제대로 연구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경화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과서를 개발하면서 취학 전 아이들의 국어 능력을 연구하는 것은 한글 교육의 출발점을 정하는 데 중요하고 필요한 연구지만,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2012년에 딱 한 차례 이뤄졌지만, 그조차 표집단위가 너무 작고 문항이 쉬워 신뢰하기 힘들다”며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마련하려면 취학 전 아이들의 국어능력진단검사를 정밀하게 또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어요.
엄마들은 이 사이의 간격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며 사교육에 의지하지요. 서점에서 글쎄 13개월 아이들을 위한 한글 지침서가 비치되어 있는 걸 보았어요. 13개월이면... 엄마의 사랑을 듬뿍듬뿍 받으며 세상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나이 아닌가요? 그때부터 한글을 공부... 글쎄요. 물론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어요.
아이가 준비가 됐을 때,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을 때 문자 교육을 해주는 것은 적절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가해지는 과잉교육은 학습에 흥미를 잃게 하는 것은 물론 창의력을 해치고 정서적 문제도 낳게 되지요. 언어를 받아들이는 시기는 아이마다 다르답니다. 4살 정도의 시기에 문자를 깨치는 건 전체 아이들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영재의 수준입니다. 아이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교육을 하게 되면 오히려 책읽기를 싫어하고 우울, 불안, 자존감 저하 등을 야기시킬 수 있어요.
5살이 되어도 뇌의 준비가 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김중훈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도 “유럽의 서로 다른 3개 언어에서 연구한 결과 7살에 읽기를 시작한 아이들이 5살에 시작한 아이보다 읽기 성취가 높았다는 결과가 있다”며 “뇌에서 읽기에 중요한 시각과 청각을 통합하는 부분은 5살이 돼도 활성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너무 빠른 조기교육은 아이의 뇌를 망가뜨리고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지적했어요.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면, 아이가 서서히 한글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아이가 스스로 궁금해 할 수 있는 선까지만 가르치고 알려주는 것이지요. 아이가 ‘이게 뭐야?’ 라고 스스로 물어보고, 물어본 것을 활용하여 이야기했을 때 많은 칭찬을 해 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학습에 흥미를 가지게 됩니다. 일단 쓰기에 재미를 붙이도록 그림이나 선긋기 등을 재미있게 해주세요. 조급한 것이 제일 독이 된다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지금까지 누리과정의 내용에 대해서 설명해 드렸습니다. 사실 누리과정은 최근에 아주 크게 이슈화되고 있는데요, 지원금과 관련해서 보육대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원금이 여러 지역에서 예산 확보를 하지 못하고 지방채에서 지출하도록 했던 규정 탓에 여러 지역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정부는 반드시 예산을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뚜렷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네요. 교사는 급여에 관해서, 학부모는 월 지원금에 관해서 불안하고 전전긍긍해 하고 있지요. 모쪼록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지만 당분간은 두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자료출처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내용 / 한겨레뉴스 교육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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