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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네가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소롬히 바라본다
나는 그 눈길마저 반가와 미소 띤 볼을 지으려했건만
막역함이 얼굴에 국국 누러붙는다
눈을 구부려 소소하게나마 웃어보았다
너는 그걸 다 안다는 얼굴로 비가 온다한다
노란 우산 아래에 맞잡은 손
다른 풍경은 모두 흑백이다
비오는 사월의 고백이었다
거꾸로 뒤집으면 그건 또 반이었다
절반을 돌려주는 게 내 사랑이었다
나의 오른쪽엔 네가 앉았다
밝았던 해는 없고 처량한 자리만 남았다
해가 지어도 또 그늘이 졌다
서늘지게 울어 한밤만 그득했다
잠자는 것을 안도삼는 나는
하루에도 누운다 뒤척인다 누운다 뒤척인다
그러면 네가 어느새 옆자리에 와 있다
그러면 까마귀도 울어 가고 개미도 뒷발을 들고 걷는다
네 얼굴도 소소하게 웃는 게 변함이 없다
나는 너로 자다 깼을 때 떠오르는 말을 옮겨적기가 힘들었다
쓸쓸하고 낮고 가난한 감정에
나의 혀는 짧고 건망해서
얼른 연필을 꺼내들지 않으면 적을 수가 없다
게다가 손은 어디두었는지 모르게 되었다
1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