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eunLee
4 years ago10,000+ Views
사람으로 태어나 하루를 시작하면서 그 일상은 모두 선택의 연속이다. 7시 알람에 눈을 떠 일어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이빨을 먼저 닦을지, 세수를 먼저 닦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신발을 신을지 오른쪽 길을 갈지 왼쪽 길을 갈지 등 나도 모르게 나는 모든 선택을 하며 산다. 단지, 이 선택이 아닌 경우에 닥칠 일들은 너무 사소하고 무의미하기 때문에 그것이 선택인지 조차 느끼지 못할 뿐이다.
비단 선택의 영역뿐만 아니다.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은 나에게 무의미한 것들이 된다. 퇴근 후 방에 들어오면, 눕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장식장 옆 작은 플레이모빌이 쓰러져 있는 사실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 플레이모빌이 첫 남자친구의 선물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밀란 쿤데라의 이 책에서는 ‘무의미’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주 내용은 4명의 친구들 이야기이고 그 속에 또 다른 이야기 ‘스탈린’이 등장한다. 140페이지의 짧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한 장 한 장 넘어가는데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밀란 쿤데라의 책답다. 의미있는 것들을 쫓다가 결국에는 무의미한 것들 까지도 모두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책 내용에서 올해로 85세인 쿤데라의 인생 철학을 다시 한 번 옅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나에게 무의미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무의미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말 그대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너무 모든 것을 신경 쓰고 살아서 피곤했던 적이 있다. 모든 것들에 ‘의미부여’를 했던 어린 시절에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의식하며 살았던 것이다. 옷, 날짜, 장난감부터 시작해 심지어는 전철역, 길거리, 버스까지 내 일상의 모든 것들에 ‘의미’가 담겨있었다. 한번 부여된 의미는 나의 삶 깊숙이 박혀 빼려 해도 웬만한 노력과 시간으로는 빠지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던가. 많은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살기위해 노력한다. 신경 쓰지 않고, 보지 않고, 생각하지 않아야 안 그래도 힘든 나의 삶이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다. 그러니 밀란 쿤데라의 충고와는 다른 삶을 사는 셈이 되겠다.
피곤하다. 많은 것들을 신경 쓰고 사는 삶. 하지만 그런 삶이 더 풍족하리라는 것은 안다.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무의미한 것들을 그냥 그대로 사랑하는 방법은 어떻게 터득해야 하는 것일까’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과제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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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sinamu92 아 감사합니다 :) 정말 충고대로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 그렇게 살지 못해 한탄스러울 뿐이에요 ㅠㅜ
정말 글을 아름답게 쓰시네요. 밀란쿤데라의 충고대로 살아가면 1분 1초를 온전히 느끼며 살아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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