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issue
4 years ago100,000+ Views
우리는 유독 '청설모'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지난 몇 해 동안 여러 주제의 글을 올리면서 다양한 반응을 지켜봤는데, 유독 한 가지에 대한 반응은 비슷했다. 바로 청설모가 싫다는 것이다. 이따금 청설모에 대한 글을 올리면, 일부 사람들은 청설모이기 때문에 글이 싫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린 왜 청설모가 싫은 것일까?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가족들에게 청설모는 나쁜 동물이라고 배우거나 들었다. 이유는 다양하다.
1. 외래종 청설모는 지난 70년대 외국으로부터 원목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들어와 크게 번식했다. 들어온 국가는 중국 일본 등으로 알려져 있다. 2. 동물을 잡아 먹는다 청설모는 한국의 토종 동물을 잡아먹으며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청설모는 한국의 토종의 (귀여운) 다람쥐를 주식처럼 잡아 먹기 때문에 청설모가 있는 곳은 다람쥐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위 두 가지가 청설모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다.
▲ 다람쥐... 귀엽다. 이것 외에 외모 때문에 청설모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청설모는 항상 다람쥐와 자주 비교되는데, 알다시피 청설모의 외모는 큰 덩치에 털이 비죽 나와 야생적이다. 이에 반해 다람쥐는 손에 들어오는 작은 덩치에 뚜렷한 줄무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외모 차이로 인해 청설모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앞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생태계 교란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청설모는 외래종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청설모를 황소개구리와 같은 '외래종'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사실은 다르다.
1. 이름 청설모의 학명은 Sciurus vulgaris coreae이다. 'coreae'는 한국을 나타내는 말로, 학자들은 청설모가 한국 특산종이라고 보고 있다. 2. 붓 붓은 청설모가 오랜 세월 한반도에 있음을 증명한다. 우리의 전통붓은 황모붓, 청모붓, 장액붓 등이 있는데, 이중에서 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황모붓을 최고로 치던 명품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청모붓인데, 이 청모붓의 재료가 청설모의 털이었다. 과거 조선시대 때는 중국으로 청설모를 공물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청설모는 근현대에 한반도로 넘어온 외래종이 아닌 것이다.

다만 청설모는 한국의 고유종은 아닌 특산종이다. 사람도 해외로 나가는데, 동물이라고 해외로 진출하지 못할까. 청설모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분포했지만 중국과 몽골, 시베리아 등에서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의미로 한국 호랑이도 고유종이 아닌 특산종이다. (참고로 고유종은 한반도에만 서식하고 다른 지역에는 서식하지 않는 종을 뜻한다. 우리 나라의 포유류 고유종은 4종 뿐이다)

청설모는 다람쥐를 잡아 먹지 않는다

사실 청설모와 다람쥐가 다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때론 두 종은 싸우기도 하는데, 원인은 인간인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뒤에 더 자세히 다루는 것으로 하고, 일반적인 경우로 봤을 때는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 먹을 이유도 싸울 이유도 없다.
1. 영역이 다르다 다람쥐는 주로 땅 위에서 생활을 한다. 반면에 청설모는 나무 위에서 생활을 한다. 2. 좋아하는 먹이가 다르다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청설모는 주로 나무에 달린 잣이나 호두, 벌레 등을 먹는다. 반면 다람쥐는 땅에 떨어진 도토리나 벌레 등을 먹는다. 선호하는 먹이도 달라 (청설모 - 잣, 다람쥐 - 도토리) 서로 먹이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 청설모와 다람쥐는 나무의 위와 아래로 사는 영역도 다르고 좋아하는 먹이도 다르다. 그런데 왜 청설모와 다람쥐의 대립 구조가 만들어졌고, 우리가 알던 오해가 발생했을까?

오해와 진실

방송 매체와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습, 업자들의 유언비어 등 다양한 이유들이 청설모를 나쁜(?) 동물로 만들었다.


1. 업자들의 유언비어 청설모의 주식은 잣과 호두, 밤 등이다. 그런데 작은 덩치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먹고, 빠르게 먹는다. 다섯 마리의 청설모만 있다면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잣나무 한 그루의 모든 열매가 거덜난다. 그런데 문제는 잣이 비싼 기호 식품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청설모는 '유해조수'(인명이나 가축, 농업, 수산업 등에 피해를 주는 동물)로 지정됐다. 그리고 관련 업자들은 청설모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외래종' 등)를 유언비어로 퍼트렸다. (한국과학기술정보원의 칼럼 참고) 2. 생태계에 악영향만 미치지 않는다. 근현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은 늑대, 여우, 담비, 삵 등을 무분별하게 사냥했다. 이런 인간의 노력(?) 덕분에 천적이 없어지자, 청설모의 개체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에 피해를 입는 것은 잣 등을 재배하는 농부들이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청설모는 인간에게 피해만 주는 동물일 뿐이다. 농사를 방해할 정도로 늘어난 개체수를 보며 일부는 청설모가 생태계의 교란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연의 입장에서 청설모는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동물이다. 우습고 슬프게도 청설모는 나중에 먹으려고 숨겨둔 먹이의 반 이상을 찾지 못한다. 그렇게 찾지 못한 씨앗이 매년 새로운 싹을 틔운다. 청설모의 바보스러운 면이 생태계의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3. 청설모가 많이 보일 수 밖에 없다. 산을 오르거나 숲을 거닐다 보면 다람쥐보다 청설모가 더 눈에 들어온다. 일부는 청설모 때문에 다람쥐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청설모는 다람쥐보다 저산지에 산다. 적당한 높이만 오르면 청설모가 더 많이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람쥐는 겨울잠에 자는 반면, 청설모는 겨울 잠을 자지 않는다. 사계절 중 한 계절은 다람쥐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음식을 만들기 위해 도토리를 대량으로 주워가는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을 가장한 채취꾼)들이 또 다른 원인이다. 가을마다 전국에 등산로에는 '도토리를 줍지 마세요'하는 플래카드가 걸릴 정도인데, 여전히 도토리를 주워가는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먹이가 줄어드니 다람쥐의 개체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4. 다람쥐와 청설모. 싸우긴 싸우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들의 무분별한 채취 활동으로 인해 다람쥐 뿐만 아니라 청설모의 먹이가 점자 고갈되고 있다. 이따금 두 종은 먹이를 놓고 다툼이 일어나고, 주로 힘이 약한 다람쥐가 이사를 가는 방식으로 조용히 마무리 된다. 그래서 다람쥐는 한적한 숲길이나 인적이 드문 산으로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간혹 청설모와 다람쥐는 싸울 때도 있는데, 과거 어느 방송 매체에서 그 모습(청설모가 다람쥐를 공격해 잡아먹었다)을 촬영해 방송에 내보낸 적이 있었다. 덩달아 청설모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한 농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옮겨 쓴 한 소설이 인기가 끌면서 청설모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가 생겨버렸다.
다람쥐와 청설모는 서로 안 싸워도 되는 종이다. 하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채취로 인해 싸우게 된 것이고, 이 모습을 포착한 인간이 청설모를 환경을 교란시키는, 귀여운 다람쥐를 잡아 먹는 악마로 만들었다. 게다가 인간의 농업 등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유해한 동물로 지정된 뒤, 그런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게 됐다. 청설모에 간한 오해와 편견은 인간으로부터 시작한 것이다.
여기까지 청설모와 관련된 오해에 풀어보는 시간이었다. 아래는 청설모와 다람쥐와 관련된 몇 가지 썰이다.

기타 정보

청설모의 영문 이름은 '한국 다람쥐'라는 뜻인 Korean squirrel 이다. 청설모를 왜 다람쥐라는 뜻을 지닌 squirrel를 붙였을까. 유럽과 아메리카 등에서 다람쥐는 잘 보기 힘든 특이한 다람쥐의 한 종이고, 일반적인 다람쥐는 바로 청설모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관점에서 다람쥐를 뜻하는 squirrel를 청설모에 붙인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다람쥐라고 부르는 녀석들은 영어로 squirrel가 아닌 치프멍크(Chipmunk)로 불린다.

참고로, 유럽과 아메리카의 이야기와 신화 등에서 등장하는 다람쥐는 우리가 아는 다람쥐가 아니라 모두 청설모다. 문학 작품 등을 읽을 때 다람쥐가 등장한다면, 얼룩 무늬의 작은 다람쥐가 아닌 청설모를 상상하면 된다.
위의 사진은 여러 커뮤니티에 널리 퍼진 것이다. 간혹 다람쥐가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다람쥐 뿐만 아니라 청설모는 잡식성이다. 견과류를 주로 먹지만, 육식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다. (위 사진과 어울리는 BGM으로 '산 꼴짜기 다람쥐 악의 다람쥐...'하고 부르는 동요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
▲ 왠지 청설모 사진으로 글을 마무리해야 될 것 같아서 데리고 온 녀석. 저작권 문제가 없는 한국 청설모 사진이 별로 없길래, 독일 다람쥐(=청설모)를 데리고 왔다.... 청설모도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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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되네요 ㅎ 베란다로 가끔씩 놀러오는 청솔모에게 먹이좀 줘야겠네요ㅎㅎ
무지에서비롯된 편견을 깨주시는군영. 감사합ㄴㅣ다
간혹 골프장에서 청솔모가나오면 퍼터를던져 죽이려는사람들도있어요 다람쥐를잡아먹는다면서 . 넘무식하고무지하다고 생각을했어요.. 그런인간은 더한것두 먹으면서요.. 개.닭.소.등..
아! 청설모가 그동안 외롭고 힘들었겠네요^^ 올바른 공부를 시켜주셔서 감사 합니다
그동안 안좋던 오해가 싸악 풀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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