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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법대생: 식빵, 밀가루에 관한 고찰

내가 굳이 식빵을 집에서 해먹어야겠냐... 라고 생각하신다면 사진을 다시 한번 보세요. 파X바X트에서 볼 수 없는 저 촉촉함을
저는 요리하는건 굉장히 좋아하는데 제과/제빵이랑은 물과 기름이에요. 요리는 재료 뭐 들어가는지만 알면 대충 때려 넣으면 완성품이 나오는데 제빵은 정확하게 안하면 망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일단 제 성격이랑 안맞고.. 결정적으로 일반가정에서 만들 수 있는 빵의 종류도 한정되어 있어요. 이유가 두 가지인데 (1) 보통 집에서 쓰는 오븐은 섭씨 200도 이상 올라가기가 힘들고 (2) 설사 만들더라도 오래두면 그 촉촉함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서 개고생을 하느냐! 먹는거 만드는데 이유가 별거 있나요 오감이 즐거우니까 하는거지. 빵이 구워질 때 피어나는 그 고소한 향, 오븐에서 갓 나온 노릇노릇한 빵을 손으로 뜯을 때 느껴지는 그 감촉, 아무것도 안바르고 입에 넣어도 혀에 퍼지는 그 포근함. 생각만해도 도키도키하네요. 지금부터 저랑 비슷하신 분들을 위해 레시피 없이 맛있는 빵 만드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밀가루에 대한 이해: 왜 홈베이킹은 어려운가

빵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선 밀가루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해요. 시장에 유통되는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의 차이는 글루텐 (gluten) 함유량에 있어요 (강>중>약 순서로 글루텐 함량 하향). 글루텐은 곡물에서 나오는 일종의 단백질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빵의 쫄깃함을 결정하는거에요. 제 생각엔 이 글루텐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거 같아요. 그 네 가지 경우를 보자면:
1. 강력분을 사용한다 (글루텐 함량이 너무 높다)
마트에서 밀가루 살때 "빵 만들려면 강력분 사야된다"고들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근데 강력분으로 제대로 된 도우 만드는 반죽은 제과점처럼 기계가 있다면 몰라도 집에서 손으로 하기엔 거의 불가능해요. 손으로 반죽하시는 분들은 중력분으로 하세요. 시간도 절약되고 인생이 편해집니다.
2. 반죽에 물이 부족하다 (글루텐 형성에 필요한 촉매제가 부족하다)
보통 도우가 너무 끈적거린다고 반죽하기 쉽게 밀가루 더 넣는 경우가 많은데 글루텐이 잘 형성되려면 물기가 많아야되요. 정 손이랑 주방 카운터에 들러붙는다면 올리브 오일을 조금만 발라보세요.
3. 반죽을 너무 안한다 (글루텐이 제대로 형성이 안된다)
이게 아마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인거 같네요. 원래 반죽 제대로 하려면 진짜 운동이에요. 적어도 20분은 계속 하드하게 반죽을 해줘야 글루텐이 많이 형성됩니다.
4. 너무 빨리 오븐에 넣는다 (효모 작용이 부족하다)
효모 작용이란게 반죽을 통해 형성된 글루텐 사이사이로 이스트가 이산화탄소를 주입시켜서 간격을 벌어지게 하는건데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으면 딱딱한 빵 나와요. 제빵은 인내심 테스트입니다. 지금 당장 먹어야 되는거 아니니까 천천히 느긋하게 ㅇㅋ?
이 네 가지만 주의하시면 성공적으로 빵을 만들 수 있어요.

내 손을 믿어라: 촉감으로 도우 만들기

딱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되요
1. 손에 들러붙는 척척한게 좋고
2. 감촉은 자연산 가슴같은
그럼 이런 도우를 만드는 순서 및 베이킹 과정 적어봅니다.
1. 이스트 한 팩을 따뜻한 물 한컵에 미리 풀어주고 설탕을 작은 숟갈 하나 정도 투척. 물 온도는 목욕탕 온탕정도가 가장 적당하구요. 잘 섞어준 다음에 15분정도 놔둡니다.
2. 반죽 섞을 통에 이스트 들어있는 물 반정도 양의 밀가루를 붓고, 이스트 들어있는 물도 부어서 같이 잘 섞어주세요.
3. 중요. 지금쯤이면 튀김반죽 같은 느낌이 날텐데 계속 밀가루를 조금씩 더하면서 섞어주세요. 그러다보면 어느새 위에 얘기한거 처럼 손에 들러붙는 척척하면서 포근포근한 느낌의 형체가 될겁니다.
4. 그게 완성되면 카운터에 엎어서 반죽을 해주세요. 겁나 해주세요. 땀 날때까지 해주세요.
5. 반죽이 다되면 아까 섞었던 통에 기름 좀 뿌리고 도우 투척해주세요. 그리고 타월 같은거 하나 덮어서 따뜻한데에 넣어주세요. 오븐 한 3분동안 틀었다가 바로 끄고 그 안에 통째로 넣어놓으면 좋아요.
6. 1시간 반 정도 기다린 후 도우를 카운터에 꺼내서 퍽퍽 공기를 빼주세요. 이때가 요리하면서 손으로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오르가즈믹한 경험일거에요. 공기를 뺐으면 김밥 말듯이 둘둘 말아줍니다. 빵틀이 있다면 거기에 넣어두시고, 없다면 그냥 오븐에 들어갈 베이킹 시트에 놔두세요.
7. 오븐은 190도로 맞추시고 190도에 도달하면 빵을 넣어주세요.
8. 30~35분 뒤면 완성!
한번쯤은 꼭 만들어보세요! 저도 귀찮아서 자주 안하지만 매번 매우 만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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