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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빵부터

2011년 무바라크 대통령을 몰아냈던 시위 때 시위대가 외쳤던 구호는 “빵과 자유, 사회정의”였다. 인구 9천만의 나라인 이집트에 식량이 부족한가? 꼭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면 자유와 사회정의는 그렇다 치고 왜 빵이 들어갔던 것일까?
이유가 있었다. 사실 아랍계 국가 거의 모두, 이슬람교/문화 외에 갖고 있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국가 보조금이다. 내가 살았던 나라도 그랬고 기본적인 먹거리(빵과 설탕, 식용유 등이 해당된다)에 국가 보조금이 상당수 투입된다.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는 의도는 대단히 선량한 정책이지만...
이집트의 경우는 고작(!) 인구 9천만의 국가가 세계 최대의 밀 수입국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집트인들이 빵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불합리한 보조금 시스템 때문이었다. 이전까지의 체계는 이러하다. 수입한 밀을 국가가 대단히 저렴한 값에 파는 방식.
직관적이고 간단하기는 하지만 이 구조는 빵가게만 이득을 취하는 구조였다. 저렴하게 사들인 밀을 다시금 암시장에 높은 값으로 판매했고, 그 이익이 컸기 때문에 하루에 실제로 싸게 팔아야 할 빵을 조금만 만들어 놓고 선착순으로 판매했었다. 즉, 물량도 딸리고 괜히 새벽부터 줄서야 하고, 싸우기도 하고 등등, 단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맨 처음 빵을 사재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시 암시장에 팔거나, 가축을 기르는 용도로 쓰인 거다. 얼마나 밀이 낭비됐는지 알 만하다.)
그 단점을 몰랐냐, 아니다. 다 알고 있었다. 무바라크와 그 뒤를 이어 권력을 잡았던 무슬림 형제단도 개혁을 하려 했지만 모두 다 실패했는데, 군사정권이라 지탄받는(!?) 알시시 대통령이(정확히는 칼리드 하나피(خالد حنفي) 배급부(!) 장관) 성공해냈다!
그 공신은 스마트 카드의 도입(4월부로 전국이 도입했다). 정부는 밀을 저렴한 값이 아닌, 아예 시장 가격으로 판매하고, 빵 가게들도 시장 가격으로 밀을 사간다. 다만 저소득 계층(이집트 국민의 80%에 달한다고 한다)은 스마트 카드를 지급받고, 하루에 한 명당 빵 5개씩 사갈 수 있도록 포인트(!)를 지급받는다.
즉, 빵 가게들은 어차피 밀을 암시장에 되팔 수도 없으니(실제로 이 제도 도입 후 밀 암거래가 싹 사라졌다고 한다. 역시 단속보다는 자본주의 체제가 최고다) 빵의 질을 높이는 데에 노력할 수 밖에 없었고, 소비자들도 줄 설 필요 없이 빵을 사면 됐다. 혹시 오늘따라 빵이 안 땡겨서 포인트가 남으면? 식용유 같은 다른 보조금 대상 제품을 사면 그만이다.
게다가 스마트 카드 지불 시스템을 갖춰야 하니, 자연스럽게 그동안 현금만 받던 빵가게들이 은행계좌를 트기 시작했다!
이거 중고등학교 정치경제 교과서에 올라야 할 사례가 아닐까. 대체로 보조금 제도가 경제를 왜곡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영리한 체계로 보조금 제도를 짜는 경우, 시장경제와 경쟁이 가미되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집트 정치인들 중, 칼리드 하나피 인기가 제일 높다고 한다. 자유와 사회정의보다 역시 빵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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