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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담배의 평행이론 II

만 24세 이하인 사람은 주류 광고에 출연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다.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큼지막하게 "아이유 광고 이제 못 본다" 등으로 말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으므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아이유는 오는 5월 16일, 만 22세가 된다!). 지난 3월에도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큼지막하게 집어 넣겠다는 논의가 있었고 거의 될 것처럼 보도되었으나 부결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오는 5월 1일 국회에서 재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술으로 돌아와보자. 사실 이번 법안을 발의한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2년 7월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그때는 만 25세 미만인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의 술 광고 출연을 금지하는 법안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보다 1살이 낮춰진 것이다. 광고수입이 끊길 20대 초중반 연예인들로부터 원망을 샀는지, 모를 일이다.
당대의 잘나가는 연예인들은 술 광고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8년, 참이슬은 출시와 함께 '산소 같은 여자'인 이영애를 앞세웠다. 이후 이영애의 눈웃음 섞인 "오늘 저녁 한잔해요"는 소주 광고의 교본이 되었다.
1998년 이영애
2000년 황수정
2002년 김정은
2004년 김태희
2007년 김아중, 이효리
2008년 손담비, 송혜교
2009년 하지원, 유이
2010년 이민정
2011년 신세경, 문채원
2012년 현아
2013년 공효진
2014년 신민아, 아이유로 이어졌다. 그해 어떤 여자 연예인이 떴다 하면 소주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거의 공식에 가깝다.
소주 광고의 핵심은 '깨끗함'이다. 소주를 마신 다음날 아침이면 소주만큼 역겨운 액체도 없지만, 소주업계는 거의 20년 동안 소주 광고에 청순한 여자 연예인을 등장시킴으로써 '소주 = 깨끗한 술'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조금 뜬금없지만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듣고 - 보고 - 가자. 이 뮤비에서도 여기서도 소주는 굉장히 깨끗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이런 것을 다 떠나서 한가인이 소주를 너무 예쁘게 마셔서 한번쯤 볼만한 뮤비다.
이번 법안 발의의 원인으로 김연아의 맥주 광고가 거론된다. 2012년 4월 김연아는 하이트 광고에 출연했다. 이에 중독정신의학회 등은 김연아의 광고출연이 사회의 음주문화를 부추기고 청소년의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건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2013년 7월 1일부터 민법 개정으로 미성년자 기준은 만 19세가 되었지만 그 전의 미성년자 기준은 만 20세였다. 그러니 1992년 태어난 현아의 2012년 소주광고 출연은 갓 성인이 된 아이돌의 소주 광고 출연이었던 것. 이에 심지어 서울시가 제동을 건다. "술 광고에 아이돌 모델을 쓰지 말아달라"는 서울시의 권고에 롯데 주류는 결국 현아의 광고를 내린다.
주류업계는 젊은 여자 연예인을 기용함으로써 술의 이미지를 순화하고, 여자 연예인들은 소주 광고에 출엲암으로써 깨끗함, 청순함 등 긍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20~30대들에게 빈번히 노출된다. 서로 득이 되는 거래다. 그랬기에 둘은 이토록 오랜 기간동안 끈끈한 유대감을 과시해왔던 것이다. 만일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아이유 소주는 2년 후에 다시 볼 수 있다.
이제 담배 이야기로 긴 글을 마무리해 보자. '술담배'라는 사회악적 단어가 무색할만큼 담배 광고는 찬밥 신세다. 담배 광고에 등장하는 연예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성지를 보다보면 간신히 찾아볼 수 있는 담배 광고에도 외국인 모델이 출연하거나, 혹은 사람이 아예 없다. 담배가 무지막지하게 확대되어서 멘솔이라면 그 청량함을, 일반 담배라면 그 진함을 어필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다 올 상반기 중 편의점 등 담배 판매점에서도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담배에 대한 규제는 술에 대한 규제보다 강하다. 하지만 둘의 위험성, 사회에 - 혹은 인간관계에 - 끼치는 악영향을 비교해 봤을 때 술이 딱히 담배보다 나은 것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가성비도 안 좋은 것 같다. 아무튼 승승장구하고 있는 술도 언젠가는 담배처럼 취급될 것인지, 반대로 담배가 술처럼 대우받을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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