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자르의 한 방에 무너진 애석한 맨유
1. 경기 정보
2015.04.19. 일 (한국 시간)
스탬포드 브릿지
SBS Sports 생중계
첼시 1-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 선발 라인업
첼시 (4-2-3-1) : 쿠르트와/아즈필리쿠에타, 테리, 케이힐, 이바노비치/마티치, 주마/아자르 (교체 윌리안), 파브레가스 (교체 미켈), 오스카 (교체 하미레즈)/드록바
파브레가스를 올리고 주마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뒀다. 로익 레미는 안타깝게도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대신 도미닉 솔란키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4-1-4-1) : 데 헤아/쇼 (교체 블랙켓), 맥네어, 스몰링, 발렌시아/루니/영 (교체 디 마리아), 펠라이니, 에레라, 마타 (교체 야누자이)/팔카오
루크 쇼와 패디 맥네어, 라다멜 팔카오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비진의 출혈이 크자 웨인 루니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안정감을 부여했다.



3. 승부수에서 갈린 승패
선발 라인업부터 승부수가 보였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중원 싸움에서 한 차례 승리한 적 있었던 맨유가 캐릭의 대체 자원으로 루니를 택했고, 라다멜 팔카오를 원톱으로 기용하는 수를 두면서 재밌는 선수 구성을 보였다. 첼시 역시 주마를 센터백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중원 싸움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철저한 사전준비는 경기 내용에서도 엿보였다. 중원 싸움에 치중한 만큼 미드필더들 간의 공중볼 경합도 치열했고, 몸 싸움도 격렬했다. 점점 분위기가 뜨거워져가는 가운데 먼저 축포를 올린 건 첼시였다.
언제나 그랬듯 오늘 경기에서도 첼시는 전방 압박을 강하게 가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선취골이 터졌다. 팔카오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 존 테리가 강하게 붙어 볼을 뺏어냈고 파브레가스에게 전달해줬다. 파브레가스는 툭툭 치고 나가며 중앙의 오스카에게 길게 찔러줬고, 오스카는 등 뒤로 쇄도하는 아자르에게 감각적인 백힐 패스로 내주면서 일대일 찬스를 선물해줬다. 정확히 두 번 터치한 아자르는 데 헤아 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밀어 넣으며 선제골로 연결했다. 마치 아스널의 패싱 플레이에 첼시의 압박을 더한듯한 그림이 그려졌다.
전반 막판에 터진 골이었기 때문에 맨유에게는 만회할 시간조차 부족했고, 팔카오가 번뜩이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골대를 위협하긴 했지만 골로는 연결하지 못했다. 그렇게 전반전을 1-0으로 마쳤다.
전반전에 데워놓은 분위기 때문일까, 후반전에는 더 뜨거운 경기 양상을 보였다. 맥네어의 패스 미스로 얻어진 드록바의 일대일 찬스는 절묘한 칩 슛 혹은 패스에도 불구하고 아자르가 골대를 맞추며 골로 연결되진 못했고, 맥네어의 야심찬 슈팅은 쿠르트와 키퍼의 선방에 막혀 동점골로 이어지진 못했다. 순간적으로 첼시의 수비 집중력이 흔들렸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노마크 상태로 있던 펠라이니가 중앙으로 쇄도하는 루니에게 내주면서 슈팅을 허용하기도 했다.
좋은 공격 찬스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골로 연결하지 못하자 루이스 반 할 감독은 마타와 영 대신 야누자이와 디 마리아를 투입하는 과감한 수를 뒀다. 첼시는 아자르가 중심이 돼 맨유 수비진을 휘젓는 가운데, 맨유의 팔카오가 종종 번뜩이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첼시 수비진을 위협했다. 바디 페인팅만으로 수비를 벗겨내 사각에서 골대를 맞춘 것은 첼시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했다.
첼시는 '마무리 투수' 존 오비 미켈과 하미레즈를 투입하면서 수비적인 자세를 취했고, 맨유는 볼만 잡았지 효율적인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다. 후반 막판까지 그렇게 흘러가던 중, 안드레 에레라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스몰링이 페널티 박스 왼쪽으로 쇄도하는 팔카오에게 길게 찔러줬고, 팔카오를 마킹하던 이바노비치의 등에 맞으며 볼은 튕겨져 나갔다. 그런 상황에서 뒤쪽에서 볼을 잡아내려던 에레라와 걷어내려던 케이힐이 부닥쳤는데 그 과정에서 에레라가 넘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마이크 딘 주심의 판정은 에레라의 다이빙 선언. MOTD의 패널, 로비 새비지의 말을 인용하자면 에레라가 케이힐의 발을 찼고, 의도적으로 걸려 넘어진 척 한 거라고 한다.
영리한 에레라의 다이빙 해프닝이 끝이 난 후, 휘슬이 울렸다. 스승 루이스 반 할 감독은 루니 중미 기용이라는 승부수를 뒀고, 제자 조세 무리뉴 감독은 주마 중미 기용이라는 승부수를 뒀는데, 맨유는 캐릭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첼시는 코스타 없이도 골을 넣을 줄 안다는 것을 보여줬다. 명실상부 에이스 에당 아자르의 올해의 선수상이 가까워 보이는 경기였다.

4. 우승에 더 가까워진 첼시, 한 발짝 물러난 맨유
전반기에 주춤했다가 후반기에 매섭게 몰아 붙이며 상위권으로 올라온 맨유지만, 안타깝게도 우승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나고 말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직은 희망이 있지만 그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선두 첼시를 꺾었더라면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겠지만, 현재로선 '임성한 작가'의 막장 시나리오가 아닌 이상 맨유의 우승은 보기 어려울 듯싶다.
조금 더 수치적으로 접근해보자면, 현재 첼시와 맨유의 승점 차는 11점. 맨유의 잔여 경기는 5경기 전승을 거둔다는 가정 하에 15점을 따낼 수 있다. 하지만, 첼시가 2승 이상을 거두게 되면 맨유는 전승에도 불구하고 우승컵을 눈앞에서 놓치게 된다. 게다가 맨유의 잔여 일정에는 아스널과의 경기도 있다. 어쩌면 챔스 직행 티켓을 따기 위해 3위를 유지하는 것이 맨유로선 최선의, 최고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 첼시전을 곱씹게 하는 현실적 방안이다.
반면에 첼시는 우승 길이 텄다. 첼시를 바짝 쫓아오던 아스널과의 경기를 앞두고 6연승 중이던 맨유를 꺾어냈고 또한 승점 3점을 추가하면서 자력 우승 확정을 더 빨리 지을 수 있게 됐다. 추격 중인 아스널이 전승을 거두더라도 첼시가 3승 이상만 거두게 되면 자력 우승 확정이다. 현재 첼시와 마찬가지로 한 경기를 덜 치른 아스널의 승점은 66점으로 첼시와 10점 차다. 거기에 잔여 6경기를 모두 승리를 거둔다 해도 18점, 우승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게다가 아스널은 첼시, 맨유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다음 경기인 아스널전에서 첼시가 승리를 거두기만 해도 첼시는 우승까지 두 경기를 앞두게 된다. 어쩌면 싱거운 시즌 말미가 될지도 모르겠다.
말은 이렇게 해도, 축구공은 둥글기에 끝까지 지켜봐야 된다. 요기 베라의 명언처럼 경기도, 시즌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1-12 시즌, 맨시티가 QPR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거둘지 누가 알았겠는가. 44년 만의 기록이 다시 갱신돼듯, 축구판도 어떻게 굴러갈지 모르는 법,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반가웠어요' 김민지 전 아나운서, 알렉스 퍼거슨 경, 박지성
5. 앞으로의 첼시
톰과 제리라는 비유도 맞지 않는 듯싶다. 아웅다웅하는 앙숙 관계를 넘어서 천적 관계에 가까운 아르센 벵거 감독과 조세 무리뉴 감독이 다시금 마주친다. 매번 당하기만 한 벵거 감독의 아스널이 첼시를 홈으로 불러들어 경기를 치르게 되는데, 이번 경기도 승점 6점짜리 경기다. 벌써 12경기 째 마주치게 되는데, 여기서 벵거 감독이 이긴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다. 이중 5경기만을 비겼으며, 나머지는 무리뉴 감독이 승리를 거뒀다. '관음증 환자'니 '실패 전문가'라니 등 비아냥거리는 그 태도를 뜯어고치고 싶은 벵거 감독이 독을 품어야만 승리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1차전에서는 점잖기로 소문난 벵거 감독이 무리뉴 감독의 멱살을 잡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몸이 아닌 경기력으로 한풀이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더 많은 칼럼과 정보를 원하신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