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hash
4 years ago5,000+ Views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라는 물음에 나는 항상 양자(兩者) 사이에서 갈등해왔다. 무위의 삶과 유위의 삶이 그것이다. 도가(道家)에서는 언제나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릴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천지자연과 같아져서 그 수명이 끝이 없게 되고 병이 틈타 들어올 수 없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신선이 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이와 같은 삶을 이상적인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마치 산 속에 있는 고요한 호수와 같아져서 이 세상 일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그저 조용히 살게 될 것이다
드래곤 라자라는 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엘프가 숲을 걸으면 그는 나무가 된다.
인간이 숲을 걸으면 오솔길이 생긴다.
엘프가 별을 바라보면 그는 별빛이 된다.
인간이 별을 바라보면 별자리가 만들어진다.
인간과 엘프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문장이다. 신선을 서양 판타지식으로 하면 엘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둘은 유사하다. 작중에서 엘프는 자연과 더불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종족이다. 그래서 인간보다 더 오래 살며 자연이 주는 축복을 누린다. 그러나 엘프보다 훨씬 더 짧은 삶을 사는 인간들이 엘프보다 더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인간의 욕심이야말로 세상에 많은 것을 만들어내고 깊이 패인 족적을 남기는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짧은 삶이라고 해도 후대에 길이 미칠 영향을 남긴다면 끝없이 살면서 있는 듯 없는 듯 한 것보다도 낫지 않을까? 산 속의 호수처럼 고요하고 오랫동안 살 것인가,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금방 사라지는 불꽃 같은 삶을 살 것인가... 둘 중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커다란 기회비용이 있으니 참 어려운 일이다.
나는 짧은 삶을 살았더라도 후대에 길이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흠모한다. 그런 사람들의 업적이 정말 위대하고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도서에 보면 이 세상 만사는 모두 헛된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의 관점에선 굉장하고 가치있어 보이는 것들이, 영원하고 절대적인 관점에서는 티끌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나는 유한한 세상에 갇혀 영원한 세계의 절대적인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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