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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D가 말하는 ‘저장매체 진화의 법칙’

PC 저장매체의 지배자는 HDD(Hard Disk Drive), 하드디스크다. HDD는 SSD 등이 주목받으면서 세간의 관심에서 밀려난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시장에선 여전히 성장하는 역설적 상황을 만나게 된다. HDD의 현재와 미래, 저장매체의 변화에 대해 짚어본다. ◇ SSD 일색의 PC 시장, 그러나…=PC 시장은 어느덧 SSD(Solid State Drive)와 HDD(Hard Disk Drive) 사이의 균형을 찾은 모양새다.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르던 SSD 가격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아지자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제조사마다 매력적인 성능과 용량을 갖춘 제품을 선보이며 또다시 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 SSD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HDD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사실은 마니아 사이에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오랜 기간 가격이 현실화되지 못했던 탓에 SSD에 대한 소비자의 환상은 오히려 커지는 계기가 됐다. ▲ 지금은 HDD와 SSD가 공존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DD 시장이 축소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 크기와 용량이 거대해졌기 때문이다. 빠른 SSD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256GB 정도 제품이라도 운영체제와 앱 몇 개, 중요한 데이터를 보관하면 더 이상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 대부분은 이미 테라바이트(TB) 급으로 발전한 HDD를 백업용이나 각종 멀티미디어 파일 저장 공간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여기에 PC의 빠른 성능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체제 드라이브로 SSD를 곁들인다. 적어도 PC에선 SSD를 운영체제용으로, HDD를 백업용으로 사용하는 환경은 현 시점에서 적정한 가격에 최상의 성능과 저장 공간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더 현실적인 선택지도 있다. SSD의 빠른 성능과 HDD의 방대한 용량, 이 둘을 효과적으로 결합한 각종 하이브리드 드라이브가 바로 그것. 씨게이트 SSHD와 WD의 듀얼 드라이브는 모두 이런 컨셉트로 출시된 차세대 제품이다.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는 설치공간이 부족한 시스템에 더 효과적이다. HDD와 결합된 형태이므로 드라이브 하나로 빠른 성능과 대용량 저장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2개 이상 드라이브 설치 여력이나 공간이 없는 시스템이라면 SSHD나 듀얼 드라이브는 분명 효과적인 업그레이드 채널이 될 수 있다. 이렇듯 탁월한 성능을 갖춘 SSD와 각종 하이브리드 드라이브까지 나온 상황인 만큼 자연스레 HDD 시장이 축소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HDD 시장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던 시점부터 오히려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 오히려 복잡해진 HDD 라인업=PC 저장 매체 시장은 종류로 따지자면 SSD와 HDD가 사이좋게 양분한 모양새다. 과거 HDD를 가늠하던 잣대인 성능 역시 이젠 SSD 몫이다. 운영체제용 드라이브는 성능이라는 잣대에서 벌어날 수 없기 때문. 시스템 하드웨어 중 가장 느린 축에 속하는 저장매체라면, 반대로 조금만 성능 향상이 이뤄져도 체감폭이 크다는 뜻인 만큼 소비자는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가격과 용량이라는 변수를 더해 제품을 따지기 마련이다. 반면 HDD는 예전처럼 빠른 성능으로 경쟁하지 않아도 괜찮아졌다. 시스템 운영체제용은 SSD로 옮겨갔고 이젠 저렴한 가격에 더 넓은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제품, 오래 써도 문제가 없는 안정성 높은 제품으로 선택 기준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보통 HDD에는 덩치 큰 멀티미디어 파일이나 각종 데이터 백업이 이뤄진다. 이제 HDD 선택의 중요한 요소는 용량이 되고 있는 것. 여기에 데이터 크기가 거대해져 한 번 유실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안정성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게 따져봐야 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 최근 주목 받고 있는 NAS 전용 드라이브 이렇게만 본다면 기존 HDD 시장 일부를 SSD가 잠식한 형태로 해석되기 일쑤다. 그렇다면 의당 SSD 시장의 확대만큼 HDD 시장은 축소됐어야 옳을 일이다. 과연 그럴까. 소비자가 느끼는 인식과 시장 상황의 괴리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최근 HDD 시장은 ‘교통 혼잡’ 상황이다. 한창 때에도 없던 다양한 제품과 라인업이 복잡하게 뒤얽혀있는 양상이다. PC용 바라쿠다 시리즈와 엔터프라이즈용 치타 시리즈를 만들던 씨게이트는 서베일런스(Surveillance), SV35, NAS HDD, 엔터프라이즈 NAS(Enterprise NAS), 엔터프라이즈 캐패시티(Enterprise Capacity) 등 도무지 알기 힘든 복잡한 라인업을 출시하고 있다. BGB 마케팅으로 나름 효과를 보았던 WD 역시 라인업을 더욱 확장해 레드(Red), 퍼플(Purple) 등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HDD 시장이 침체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단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시장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는 신호일까. ◇ 클라우드·시큐리티, 빅데이터의 시대=누구나 한두 개 정도는 사용하고 있을 SNS(Social Network Service) 서비스. 수억 명이 매일같이 쓰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생각해보자. 엄청난 속도로 생산되는 데이터는 분명 어딘가에 지금 이 순간에도 저장되고 있다. EMC와 시장조사기관 IDC 공동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총 데이터의 양은 4.4조GB였지만 오는 2020년에는 10배가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데이터를 만들고 소비하는 패턴은 변했지만 그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예전에는 소비자가 생산한 데이터를 스스로 저장하고 관리했지만 이젠 서비스 제공자가 데이터를 저장해주고 사용자는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꺼내 쓰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어쩌면 이런 변화가 HDD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또 다른 이유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각종 사회안전망을 갖추는데 필요한 장비가 디지털화되면서 새로운 영역에서의 저장 공간 요구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제는 어디서나 쉽사리 찾아볼 수 있는 CCTV 영상을 모두 HDD로 저장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제조단계마다 만들어진 부품이나 제품을 검수하고 불량을 판단하는 역할 역시 고도로 발전한 카메라와 분석 소프트웨어가 맡는다. 또 이런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저장장치가 또다시 필요해진다. ▲ 클라우드·빅데이터 전성시대다. 지난 몇 년 사이 빅데이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마다 빅데이터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사실은 오늘날 거대해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고자 의도한 데서 출발하는 기법이라는 사실이다. 과거와 달리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월등히 빠른 속도로 거대한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지금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빅데이터라는 말로 시작된 셈이다. PC를 넘어 살펴보면 데이터는 여러 형태로 폭증하기 시작했고 이는 스토리지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비록 개인용 PC에서 HDD의 중요성은 줄어들었지만 사회적으로 폭증하고 있는 엄청난 데이터 저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저장장치로 HDD는 그 모습을 일신하고 있다. ◇ “세상을 저장하려는 시대”=이렇듯 간과했던 이면에는 모두 데이터가 있다. 그것도 이전보다 더 거대해졌다. HDD에 대한 관심을 멈출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사방에서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고 용량은 과거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HDD 라인업은 이렇게 폭증하는 데이터에 대한 업계의 대응인 셈이다. 다양해진 환경에 적합한 특성을 갖춘 HDD를 만들기 위한 방법론 가운데 하나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 개인 차원의 데이터 관리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중요한 개인정보가 담긴 데이터가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면 상황에 따라 심각한 개인정보나 사생활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연일 터져 나오는 각종 정보유출 사고, 심지어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되어 있던 사생활 영상이나 이미지 유출 사고도 빈번하다. 이런 이유로 NAS 등을 이용한 개인용 클라우드는 실패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과 달리 최근 점차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극히 개인적인 데이터를 이제는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소비자 나름의 방어책인 셈이다. 이런 점도 소비자 시장에서 HDD가 SSD에 밀리던 과거와 달리 새로운 관점에서 재조명되는 데 한 몫 한다. HDD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사이 정보와 각종 데이터, 아니 “세상을 저장하고 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릴 듯하다. PC에서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다시 개인이 원하는 대로 저장하고 어디서 꺼내 쓸 수 있는 NAS 등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HDD가 세상을 담는 최적의 도구로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등 데이터 폭증 시대를 맞고 있는 만큼 대용량 저장매체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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