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소매 / 이수명
어떤 소매엔가 계속 매달리던 기억
집안이 텅 비어 있었지. 배달되어 온 상자를 사랑해요 먹은 뒤에야 칼로잘린 빵들
잃어버린 귀는 흘러 다니며 돌처럼 무거웠다.
내가 서 있는 계단이 너무 납작해져서 그를 반납해야 했다.
어떤 무늬는 기억을 버리고 시작된다. 기억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비명의 무늬를 멀리 흘려 보내고 나서야 비명이 나타났다.
상자를 떨어뜨렸을 때 쏟아지는 네모들, 네모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이 세계 어딘가에서 하나의 깃털이 떨어져 내리고
딱딱한 팔이 그리워
교각을 돌 때마다 갓 태어나는 소매들
소매를 잡아당기면
소매가 휘청 무너지던
누군가의 긴 소매에 계속 매달리던 기억
(사진 : Anna di Pros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