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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게임이론

한스-베르너 진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간단히 말해서 남유럽 돕지 말라는 대표적인 독일 경제학자이고 FAZ에서 항상 1면에 모시는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이 양반 말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아실 것이다.
(메르켈 입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게 보여서다. 물론 그렇게 비난과 비판을 혼동하는 학자의 역할도 분명 있다고 이해한다.)
이 양반이 며칠 전에 대단히 재미있는 글을 하나 올렸다. 그리스의 총리/재무부장관이 흔히들 말하는 Good Cop/Bad Cop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가 승리하리라는 결론이다.
자, 결론은 같지만 슈피겔의 볼프강 뮌샤우는 다른 논리를 내세웠다(참조 1). 먼저 기사 링크를 한 한스 베르너 진의 논리부터 보자.
진의 논리는 이렇다. 그리스인들이 그리스 은행에서 돈을 꺼내갖고, 유로화로 표시된 해외자산(주로 서유럽, 결국은 독일과 프랑스다)을 구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전에 전혀 다른 주제에서 언급한 바 있는 TARGET 시스템(참조 2) 때문에 이는 다른 유럽 중앙은행의 돈으로 메꿔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리스 정부는 이를 의도적으로 통제하고 있지 않다. 중점은 “의도적”에 있다. 우리 망하면 너네 은행들 다같이 망한다는 협박을 위해서다. 하지만 뮌샤우는 다른 논리다. 현재 그리스 정부가 영악하게 행동하는 건 맞지만, 결국은 그리스 정부의 협박이 아니라 유럽 은행들의 현실 때문에 결국 채무조정(Schuldenschnitts, 쉬운(?) 말로 헤어컷)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조건으로 타결되리라는 얘기다.
물론 결론은 같다. 그리스가 생각보다 똑똑하다는 얘기인데, 한스 베르너 진의 “자본 탈출론”은 흥미롭기는 하되 저양반이 정말 저걸 믿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 아마 뮌샤우도 그점을 알고 있지만 직접 까진 않았다고 본다. 그리스의 자연인/법인이 지금 “자본 탈출”을 할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로 위기가 난지 몇 년 째인가? 그동안 그리스 은행 계좌의 자본 이동은 계속 모니터링돼 왔고 앞으로도 감시 받을 터이기 때문에 실제 그리스 내 “뱅크런”은 해외 계좌가 아니라 그냥 자기 집 침대로 갈 뿐이다(참조 3). 즉, 현재 제일 유력한 시나리오가 “유로를 탈퇴하지 않은 채 디폴트하기”인데, 이런 시나리오가 나온다는 자체로도 실제 “자본 탈출”을 상당수 막았으리라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이런 와중에 동에서는 러시아가, 서에서는 영국이(...) EU를 뒤흔들고 있으니, 정말 뉴스를 계속 볼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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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2. 독일과 러시아(2014년 7월 22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2527583024831 TARET은 유로든 비유로든 모든 유럽 은행들을 묶는 시스템이다.
3. 그리스 신문의 풍자 그림이다. ATM이 침대, 매트리스와 연결돼 있다. 그리스인들의 해외 계좌 트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http://www.kathimerini.gr/817136/sketch/epikairothta/politikh/skitso-toy-dhmhtrh-xantzopoyloy-2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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