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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늘도 성장하는, 배우 김호원

고교 야구 선수에서 드라마 조연출로,

연극 배우에서 단편 영화 감독까지,

오늘도 성장하는 배우, 김호원

영화 <글러브>에서 봤을 때에는 실제로 야구 선수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보니 또 다른 느낌이다.
최근에 머리를 바꿔봤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다.(웃음) 야구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 당시 같은 팀으로 나왔던 배우들 중 상당수가 선수출신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이고.
꽤 독한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
얼마전에 뉴스에서 봤는데, 1미리 짜리를 피우나 6미리 짜리를 피우나 결국 몸에 나쁜 건 똑같다고 하더라.(웃음) 어차피 똑같으면 맛이 더 좋은 걸 피우는 게 나은 것 같다. 담배를 끊어보려고 전자 담배를 샀던 적도 있는데, 지금은 자기 전에 누워서 피우는 용으로 쓰고 있다. 재가 안떨어져서 좋다.(웃음)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 선수였다고 들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렸을 때부터 계속 야구를 했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유격수였고, 고등학교 때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투수로 전향했다. 1학년 때에는 키가 170cm도 되지 않아 힘들겠다고 생각했지만 투수로 전향한 이후 짧은 기간 동안 키가 12cm 가량 자라면서 힘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이대로 야구를 계속하기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 대학 진학도 포기하게 됐다. 그러던 중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만 해왔을 텐데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려고 한 해 재수를 할 생각이었는데 집안의 반대가 심해 재수는 할 수 없었다. 한 달 짜리 입시 학원을 다니면서 진학을 준비했지만 한 달만에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웃음) 결국 원치않게 입학한 학교는 두 달만에 자퇴했고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드라마 조연출로 일하게 되었다. 조연출로 일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 조연출 막내가 하는 일은 촬영 두 시간 정도 전부터 대본 프린트, 세트 같은 잡다한 것들을 준비하는 일이다. 많이 혼나기도 하고, 잠도 거의 못자면서 일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정말 힘든 일이다. 하지만 당시에 선배님들의 연기를 바로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웠고, 방송 연기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수 있었다.
2009년부터 극단 'Soulmate'에서 활동했다. 방송 연기를 공부하다가 연극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조연출로 일하다가 군대를 갔다왔을 때 아는 분이 극단에 조명을 잡을 사람이 없는데 해볼 생각이 있냐고 연락을 해주셨다. 당연히 하고 싶다고 했고, 그게 극단 'Soulmate'에 들어가게 된 계기다. 들어가서는 6개월 정도 조명을 잡고, 걸레질도 하면서 잘 보이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웃음) 그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이례적으로 1년도 되지 않아 입봉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공연 전 무대에서 바람잡는 일부터 하다가 창작극 <소심한 가족>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로 3년 반 정도는 공연을 쉬지 않고 이어서 하게 되었다. 돈은 거의 못벌어서 포스터 붙이는 것부터 밧줄을 타고 빌딩 창문 닦는 것까지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지만 그래도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극단에서 별명이 '꼴통'이었다던데?(웃음)
내가 사고를 너무 많이 쳐서.(웃음) 한 번은 박노식 선배님과 아버지와 아들 역할로 공연을 할 때였는데 그 전날 선배님이랑 둘이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리허설 때까지 술 냄새가 날 정도였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혼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는데 공연 도중 대화 장면에서 서로 대사를 잊어버려서 한 20초 정도 아무 말도 못했다. 서로 얼굴만 보고 있고 나는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했는데 관객들이 웃으면서 좋아해줘서 다행히 잘 넘어갈 수 있었다. 다른 공연에서는 암전이 된 상태에서 소품이었던 나무에 눈을 찔려서 더듬거리며 길을 찾다가 객석까지 간 적도 있고, 그물을 자르고 멋지게 퇴장하는 장면에서 그물이 발에 걸려 그물을 묶어놓았던 세트 밖에 있는 원터치 텐트까지 같이 끌려온 적도 있다. 문제는 내가 실수를 할 때마다 하필 진지한 장면이었다는 거다.(웃음)
2011년에 영화 <글러브>에 출연했고, 극단을 나온 뒤부터는 단편 영화에서 감독, 주연, 조연으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영화로는 어떻게 진출하게 됐나?
영화 <글러브>는 대학로 <난타>팀에서 만든 야구팀 선배님들을 통해 알게 됐다. 야구팀에서 김원해 선배님과 장혁진 선배님이 <글러브> 오디션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곧바로 오디션에 지원했다. 그런데 청각 장애인 야구팀에 대한 영화이니 대본을 수화로 표현해 오라고 하루 전날 연락이 왔다. 하루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당황했는데 마침 친구가 대학에서 수화 동아리를 하고 있어서 대본을 보내주고 친구가 찍어준 동영상을 보며 연습해 다행히 합격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건 너>는 첫 연출작이었는데 나는 연출에는 잘 안맞는 것 같다.(웃음) 연출을 하면서 느낀 건 연기를 할 때와 모니터로 배우들을 볼 때의 시선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연기를 할 때 그 경험이 분명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은 연기를 쉬고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
얼마전까지 7097ACTORS 아카데미에서 연기를 배웠다. 하지만 생활적인 문제, 누가 뒤에서 받쳐 주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잠깐 쉬는 중이다. 하지만 연기는 계속 할거고, 언젠가 할 수 있다면 7097ACTORS처럼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연습실을 만들고 싶다. 이건 꿈이라기 보다는 목표다. 연기를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지만 여건이 안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일단은 앞으로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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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우리를 부르지 않는 곳에 우리가 있다.
3일 후면 이사를 해야 했기에 파리로 돌아온 다음 날 바로 매트리스를 사러 마들렌느 역에 있는 이케아에 다녀왔다. 시내에 자리 잡은 이케아여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하철로 바로 올 수 있어 몇 번을 이곳으로만 와서 두 손으로 안고 갈 수 있는 만큼의 물건들만 사서 돌아가곤 했다. 오늘은 며칠 동안 고민하던 매트리스를 사러 온 것. 프레임은 전세입자가 우리에게 넘겨주고 가서 그 위에 얹은 매트리스만 사면 됐는데.. 어떤 매트리스가 좋을지 고민만 하다 지난번에는 미처 사지 못하고 돌아갔고 오늘은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어 결정을 하고야 말겠다며 두 손을 말아 쥐고 다시 이곳까지 왔다. 서울에 있을 때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녀의 마음에 드는 물건이면 괜스레 나도 정말 홀린 듯 굴면서 억지로라도 그녀의 품에 안겨주고 했었는데 프랑스에서는 아무래도 모든 것을 다 터놓고 함께 의논을 하게 된다. 이제는 나의 돈도 아니고 그녀의 돈도 아니고 둘의 지속력의 관한 문제이다 보니, 서로 감정을 누르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 그러다 보니 그녀는 ‘어때?’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되었다. 나는 서울과 다르지 않게 ‘좋은데?’라고 답을 해주지만 그녀는 좀처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늪과 같은 고민에 다시 빠진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나와는 다르게 호불호가 분명하고 취향이 확고해서 신기했었고, 그녀와 무엇을 보러 가고 또 자잘한 물건이라도 구경하고 홀리고 사고 만족하는 일들이 내심 즐겁기도 했었는데.. 무엇을 사고 돌아오는 날보다 무엇을 사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이 더 많아져 돌아오는 길 혼자 속으로 가슴이 쓰린 적이 많았다. 당연히 필요한 물건이라도 10유로 20유로가 넘어가면 고민을 하게 되는데.. 옷들도 집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그릇, 컵, 칼, 드라이버, 상자 등도 모두 모두 다 고민의 대상이 되니 큰일이다.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삶이라면 뜻과 다르게 뭔가를 포기를 하고 돌아가는 상황은 최대한 피할 수 있기에.. 나도 그녀도 스스로 모르게 그렇게 되고 마는 것. 하지만 버티기만 하는 삶은 얹는 게 없으니 자신감이 쌓이면 우리 꼭 공격도 하자. 조금 가격이 있는 매트리스를 집에서 같이 마음먹고 왔지만, 결국 이동과 처분의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기본 매트리스 하나와 쉬어 매트리스 하나로 쪼개어 사기로 했다. 상품을 결정하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한 후에 유명하다던 이곳 이케아의 핫도그를 먹었다. 고기와 채소들을 섞어 만든 소시지에 튀긴 양파가 바삭해서 아주 맛이 있었다. 한국보다는 양은 작고 진한 카페 알롱제까지 마시니 얼마나 걸었는지는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매트리스와 여러 물건들을 한 번에 결정하지 못해서 몇 번이나 나를 이곳까지 끌고 왔다고 생각한 그녀는 미안한 마음에 내가 저번에 관심을 가지던 마들렌느 성당을 들렸다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난 성당 안은 굳이 지금 갈 필요 없으니 산책이나 하며 조금 돌아서 돌아가자고 했다. 마들렌느 성당의 정면을 지나가면서 성당을 배경으로 두고 걸어가는 그녀를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는데 엠마가 ‘왼쪽 봐봐’라고 들뜬 목소리로 나의 팔을 당겨댔다. 고개를 돌려보니 흐렸던 하늘은 어느새 개였고 노랗게 물든 하늘 아래로 노란 머리를 한 가느다란 바늘 같은 기둥이 서 있었다. “왼쪽 보라니까! 봤어?” “응, 근데 저게 뭐지?” 우리는 파리를 오는 동안 준비하는 것들에 치여 어디에 무엇 무엇이 있는지 전혀 조사도 못 하고 왔기에 마들렌느 성당이 무엇과 마주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몇 번을 이 곳에 왔는데 우리의 고개 너머로 이런 장면이 있을 줄이야.. 노란 하늘과 더 노랗게 빛나는 기둥에 이끌려 우리는 그곳으로 걸어갔다. 차들이 분주히 돌아 나가는 거대한 광장.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둥글게 물러나 준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황금색 머리의 기둥. 우리가 멀리서 보고 따라온 노란 머리의 기둥은 이집트 룩소르 신전에 있다가 프랑스로 건너온 오벨리스크였다. 그리고 여기는 역사책에서만 봐 오던 프랑스혁명의 상징,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혁명 광장, 지금의 콩코흐드 광장이었다. 파리에 와서 집을 구하고, 매일같이 학교를 나가느라 여행이라면 당연히 갔을 곳들도 2주가 넘게 못 가보고 있었는데, 계획도 없이 이곳으로 걸어오게 됐다는 게 신기했다. 천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이 잘린 자리에 세워진 분수는 노을 빛을 그대로 받아 (아니러니하게도) 매우 아름다웠다. 배로 4년에 걸쳐 파리로 옮겨졌다는 오벨리스크는 그 과정이 그려진 기단 위에 아름다운 상형 문자 무늬를 하며 서 있었고 그 오른쪽으로는 파리라는 글자와 함께 가장 많이 본 상징, La Tour Eiffel 에펠탑이 나무 가지들 너머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넓은 직선대로의 끝에 개선문이 서 있는 것도 보였다. 그렇다면 저 넓은 대로는 Avinue des Champs-Élysées 샹젤리제 거리겠구나. 우습게도 우리가 지금 파리에 있구나. 아직은 실감이 가지 않아 서로에게 뻔한 질문을 하며 신기함을 즐긴다. 무엇을 하러 왔을까를 끝없이 물어야 하는 곳에 우리가 있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우리가 오기 전까진 우리의 자리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학교는 출석을 부르지 않는다. 결석을 해도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형의 결혼식을 위해 2일간의 수업을 빠진 것을 굳이 선생님께 말하지 않았다. 아무도 우리를 부르지 않는 곳에 우리가 있다. 파리라는 곳에 우리가 있다. 부르지 않아도 많은 예술가들이 굳이 찾아왔던 곳. 더럽고 누추한 곳에서 생을 잘라먹으며 버티다 끝내 묻히기까지 한 이곳. 그 블랙홀 같은 곳에 지독한 중력을 간신히 이겨내고 날아오른 우리가 쉼표도 없이, 기꺼이 빠져들고 있었다. 글, 영상 레오 2019.11.12 파리일기_두려운 날들이 우습게 지나갔다
#6 필사모임 <쓸모있씀!> 여섯번째 카드 ❄️
어제 첫눈이 왔다던데 보셨나요?! 전 어제 창문을 꽁꽁 닫아두는 바람에 눈이 오는줄도 모르고 집에 있었어요 ㅎㅎ 이제 2019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게 실감이 나는 요즘이에요. 지금처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날에는 꼭꼭 감기 조심하셔야 합니다! ☃️ <오늘의 문장> 지금처럼 추워지니 생각나는 영화가 있어요. 바로 <리틀 포레스트>인데요. 계절이 바뀌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어서 특히 날씨를 많이 타는 겨울에 생각나더라고요 ㅎㅎ 위로가 되는 대사가 많은 영화라 오늘은 리틀포레스트에 나온 명대사들을 들고와봤습니다. 그 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 말 하나는 기억난다. 도망친게 아니라 돌아온거라고.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재하 말이 맞다. 가장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그때그때 열심히 사는척. 고민을 얼버무리고 있는 것 말이다. 긴 겨울을 뚫고 봄의 작은 전령들이 올라오는  그때까지 있으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분명 의미있는 시간일거라고 믿어. 여러분에게 특별히 위로를 주는 영화가 있나요? 기억에 남는 영화 대사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여러분의 인생 영화 명대사가 궁금합니다! : ) 참여방법 신규 참가신청 언제든 참여신청 가능합니다! 신청 댓글을 쓴 뒤, 가장 최근 필사카드부터 참여할 수 있어요. <쓸모있씀!> 모임 톡방 톡방에 들어와서 인사말을 남겨주시면 새카드알림을 받을 수 있어요! + 참가신청은 하셨지만 아직 한번도 오지 못하신 분들! 😭 오늘도 댓글에 소식이 없으시면 다음 카드에는 멘션알림이 가지 않아요 ㅠㅠ 오늘은 꼭꼭 참여해주세요~~!!! 당신을 기다립니다,, 💓 @hes820 @mundysk @cheeu9193 @jinhoSung @hinajang @steven0902 @glasslake @Shinsy0816 @cool2hj @rndudgml @eun7858 @pgik8568 @wjlove0629 ++ 알림을 꼭 켜두어야 새카드 알림을 받을 수 있어요!! 빙글 내프로필 -> 오른쪽 상단 톱니바퀴 아이콘 -> 푸시알림 -> 내 소식 '나를 언급할 경우' 알림을 꼭 켜주세요!!!
잘 살자 어떤 땅에서든
지난 주말 형의 결혼식이 있어 프랑스에 온 지 2주 만에 서울에 다녀왔다. 낯선 땅에 더구나 집도 아닌 숙소에 엠마를 혼자 두고 가는 일이 마음에 걸리고 티켓을 끊을 때만 해도 집을 구할지 어떨지 확신이 없어서 최대한 서울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였다. 금요일 밤에 사를 드골 공항에서 출발해서 토요일 밤에 인천 공항에 도착하고 다시 월요일 새벽에 인천 공항에서 출발하여 월요일 저녁에 사들 드골로 돌아오는 그야말로 미친 일정이었다. 그 덕에 나는 4일 동안 서 있는 시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었고 근육이 약해진 때에 입주 청소까지 하느라 종아리 근육이 상해버렸다. 무엇이든 혼자서 애써 보는 게 우리 집안의 고집이고 그래서 뭐든 결국은 느리게 되어 버리는 형과 나는 서로 함께 사는 동안은 고장 난 시계를 걸고 살아 애타는 마음만은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형이 뒤늦게 갑작스레 결혼을 한다니 늦은 오후에 잠에서 깬 듯 기분이 이상했다. 높은 구두를 신고 ‘신랑 입장’을 하는 형의 모습을 아슬하게 바라보면서 사람이라는 포물선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저 바보처럼 떨어지고 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중력 안 있는 것들이 멀리 날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떨어지는 일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거였다. 사람이라는 평범한 신체 속에 우주 같은 마음을 담고 오르다가 결국은 떨어지면서 붙잡은 기록을 넘겨주고 가는 일인걸. 형은 애써왔고 나는 그래서 이제는 형이 떨어지면서 결정해가는 기록에 기꺼이 박수를 쳐 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는 요즘 낯선 곳이라 그런지 밤마다 꿈을 자주 꾼다. 형의 결혼식을 위해 파리를 떠나기 전날 아버지가 도둑질을 하는 꿈을 꿨다. 아버지는 누군가의 집에서 값진 물건을 발견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들고 일어서다 주인과 눈이 마주치자 별 다른 핑계도 둘러대지 못하고 그 값진 것을 제자리에 놓아두고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바보 같았다며 분해하던 그는 이번엔 꼭 그 값진 것을 들고 나오겠다며 엄마와 형 나까지 데리고 그 집 앞으로 갔다. 나쁜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는 지나가는 개와 고양이에게서도 시선을 피하며 반나절을 넘게 우리를 더 많이 바라보며 시간을 죽였다. 마침내 그 값진 물건 앞에 서게 된 그는 꿈에서도 바보인지라 괜한 생각들을 이어가며 괴로워만 할 뿐이었다. 나와 형과 엄마는 더 주린 배를 안고 그를 기다리고 서 있었지만 그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무거운 자신의 생각들을 결코 죽이지 못했다. 우리는 결국 빈손을 얇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적당히씩 떨어진 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밤 등을 돌린 아버지 나는 서로 다른 생각을 했겠지만 낯선 곳에서 잠이 깬 나는 온통 그의 마음속에 있는 것 같았다. 싫은 곳에 굳이 가고 싫은 일이라도 하려고 했었구나. 불쌍한 사람. 아버지의 싸움들. 자신의 우주와 굶주리는 욕심이 많은 우리들 사이에서 무엇하나 잘하지 못하며 휘청거렸던 그의 70년. 나는 이젠 그런 아버지의 등을 귀엽게 바라 봐주겠다. 자주 싫은 곳에 가고 자주 싫은 일을 하려 마음을 먹긴 했겠구나. 4일간의 일정이라 큰 가방도 없는데 굳이 리무진 버스를 태워주겠다며 엄마와 아빠가 함께 새벽 골목을 따라 내려오셨다. 버스가 올 시간이 되어가자 난 미리 인사를 하려고 아버지 손을 잡았다. 아버지는 버스가 오도록 그 손을 놓지 않으셨다. 따뜻하고 큰 손. 돌아가는 비행기, 잠도 오지 않아 죄와 벌을 읽다가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와 메모를 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에게는 어디든 갈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라도 필요한 거니까요…….” 돌아갈 곳이 있어 나는 기꺼이 떨어지는 일을 기다린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싸움들을 피할 수는 없겠지.. 나는 때로는 엠마에게 어리광을 부린다. ‘대단한 예술가가 되려고 했었는데 나를 봐봐’라는 듯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부빈다. “하자.”라는 말을 듣고 나는 마음을 놓는다. 끝까지 흔들릴 수라도 있길. 아버지가 우리를 위해 그 값진 것을 가져오지 않는 것이 나는 정말 고맙다. 막내가 바보라고 놀리는 그의 지금 모습이 나는 고맙다. 붉게 빛나는 사를 드골 공항에 건조해진 비행기가 낙엽처럼 내렸다. 내내 먹통이던 핸드폰을 켜자 엠마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나를 마중 나왔다는 것. 복잡한 공항 건물에서 헤매다가 마침내 내가 갈 수 있는 곳을 만났다. 또한 내가 싫은 일을 하게끔 하는 곳도 함께 만났다. 생각보다는 감정으로 우리는 빠른 포옹을 나눴다. 돌아가는 기차는 지겹지가 않았다. 얼마가 아슬하게 고생을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다시 왔는지. 큰 얘기보다는 그런 이야기들이 언제나 더 따뜻하고 맛있으니까. 잘 살자 어떤 땅에서든. W, M 레오 201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