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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마음에서 우러나온 글을 써라"…'살며 사랑하며 글을 쓴다는 것'

6월2일【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수필 작성법을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써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고 애쓰지 말자. 그저 수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공책에 쏟아 내고 무르익도록 내버려 둔다. 그러는 동안에 출간된 다른 작가의 수필을 깊이 있게 읽으면서 운치, 리듬, 아이디어들의 섬세한 균형, 감정, 표현을 자기 식으로 흡수한다. 그러고 나서 이전에 써놓은 스케치로 돌아가서 좋은 글이 될 때까지 다듬는다."(137쪽) 미국 500만 부 밀리언셀러 작가 마저리 홈스(Marjorie Holmes)가 '살며 사랑하며 글을 쓴다는 것'을 냈다.
이 책은 작가가 되려는 사람만이 아니라 폭넓은 사람을 대상으로,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가 강조하는 글쓰기의 핵심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글'이다. 저자의 삶과 다양한 경험, 깨달음을 통해 마음에서 우러나온 글의 종류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설명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에서부터 내용을 효율적으로 배열하는 방법,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도록 문체를 개발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특히 출판 시장에 대해서도 알려주며,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책이 잘 팔릴 수 있는지 비법도 털어놨다. 저자는 누구나 글을 쓸 의무가 있다며 세상에는 시시한 글도 위대한 글도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특별한 자료조사 없이 한 글자라도 한 줄이라도 당장 앉아서 쓸 것을 권유한다. "나는 모호함이 심오함의 표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훌륭한 작가는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장황하고 복잡한 문장, 박식한 사람조차 헤매는 현학적인 말 속에 아이디어를 묻어 버리는 작가는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저 과시를 하고 있거나 별 가치 없는 아이디어를 가치 있는 척 꾸미고 있을 뿐이다."(248쪽) "나는 개인적인 경험을 묘사할 때 현재 시제를 썼다. 내가 싫어하는 사설체인 '우리'나 과시하는 느낌이 드는 '나'와 '우리의' 대신에, 이인칭인 '당신'과 '당신의'를 썼다. '당신'이라고 말하면 독자는 공감을 한다. 독자가 소속감을 느끼며, 본질적으로 칼럼의 이야기가 독자의 이야기가 된다. 물론 독자는 칼럼을 쓴 사람이 작가임을 알지만, 계속해서 '우리 집에서 하는 방식이랑 똑같네. 꼭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144쪽) 작가는 머리말에서 "돌이켜보니 빠르게 내달렸던 시절이 모두 상징적으로 여겨진다"며 "젊은 시절에는 일자리를 구하느라고, 고학으로 대학을 마치느라고, 작가가 되는 과정을 밟느라고 늘 종종걸음을 치며 살았다. 대학에서 만난 스승 두 분은 내가 작가라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걷도록 이끌어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첫 스승이 아주 오래전에 말했듯이 세상은 답을 갈망한다"며 "마음을 즐겁게 해 줄 아름다운 순간, 목소리, 문장, 노래에 굶주려 있다. 당신도 그렇다면 명심하기 바란다. '당신은 글을 쓸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280쪽, 1만3000원, 더블북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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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기대되는 당일
크리스마스 무도회 당일 아침이다. 많은 학생들이 분주했다. 나는 조금 긴장되었지만 애써 여유로운 척 하며 새벽에 도착한 드레스를 꺼내 입었다. 내 드레스는 흰색에 허리부분엔 검은 색 리본이 묶여있었다. 깔끔하고 짧지 않은 길이의 드레스였다. "깔끔하고 예쁘네." 그 드레스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서둘러 화장을 끝내고 드레이코 말포이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 드레이코는 다들 옷을 갈아입고 꾸미기 바쁜 와중에, 교복을 입고 태연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드레이코, 넌 옷 안갈아 입어?" "곧 갈아입을거야." 드레이코는 나를 흘긋 쳐다보고는 말했다. "예쁘네." "아 진짜? 이번에 진짜 신경 많.." "드레스 예쁘다고." "그럼 나는?" "야, 나가 있어. 옷 갈아입을거야." "대답 안해주기냐? 알았어, 나가 있을게." 누가 드레이코 아니랄까봐, 항상 이런식이라니까. 여자친구한테 잘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나는 드레이코 방의 문을 닫고 그 문에 기대어 한창 들떠있는 다른 학생들을 바라봤다. 나는 그 학생들을 보며 괜히 손에 움켜지고 있던 반지 두개를 만지작거렸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드레이코는 문을 열고 나왔다. 오늘은 또 다른 방식으로 깐 머리와, 상의는 흰색 하의는 검은 색이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잘 어울리네. 옷이 주인이 찾았네. 뭐 하긴 네가 안 어울리는 옷이 어딨겠니." 그리고 나는 반지를 건넸다. "이건 내 선물. 생각해보니까 우리 사이에 이런게 하나도 없더라고." 드레이코는 반지를 집어 손에 끼우며 말했다. "초록색이네." 나도 내 손에 반지를 끼며 말했다. "항상 끼고 있어야 해. 알겠지?"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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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마감인 시 원고를 하나 넘겼다. 사실 계속 욕심이 생겨서 고치고 또 고치면서 오래 붙들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는 아예 다른 시가 떠올라 내친김에 한 편을 더 써냈다. 사실 나는 잡지에 발표하는 시에는 크게 미련이 없다. 문학상은 대개 잡지에 발표된 시나 출간된 시집, 혹은 투고 원고 중 하나를 선정해 수여하는 방식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나는 아마도 잡지에 발표된 시에 상을 주는 방식의 문학상은 절대 탈 수 없을 거다. 적어도 당분간은. 어차피 잡지는 내 개인 작품집이 아니라서, 일단 발표하고 계속 퇴고를 거듭해 시집에 실으면 된다, 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대충 써낸다는 것은 아니고, 가능하면 나도 좋은 시를 발표하고 싶지만 내 시작 방법이 워낙 고치고 고치는 게 익숙하다 보니, 마감에 쫓기게 돼서 그렇다. 잡지를 구독하는 독자들을 우롱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를 새로 쓰다 보니, 이제는 최대한 발표 시에도 공을 들여볼까 생각한다. 왜냐면 이전까지는 조금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전보다는 조금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다못해 소설도 시절을 바투 따라가는 판에, 시를 쓰는 사람이 자꾸 시대와 작품의 시차를 너무 벌리는 것은 게으름 탓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의성을 생각하고 시를 쓰지는 않지만, 또 그것을 크게 지향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 안에 알게 모르게 당시의 시절이 스며든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조금 용기를 내고, 또 생각을 바꿔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토박이말 찾기 놀이]-온봄달(3월)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찾기놀이 #온봄달 #3월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토박이말 찾기 놀이]온봄달(3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참 날이 잘 간다는 말을 저도 모르게 자주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다들 그렇겠지만 날이 바뀌고 난 뒤에야 잠자리에 들어서 때알이 소리에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씻은 뒤 집을 나서는 때가 거의 같습니다.  배곳에 가자마자 토박이말 글을 올리고 나누다가 아이들 꿈책 읽는 것을 챙겨 본 뒤 옛이야기 한 자락 들려 주고 나면  짜인 배움을 돕는 일이 이어집니다.  어제 뒤낮 배곳을 옮기고 처음으로 토박이말 갈침이(교사) 동아리를 했습니다. 일을 맡으신 박민정 부장님께서 얼마나 야무지개 알리셨는지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해 주셔서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토박이말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를 가지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 뒤 다가오는 달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과 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래를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만남 때는 도움을 받고 싶은 게 있으시면 미리 이야기해 주십사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가 앞에서 이끄는 모임이 아닌 때로는 뒤에서 밀기도 하고 옆에서 손도 거들어 주는 만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지개달(4월)이 된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는데 이제야 온봄달(3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로 찾기 놀이를 만들었습니다. 아주 재밌는 놀이라 생각하시고 둘레 사람들과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분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찾으실 토박이말> 1)ㅅㅅㄹㅂㄹ: 이른 봄에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차고 매서운 바람 2)ㄲㅅㅊㅇ: 이른 봄, 꽃이 필 무렵의 추위(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듯한 추위) 3)ㄲㅂㄹ: 꽃이 필 무렵에 부는 봄바람. 4)ㄲㅂㅇ: 아직 피지 아니한 어린 꽃봉오리 5)ㅇㅂㄷ: ‘3월’을 다듬은 말. 온 누리에 봄이 가득한 달이라는 뜻을 담음 6)ㅂㄱ: ‘학교’를 다듬은 말 7)ㅅㅂㅎ: ‘신학년’을 다듬은 말 8)ㄸ: ‘반’을 다듬은 말 9)ㅇㄷㅈ: 말로써 하는 다짐 10)ㅅㄷㅈ: 마음속으로 하는 다짐 11)ㄱㄷㅈ: 글로써 하는 다짐. ‘서약’을 다듬은 말 12)ㄲㄷ: 맨 처음. 최초 13)ㅈㅁㄹ: 차분하고 꾸준한 모양 14)ㄱㅈㅇ: 길을 인도해 주는 사람이나 사물 15)ㄷㅁㄷㅁㅎㄷ: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감이 없고 어색하다 16)ㄴㅇㄱㅈ: 남과 잘 사귀는 솜씨=붙임성, 포용성 17)ㅇㅇㅇㅇ: 서로 가까이 아는 사람=알이알이 18)ㄴㄴㄷㅇ: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넴, 또는 그런 사이 19)ㄷㅁ: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친구 20)ㅇㅇㄹㄷㅇㄹ: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4354해 무지개달 열엿새 닷날(2021년 4월 16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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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보니 서울도 저녁에 다소 쌀쌀하기는 했지만 캠핑장의 재앙에 가깝던 매서운 바닷바람에 비할 것은 아니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견디기 힘든 육체적 고통이었다. 텐트를 걷기 전 우리 바로 앞의 해변은 이제 막 물이 빠지고 있던 차였고, 개인용 낚싯배가 난파된 듯이 버려져 있었는데, 다가가 보니 배도 상태가 좋은 것이었고, 값비싼 각종 낚시 도구도 여기저기 그대로 흩어져 있었다. 어제 늦은 오후만 해도 없던 것이었다. 대체 이게 뭘까. 심지어 당연히 배의 주인의 것일 백팩도 하나 있었고, 열어 보니 물과 음료수가 손도 대지 않은 채 잔뜩 들어 있었으며, 비닐에 쌓인 멀쩡한 계란 토스트도 두 개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완벽한 난파의 흔적이었다. 사람만 없었다. 대체 이게 뭘까. 이쪽에서 배를 띄우려다 감당할 수 없는 밀물에 우선 배만 버리고 간 것일까. 사실 그것도 이상했다. 이미 바다로 나갔다가 사람은 바다로 빠져버리고 배만 다시 밀려온 건 아닌가 싶은 풍경이었다. 어딘가에 쓰러진 익사체라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사체랄 것은 없었다. 관리사무소에 신고라도 해야 할까 싶었지만, 우리는 이틀 동안의 극심한 추위와 고통에 시달려 서둘러 텐트를 걷고 캠핑장을 빠져나왔다. 누군가에게라도 다시 발견되겠지. 지난밤에 나는 얕은 몸살기마저 느껴졌고 입맛조차 잃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친구는 내게 좋은 침낭을 내어주고 바람을 막으며 혼자서 텐트 밖을 지켰다. 친구는 그렇게 마지막 밤을 날려 보내기가 조금 아까웠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그건 마치 영락없이 조난 당한 나를 지키는 선한 현지인의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난파선의 주인이 혹시 내가 아닌가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상상. 나는 이것을 시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박의 캠핑. 우리는 꼭 다른 계절에 다녀온 것 같기도 했다.
미국에서 최초로 3D 프린트 주택에 입주한 어느 홈리스 노인
70세의 팀 시어(Tim Shea)는 노숙자이자 헤로인 중독자로써 오랫동안 살아옴. 노년에 마련해놓은 주택도 없을뿐만 아니라 마약 중독자였기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상당히 고립된 삶을 살아오고 있었음 이 곳으로 이사오기 전에 팀은 장기 노숙자들을 위한 차량을 개조해서 만든 임시 거처에서 살고 있었다고 함 그리고 이사오게 된 3D 프린트 주택이 바로 이곳 Vulcan II 프린터로 인쇄된 이 주택은 -침실 1개 -욕실 1개 -완비 된 주방 -거실 -대형 베란다 를 갖추고 있으며, 집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줌 팀은 한 신문사 인터뷰에서 이렇게 인터뷰함 “이전 생활 방식은 외부와의 벽을 쌓는 삶이었습니다.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숨거나 고립 시켰습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 3D 프린트 집으로 이사 한 후에는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답함 "제가 지금하는 모든 일은 정반대이며, 매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많은 활동이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3D 프린팅 된 집으로 이사한 최초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을때 정말 엄청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도망쳤던 바로 그 사람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양쪽 모두를 경험해 보았다면, 어떤 사람들은 약간의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것입니다.” 그리고 이 3D 주택 프로젝트를 하는 앨런 그래햄(Alan Graham)은 이런 관련 프로젝트를 20년간 해오셨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가정은 근본적으로 생명을 주고 기초가되는 연결과 관계의 장소입니다.”라며 그의 목표는 “마침내 사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초대하여 모든 사람이 진정 집에 있는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함 현재까지 3D 주택은 총 6채가 지어졌고 앞으로도 집을 구하지 못한 노숙자와 같이 '최첨단'과 가장 먼 접점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실 계획이라고 밝힘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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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음 달에 실릴 원고를 청탁하기 위해 필진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중 한 명의 시인은 요즘 가장 핫한 시인 중 한 명인데, 전과 다르게 의사소통에 다소 애를 먹었다. 한 넉 달 전에도 원고 관련으로 통화를 하다가 안부를 물었는데 그가 문득,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었다. 물론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니는 일이 흉도 아닐뿐더러, 그것이 그냥 지나칠 일이라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주위에도 생각보다 흔하게 있는 일이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하물며 시인의 우울이란 놀라울 일도 아니어서, 또 지극히 사무적인 관계에 불과한 내가 특별히 뭔가를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오늘 통화를 해보니 정서가 많이 불안해 보였다. 그 증거를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조심스러워졌다. 현재 밀려있는 원고들이 많아서 조금 미룰 수 있는지, 그리고 곧 시집이 나오는데 시집이 나온 뒤 시집에 실린 시를 발표할 수는 없어서 기간이 겹치지는 않을지, 또 시의 형식이 다소 실험적인데, 편집상 무리는 없는지, 뭐 이런 것들을 조율했는데, 설명이 부족한 것 같으면 재차 설명해주었고, 내가 당장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은 우선은 다시 검토해보자고도 얘기했다. 아주 힘겨운 통화를 마치고, 문득 걱정이 되었다. 꽤 오래전이지만 몇 번인가 모임에서 직접 본 적도 있고, 그때의 모습들은 지금처럼 불안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 보여준 모습들은 거의 무관한 나로서도 우려가 되었다. 나 역시 그것을 우울증이라고 해도 좋을지, 단순한 우울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것들을 오래 겪어본 바로서, 또 당장 지난여름부터 겨울까지만 해도 그런 기분이 극심해져 운동도 하게 된 측면이 있는데, 그때 내가 자주 하던 말과 톤이,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보여지는 느낌들이 그에게서 자꾸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 같으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무시해버릴 만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에게서 자꾸만 지난날의 내가 보여서. 거듭 말하지만 함께 시를 쓰는 동료라는 것 말고는 그의 삶에서 거의 무관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함부로 보탤 말도 없다. 함부로 보태서도 안 된다. 무관하고 사무적인 관계로서 그저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고를 실을 수 있도록 최대한 조율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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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2일 차. 여행이 잡혀 있어서 그제는 정말 혹독하게 운동했다. 코치 님은 나를 막 굴렸고, 나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전반적인 가슴 운동을 마치고, 암워킹 푸시업을 20개부터 5개까지 역순으로 진행했다. 20+19+18+17+16+15+14+13+12+11+10+9+8+7+6+5=? 그렇다. 200개다. 정말이지 나는 죽을 뻔했고, 체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로 러닝머신 위에 오르니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았고, 지루해 죽을 것 같았지만 죽지는 않았다. 태안의 마검포해수욕장 근처의 캠핑장을 오는 길에 갑자기 허기가 졌고, 우리는 인근 식당을 찾았지만 식당이 거의 없었고, 겨우 허름한 곳을 들어가 주문했을 때, 나는 내가 정확히 만 이틀 만에 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수요일 점심에 밥을 먹고, 그날 저녁에는 닭가슴살, 다음날은 샐러드 데이라 점심 샐러드, 다시 저녁 닭가슴살. 괜히 허기가 진 게 아니었어. 배가 고파 죽을 뻔했지만, 역시 죽지는 않았다. 캠핑을 좀 다녀본 친구는 크게 화려하진 않아도 장비를 그럭저럭 갖추고 있었다. 수평선 위에 펼쳐지는 노을을 보며 우리는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지난 추억들을 꺼내 노을에 적셔 먹었다. 친구는 추울 테니 점퍼를 챙기라고 진즉부터 충고했었다. 물론 얇은 점퍼를 챙겨오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바다 앞이라지만 그래도 사월인데. 사월. 잔혹한 사월. 우리는 장작을 태우며 오래오래 불을 바라보았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입대 후 훈련소 이후 이런 추위는 처음이었다. 추위 덕에 심한 피로감이 쌓였던 것이지 긴긴 불멍 후 나는 침낭 속에서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동사할 것 같았지만 아직까지는 죽지 않고 있다. 이쯤 되니 생존게임에 참가한 느낌이다. 새벽에 텐트 밖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나기도 했는데, 고양이들이었던 것 같다. 피폐해진 우리는 일어나 간단한 아침을 먹고 물이 빠진 바다에서 고동과 작은 조개 두 개를 간신히 잡았다. 이제 조개탕을 끓이려 한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해산물은 바다에서 잡는 게 아니다. 수산물 시장에서 잡는 거다. 어쨌든 고동과 맥주. 고맥! 근데 이렇게 그냥 먹어도 되나. 고동이 곧 삶아질 것이다. 그나마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춥다. 벌써부터 밤이 두려워진다. 내일 아침 죽지 않고 살아있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스릴 넘치는 캠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