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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ged Man 북리뷰] 한국이 싫어서

+공감할 수 있는 모든 것 그야말로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이민을 떠난 주인공 계나의 1인칭 시점. 정말 대한민국 20대 후반의 여성이 말하는 것처럼 친근한 어휘, 말투, 생각의 흐름. 그럴 듯한 일상이 참 이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조금도 과장되지 않은 있을 법한 전개와 결말, 사실 이 소설은 실존 인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실화이며, 기자출신 작가의 빼어난 취재력이 소설에 공감하는데 튼튼한 뼈대가 되었다.
+정리하면, 친절한 작가 같으니.

소설은 계나의 친절한 정리로 이렇게 마무리된다.
[밥을 먹는 동안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 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계속 남아서 사람을 오랫동안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 줘.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어떤 사람은 그런 행복 자산의 이자가 되게 높아. 지명이가 그런 애야. ‘내가 난관을 뚫고 기자가 되었다’는 기억에서 매일 행복감이 조금씩 흘러나와. 그래서 늦게까지 일하고 몸이 녹초가 되어도 남들보다 잘 버틸 수 있는 거야. 어떤 사람은 정반대지.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런 사람은 현금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돼. 그게 엘리야. 걔는 정말 순간순간을 살았지.


여기까지 생각하니까 갑자기 많은 수수께끼가 풀리는 듯 하더라고. 내가 왜 지명이나 엘리처럼 살 수 없었는지, 내가 왜 한국에서 살면 행복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나는 지명이도 아니고 앨리도 아니야. 나한테는 자산성 행복도 중요하고, 현금흐름성 행복도 중요해.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나한테 필요한 만큼 현금흐름성 행복을 창출하기가 어려웠어. 나도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지. 나는 이 나라 사람들 평균 수준의 행복 현금흐름으로는 살기 어렵다. 매일 한 끼만 먹고 살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는 걸...]

+왜 그럴 듯 하냐면
계나의 정리는 그냥 그럴 듯한 감성으로 갖다붙인 것 같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과학적으로 무척 일리가 있다. 행복에 대한 연구를 정리한 “How to be Happy”라는 책이 있다. 책의 저자인 소냐 류보머스키는 놀랍게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행복의 50%는 이미 유전적인 설정값에 의해 정해져 있다. 나머지 40%가 의도적 활동, 그리고 10%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근거가 뭐냐고? 점점 늘어나는 쌍둥이 연구가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많은 쌍둥이 표본이 어릴 때의 행복도를 성장한 뒤에도 유지했으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들의 행복도 역시 비슷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수 년간 봐온 주위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가. 특별하게 행복한 일이 있어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사람의 행복도는 유전 설정값으로 돌아가며(이를 ‘쾌락적응’이라고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기억을 리마인드하고 지속적으로 행복한 일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계나가 말한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 역시 비슷한 개념이다. 자산성 행복은 유전적 기본값에 가깝고, 현금흐름성 행복은 의도적인 활동에서 오는 행복과도 같다. 계나의 경우는 둘 다 중요하지만 역시 유전적 행복값이 낮은 사람인 것 같다. 쾌락 적응이 빠르기 때문에 현금흐름성 행복- 의도적 활동과 환경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는거고. 이는 개인의 행복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무척 적절한 판단이라고 본다.
+도피가 아닌 결정
'젊은이들이 살아가기 이렇게 힘든게 한국이야’ 라는 이야기는 사실 하고 싶지 않다. 이민은 애초에 그 부담과 짐에 집중하기보다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나가겠다는 다른 방향성의 적극적인 결정이기 때문이다. 도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도피는 익숙하고 편한 곳으로 하는거지 미지의 땅으로 가는게 아니다. 자아가 강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욕망에 충실할 수 있는 용기와 실행력을 갖추어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타인과의 교류에서 타협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는 아직도 나에게 한없이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민에 대해서 ‘그딴 거 현실도피야. 여기서 못 사는 사람은 밖에 나가도 똑같아’ 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생존을 위해서 벼랑 끝에서 이민을 선택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이민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서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 난 대한민국이 오랜만에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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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보다 낯설고 먼>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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