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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 모던의 동시대화

2000년을 위해 국가가 조성한 복권기금을 집행하는 정부조직인 새천년위원회에 제출한 기금신청에서 테이트 갤러리 이사회는 테이트 현대미술 갤러리 건립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문화 산업’에 적용되던 경제적 합리주의의 용어를 구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것은 도시의 심장부에 위치하여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탁월한 국가적 공공장소로 떠오를 것이며, 국가 전체로 보아 수백만의 국민들에게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면서 런던의 위상을 세계의 중심으로 강화하게 될 것이다.
테이트 모던은 1947년에 자일스 길버트 스코트 경Sir Giles Gilbert Scott이 설계하고 1963년에 재구성한 서더크의 뱅크사이드 발전소에서 2000년 5월에 개관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추구한 건축의 브랜드화 및 프랜차이즈 식의 확장주의와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면서 스위스 건축가 헤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은 비록 많은 ‘정리 작업’을 했지만 옛 건물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들은 내부에서 광활한 공장 공간을 정비하여, 9천m²의 전시공간을 제공하는 화이트 큐브 전시실 일곱 층에다 무엇보다도 터빈 홀을 마련했는데, 35m의 높이에 152m의 길이로서 대규모 조각과 설치의 기획전시에 이상적이다. 채널 4는 그 프로젝트에 관한 텔레비전 연속기획물을 만들었고 이 사업을 기념하기 위하여 『힘을 예술로Power into Art』라는제목의 책을 냈다. 영국 퍼포먼스 작가 길버트 & 조지Gilbert & George가 개관행사 동안 즐겁게 테이트 모던이 ‘예술은 힘이다!’란 것을 보여줬다고 선언했을 때는 아마 이것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들은 건물개조에 드는 1억 3천400만 파운드의 예산을 마련하는 데 민간 및 공공이 크게 합심하여 뒷받침이 되었던 것과 그것을 계속 유지하는 데 필요했던 정치적 묘책을 짓궂게 지적하고 있었다.2 박식한 전위예술가로서 그들은 또 요셉 보이스의 유명한 구호 ‘자본=예술’을 가지고 말장난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그 구호가 미술관 내 보이스 전시실에 소장되어 있는 칠판 위에 작가에 의해 갈겨써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됨은 우연이 아니다.
헤어조그와 드 뫼롱, 테이트 모던, 런던, 2003. 바깥 모습.(Photograph by Miguel Rojas-Sotelo)
여러 점에서 영국은 동시대미술의 제도화에서 후발주자였다. 런던의 동시대미술연구소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 , ICA가 1947년에 설립되었지만, 새로운 현대와 동시대미술관들은 국제적으로 1960년대 이후에 꽃피었다. 그 이전의 영국에서 따끈따끈한 미술은 어떻게 전시되었는가? 테이트 갤러리는 온갖 곳에서 승전품으로 가져온 전 세계 미술품을 반가워하는 대중 앞에 전시했던 트라팔가 광장의 내셔널갤러리와 대비를 이루면서 1897년에 영국 미술의 국립미술관으로 설립되었다. 테이트는 1916년에 현대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현대란 말은 당시에 “동시대 외국”을 의미했다. 그곳 직원들은 오랫동안 동시대미술협회Contemporary Art Society, CAS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는데, 이 기관은 1909년에 테이트를 포함한 공공수집기관에 생존 작가의 신작을 들이는 역할을 위해 설립되었다. CAS 사무실은 1940년대부터 밀뱅크의 테이트에 있어왔으나 2000년 개관이후 여타 동시대적 기능과 함께 테이트 모던으로 옮겨왔다.
테이트 모던의 개관 전까지 동시대미술에 관심 있는 런던 사람들은 동시대미술연구소를 자주 찾곤 했다. 허버트 리드Herbert Read를 위시한 설립자들은 미술에 대한 ‘실험적인’ 접근을 진작시키고자 했다.
컨템포러리 아트란 무엇인가
작가 | 테리 스미스
출판 | 마로니에북스
발매 | 201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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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장편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에서 메모
"그 도시는 그들의 것이고, 그들이 청춘과 꿈을 묻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 청춘과 꿈의 이야기가 있기에 어떤 폐허도 가뭇없이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었다." (15쪽) "혼잣말처럼 기행이 말했다. 그건 어쩌면 불행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는 언제나 불행에 끌렸다. 벌써 오래전부터, 어쩌면 어린 시절의 놀라웠던 산천과 여우들과 붕어곰과 가즈랑집 할머니가 겨우 몇 편의 시로 남게 되면서, 혹은 통영까지 내려가서는 한 여인의 마음 하나 얻지 못하고 또 몇 편의 시만 건져온 뒤로는 줄곧. 기행을 매혹시킨 불행이란 흥성하고 눈부셨던 시절,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의 결과물이었다. 다시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랑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불행해지는 것쯤이야 두렵지 않아서." (32쪽) "인생의 질문이란 대답하지 않으면 그만인 그런 질문이 아니었다. 원하는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답해야 했다 어쩔 수 없어 대답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었다. 세상에 태어날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그러므로 그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만 했다. 설사 그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일지라도." (38쪽)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있는 것, 어떤 시를 쓰지 않을 수 있는 것, 무엇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능력은 무엇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었다. 상허의 말처럼 들리는 대로 듣고 보이는 대로 볼 뿐 거기에 뭔가를 더 덧붙이지 않을 수 있을 때, 인간은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 (85쪽) "바람이 불면 빛과 그늘의 경계가 흔들렸다. 그늘은, 빛이 있어 그늘이었다. 지금 그늘 속에 있다는 건, 어딘가에 빛이 있다는 뜻이었다. 다만 그에게 그 빛이 아직 도달하지 않았을 뿐." (112쪽) (김연수, 『일곱 해의 마지막』에서, 문학동네, 2020)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겠을 때 참고할만한 독서목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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