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jy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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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언제부터였을까. 그는 밀란 쿤데라의 책을 읽고 슬플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때론 말없기 비 오는 창 밖을 보거나 혼자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 모든 변화가 나에겐 백 배쯤 증폭된 종소리처럼 온 귀를 두드렸다. 웅웅거렸다. 그건 모두 이별의 징조였다. 나는 지나치게 솔직한 아이였다.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고. 화나면 화나고 슬프면 슬프고. 작은 자극에도 취약해지고 흔들릴 때마다 나는 혼자 멀리 여행을 가곤 했다. 몸이 떠나든, 마음이 떠나든 당장 다른 누군가 한 공간, 한 관계에 있다는 부담은 피하고 싶었다. 무겁고 버거웠다. 나는 아주 좁은 세계에서 나의 그릇에 녹차를 따랐다. 텁텁함. 그 쓴 맛이 정녕 나의 속성임을, 나는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는 그저 '색다른' 사람이었다. 무던하게 웃거나 별일 아니라는 듯 고통을 넘길 줄 알았던 그는 내가 흔들릴 때마다 묵묵히 곁을 지켰다. 나는 그걸 못 견디고 뾰족한 말을 일갈하다가 이내 후회하고 그에게 돌아갔다. 품에 안겨 미안하다며 눈물을 삼켰다. 그 때마다 그는 잠잠히 웃으며 그랬다. 괜찮아. 사랑하니까. 하지만 나는 괜찮았던 적이 없었다. 그를 사랑해도 그가 깜빡 나의 부탁을 잊는 일을, 그가 무덤덤하게 나의 아픔을 넘어가는 일이 하나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그 때마다 나는 악을 쓰며 외치고 싶었다. 나를 봐, 내 아픔을 봐.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속으로 우는데. 왜 너는 너의 사랑만 보는 거야.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아. 너를 사랑해도 내가 힘들 때 너를 피하고 싶은 게 나야. 너에게 자꾸 상처를 주는 나잖아. 제발 너의 마음이 아닌 나를 봐. 차마 이런 끔찍한 마음을 꺼내진 못하고 나는 그저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 그는 괜찮아졌나보다 생각하며 나를 담담히 안아주었다. 그러면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하루가 시작됐다. 나 혼자만 미련하게 너무 많은 걸 기억해버렸다. 나는 화를 낼 권리를 잃고 말았다.  쓸쓸한 반복이 이어지며 언제부턴가 그는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그에게 더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고 난 후였을 것이다. 예전의 남자친구들이 모두 그러했듯 그도 결국 나란 사람을, 그 견딜 수 없는 버거움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이기도, 불안이기도 했다. 그의 침묵으로 인해 나는 간간히 홀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고 그 때마다 나 자신의 우울함에 함몰되어갔다. 천천히 가라앉는 바다 속은 차갑지만 잠잠했다. 뭍에서 두 발로 걸었던 기억을 잊어버린 채 나는 텅 빈 시간, 외로움 속을 유영하며 아가미로 숨을 쉬었다. 그는 괜찮다고 했지만 나의 마음은 아물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물고기가 되어 이런저런 아픈 질문들을 뒤돌아 까먹고 싶었다. 외눈을 깜빡였다. 홀로 방에 누운 밤을 떠다니며 나는 아무 생각도 못했다. 아무 빛도 없기에 어떤 것도 분명히 볼 수 없는 곳에서 나는 나의 상태를, 나의 본질을 발견한 듯 편안했다. 명징한 것은 있을 수 없었다. 내가 골몰해온 고민마저도. 그냥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를 견디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나다움을 찾은 거 같아 사뭇 기뻤다. 그는 여전히 가끔 생각에 잠기거나 말이 없곤 했다. 일상에 지친 그의 몸은 어느 곳에서도 안식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어둔 숲같은 나의 마음에서조차. 그는 사랑의 끝을 떠올렸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며칠동안 그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점점 뜸해지다가 0으로 수렴하는 함수처럼 그는 점점 잦아들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그런 이별을 선택한지 모른다. 예고된 일임에도 나는 다소 답답함을 느꼈다. 이미 헤어짐의 말 이외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는데 그는 왜 끝끝내 헤어지자는 말은 못 하는 것일까. 너무 착한 탓일까. 그동안 힘듦을 참아왔기에 이별의 말마저 참게 된 것일까. 난 차라리 지금의 내 모습을 분명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의 얼굴을 보면 나의 마음도 분명해질 것 같았다.  시침은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밤과 새벽이 잇닿는 그 중간점에서 해는 방향을 틀어 아침을 향해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겉옷을 챙기고 아무 생각 없이 밖으로 나갔다. 그의 집까지 다섯 정거장은 가야 하지만 나는 그냥 걸었다. 뚜벅뚜벅. 이별을 늦추자, 혹은 지금의 괴롬을 만끽하자. 나는 한 시간 가까이 땅만 보고 걸으며 그의 얼굴을 생각했다. 잠잠히 미소짓는 표정. 혼자일 때 내가 아닌 그를 떠올리는 건 처음이었다. 가방을 들어주던 손, 기댄 어깨, 주저하는 발등. 그를 울리지 말자. 헤어지잔 말도 내가 하자. 어떤 결단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그걸 그가 어려워하고 있다면 내가 더불어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했다, 갑자기 솟아난 용기. 출처를 모르지만 그를 대신해 모질어지는 것이 내가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배려라고 느꼈다. 그의 집 앞에선 흩어져 버릴 줄 알았던 그 다짐이 주저없이 그의 집 문을 두드렸다. 나에게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개였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는 문을 연 후에도 나를 집에 들여줄 생각조차 못했다. 항상 먼저 연락하고, 먼저 보러 찾아오는 건 그의 몫이었으니까. 용기는 그의 것이었으니까. 언질 없이 불쑥 찾아온 잠옷 차림의 내 모습을 보며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막상 뜬금없이 서로를 마주하니 낯선 타인을 마주친 것처럼 어색했다. 문턱이란 금을 그어놓고 우린 안녕이란 인사도 없이 서로의 얼굴만 멀건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나쁜 꿈을 꾸고 일어난 듯 초췌했다. 나는 그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너의 꿈이, 너의 마음이, 너의 사랑이 울고 있니, 그런 마음을 담아서 나는 그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지 않다는 말은 차마 입에 담진 못하고 겨우 겨우 고개를 내저으며 그는 울상이 되었다. 악몽이 되살아난 모양이었다. 우린 왜 시작되었을까. 우리가 이다지도 다른 사람이란 걸 몰랐을리는 없는데 왜 우린 굳이 이 어려운 숙제를 함께 풀자고 매달렸을까. 서로에게 다른 언어로, 다른 사고방식으로 헷갈림을 주는 것. 다른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는 절차. 참고 버티고 또 견디다가 결국 이전의 상태로 회귀하는 일. 이미 겪어온 실수를 다시 반복하는 것이 우리의 최선이었을까. 순간 쏟아지는 물음들이 눈 앞을 스쳐갔다. 너무 많고 빠른 말들은 읽을 수 없었다. 그는 괜찮지 않다는 말을 한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있었다. 괴로운 듯 질끈 다문 입술. 나와의 간극을 어떻게든 극복하지 못한 자신의 사랑을, 아니 사랑 없음을 책망하는 지도 모른다. 그는 비어져 나올 눈물을 참으려는지 컴컴한 복도 끝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여전히 문간을 넘지 못하고 서있었다. 나는 잠겨드는 생각을 버리고 슬며시 나의 용기를 보여주기로 했다. 괜찮아. 너를 사랑하니까,라고 말했다. 사귀는 중에도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늘 삼갔다. 영원히 서롤 이해하지 못할 우리의 관계에 대한 거짓말같아서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싫어했다. 하지만, 하지만... 그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너를 미워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진심이었다. 나의 거치른 고백에 그는 묵묵히 땅만 쳐다봤다. 두 줄기의 비가 내렸다. 혹시나 그가 내 언어를 못 알아들을까봐 자꾸만 괜찮다고, 괜찮다고 되뇌였다. 사랑은 이유가 될 수 없었다. 괜찮은 것도, 괜찮지 않은 것도, 만나고 헤어짐도 모두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그냥 그 자체가 사랑일 뿐이었다. 들썩이는 그의 온 몸을 향해 나는 한 걸음만 내딛으면 됐다. 나는 문턱을 넘어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나보다 훨씬 커다란 그의 품을 안고선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소년처럼 우는 소년. 모르겠다고, 모르겠다고 흐느끼는 서투름. 그는 하나도 괜찮지 않았을 모든 순간들을 훑어내고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차분해진 나는 그를 다독이며 손으로, 나의 체온과 작은 품으로 말했다. 괜찮다고, 미워해도 된다고.  당장 내일 아침 우리가 헤어져도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너무 길고 어두울테니, 너무 막막할테니 오늘은 잠시나마 같이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자정이 넘어 시침은 새벽을 향하고 있었다. 물고기들이 어둠 속에서 춤을 췄다. 태양은 눈치를 보며 자전을 머뭇거렸고 우린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모르겠어, 모르겠어, 이 말만 아프게 되새겼다. 비가 오려는지 안개가 자욱해진 공기 중으로 두 줄기의 입김이 흩어졌다. 오늘 밤만은 괜찮아보자는 마음으로 나는, 그의 품에서 함께 악몽을 꿨다. 모르겠다. 어쩌면 괜찮아질지도 모를 일이라면  오늘은 이대로, 이대로 있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2014.11.24 #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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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뜸해지다가 0으로 수렴하는 함수처럼 그는 잦아들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그런 이별을 선택한지 모른다.' 다른 부분도 공감 가지만 특히 이 문장이 정말 마음에 와닿아 이렇게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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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어? 웃은 건가? 나보고 웃는 건가? 아 렌즈 끼고 올 걸.. 근데 나는 왜 웃고있지? 그렇게 3분같은 3초 정도를, 30%정도의 미소만을 띤 채 서로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화장실에서 나온 친구가 봤는지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오기도 전에 여자 테이블로 향합니다. 잘은 안들리는데.. 친구: "이제 같이 먹을 때 됐다. 이리로 오세요." 여자2: "네!?" 끝내 못이기는 척 이쪽 테이블로 넘어옵니다. 이 어색한 기류. 누군가 날려줘야 하는데.. 이건 내 담당이 아니다.  친구야 도와줘. 간단하게 서로에 대해 소개를 이어갑니다. 여자: "그냥 필라테스 가르치고 있어요." 아 필라테스 강사였구나. 어쩐지 흰 탑 위로도 보이는 깊은 곡선들의 균형이 완벽하더라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불과 20센치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여자. 거침없이 휙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벙긋 물어봅니다. 여자: "뭐해요 오빤? 그냥 오빠라고 할게요." 오빠? 아직 나이도 공개안했는데 오빠라고?. 나: "아 네네." 그건 그렇고 나더러 뭐하냐고 물었지. 뭐라고 대답하지. '시나리오 작가예요.' 아니야. '어떤 거 썼어요?' 등의 꼬리 물기 질문으로 곤란에 쳐할 수도 있어. 나: "그냥 어, 글써요." 여자: "우와 근데 막 야설 같은 거 쓸 것 같아." 10명 중 9명에게 돌아오는 똑같은 대답. 그놈의 '야설' 정말 야설이라도 써야하나 후. 덕분에 풀린 분위기. 벽이 허물고 이젠 더 과감히 숨김없이 웃으며 술잔을 비웁니다. 슬슬 취끼가 올라오는 자리. 떨어져 있기엔 썰렁한 초가을 날씨가 남녀 한쌍을 더 가까이 밀어줍니다. 어느새 서로 손에 깍지를 끼고있는 친구놈과 여자2. 너넨 어렸을 때, 서유럽에서 자랐니? **** 새벽 3시, 술집을 나옵니다. 알콜에 새벽 이슬이 더해져 흐느적거리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친구놈은 이미 알콜 만땅이 되었습니다. 옆에 꼭 붙어있는 여자2도 더 이상 술집은 갈 수 없다는 듯이 친구놈에게 몸을 맡긴 채, 눈을 감고있습니다. 고요 속에 이미 형성된 분홍빛 무드. 하지만 빠질 수 없는 여자들의 우정이 빛을 바랍니다. 여자: "야 정신차려. 이리와." 친구놈은 여자2의 어깨를 부여 잡고선 다른 한 손으로 볼을 어루만집니다. 여자2는 친구놈의 부드러운 촉감에 최면이라도 걸린 듯 붉어진 얼굴로 베시시 아이의 웃음를 짓습니다. 저 멀리서 먹잇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소리도 없이 낮은 포복으로 택시 한대가 스윽 다가옵니다. 아니 기사님? 저희 손도 흔들지 않았는데? 택시 기사님: "안 탈 거예요?" 이태원 바닥에서 십수년 이상의 짬을 먹은 베테랑 기사님의 눈칫밥이겠지요. 친구놈은 자연스레 여자2를 택시 안쪽에 태웁니다. 곧바로 이어서 탑승하는 친구놈. 택시 안으로 머리를 구겨 넣기 직전 저를 쳐다보네요. 국정원 요원이 작전에 투입되기 전 서로를 바라보고 비장한 고갯짓과 함께 작전을 개시하는 것처럼. '끄덕' 하더니 문을 닫습니다. 문틈사이로 삐져나온 말이 들려옵니다. '신촌으로 가주..' 잘가라 친구야. 네 몫의 우정은 다했으니 멀리 멀리 영영 떠나가라. 덩그러니 남겨진 여자와 나는 처음 합석할 때처럼 또 다시 어색한 기류가 흐릅니다. 손가락 마디 하나 움직이는 것 조차 어색한 게 내 자신에게도 느껴집니다. 어서 이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 파동을 일으켜야 하는데. 머리야, 어서 이 풍파를 헤쳐나갈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단어를 생각해! 나: "카페 갈래?" 아, 이 병신아. 이 시간에 남녀 한쌍이 갈 수 있는 목적지는 단 하나 뿐이잖아. 난 그곳에서 오늘의 종지부를 찍고싶다고. 내가 뱉은 빵점짜리 질문에 여자의 얼굴에 잠시동안 물음표가 만개했습니다. 이어 4살 연하의 남자를 보는 듯한 모성애 담긴 눈빛을 하더군요. 여자: "오빠는 진짜 착한가보다. 난 착한 사람이 좋아." 멍청하다는 걸 돌려 말한건가? 아니야. 난 착하지 않다고. 내면엔 누구보다 진한 핑크빛 욕망이 있다고! 아 이게 아닌데.. 카페로 향하는 걸음엔 후회와 자책이 가득 실려 벌어지는 보폭은 불과 20cm 남짓. 터벅 터벅. 잠깐 멈춰 세우고 싶은데, 도무지 어려운 한글은 아무런 단어도 던져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등 떠밀려 온 것처럼, 카페 건물 1층에 도착합니다. 먼저 올라가는 여자. 한걸음 올라갈 때마다 나풀거리는 흰 테니스 치마. 올라가는 리듬에 맞춰 살랑살랑 보이는 속살이 나를 간지럽힙니다. 아 두 계단만 아래서 갈까. 카페 자동문이 열립니다. 새벽 3시를 훌쩍 넘었지만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인지 빈자리가 많진 않습니다. 나: "뭐 마실래?" 여자: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라메리카노 2잔을 시킨 뒤, 착석합니다. 여자는 먹지도 않는 커피를 들고 괜한 빨대만 콕콕 씹어댑니다. 빨대를 문 채, 입을 씰룩거리는 게 분명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여자: "오빠 술 다 깼어?" 나: "응 갑자기 멀쩡해졌어." 저 질문의 의도는 무엇일까. 혹시 나와 같은 미래를 생각하고 우리의 남은 새벽을 야릇하게 이끌어줄 취기가 남아있냐는 뜻일까. 아니면 술도 다 깼으니 이제 그만 집에 가자는 걸까. 여자: "괜찮으면 우리집 가서 한 잔 더 먹을래?" 나: "어?" 순간 모든 신경다발이 멈췄습니다. 모든 신경물질들이 급속도로 하체의 한 곳으로 몰집합니다. 생각치도 못한 전개에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현관에 들어설 때 부터의 동선을 미리 생각합니다. 여기서 허리를 감싸안고.. 여자의 목덜미 옆으로 내 얼굴을 닿을 듯 말 듯 아찔하게 포개고.. 절제된 호흡으로 여자의 귓가에 야릇한 호르몬을 보내고.. 갓난 아이를 보듬듯, 조심스레 옷 안으로 손을 넣어 마디마디 천천히 올라가 후크를.. 뚝. 나: "좋아. 지금 갈까?" 여자: "남은 것만 마시고 가자." 여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심장박동수가 오르내립니다. 어서 당장 쪽쪽 다 빨아먹어. 술집부터 화장실을 한번도 안간 탓인지 급해집니다. 내 상태도 정비가 필요한 타이밍. 화장실로 향합니다. 정성스레 만든 반 깐 머리를 방해하는 잔머리를 정리하고, 옷 매무새를 다듬습니다. 마지막으로 내눈에만 보이는 잘생겨보이는 각도로  거울에 비친 나를 체크합니다. Ok.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갑니다. 어라? 맞은편 여화장실에서도 문이 열리네요? 시선을 낮춰서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어딘가 익숙한 실루엣의 바디라인. 그리고 특유의 향수와 샴푸냄새의 섞임. 에이 설마 아니겠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화장실에 나온 사람을 봅니다. 그 사람을 본 순간, 식물인간이 된 듯 모든 사고가 불가능했어요. 네가 왜 여기있어? 지금 여기서 만나면 안되는 거잖아.
약스포) 좀비의 시작, 그리고 웰메이드 좀비 영화들 몇 개
좀비 / Zombie / Zombi 이젠 호러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 되어버린 좀비 굉장한 캐릭터성으로 영화, 게임을 더불어 예술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엄청난 인기 덕분에 좀비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 유래를 알고 있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음 보통 '살아 움직이는 시체', 좀 더 자세히 아는 경우엔 '부두교의 주술에 의해 살아 움직이는 시체' 로 알고 있으나 좀비의 역사는 조금 더 깊고 아픔 1490년 카리브해 아이티를 발견한 콜럼버스로 시작해 아이티는 스페인 점령군에게 지배 및 학살당함 이후 100년도 채 되지않는 기간에 아이티 원주민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스페인은 아프리카대륙에서 노예들을 끌고 와 아이티에 정착시킴 1600년대 스페인의 바통을 이어받은 프랑스는 식민지배를 이어나감과 동시에 프랑스의 유일종교 카톨릭을 아이티에 주입하는데 아이티에 정착한 아프리카 노예들은 프랑스어도 몰라, 성경은 뭐이리 또 길고 난해해, 근데 또 안믿으면 잡아 족치려고 해 연장자 노예들에게 원래 신앙을 전파받으려 해도 노동강도때문에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못하고 다 죽어 이에 노예들은 일단 지급받은 카톨릭의 성화를 두고, 어떻게든 배운 토속신앙을 무작정 접목시켜 숭배하기 시작했음 이렇게 독립적으로 발전해나가기 시작해 하나의 큼지막한 종교로 자리잡은게 '부두교(Vodou)' 근데 카톨릭의 죽음과 부활,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 아프리카 토속신앙의 주술 문화가 짬뽕되다보니까 어느새 이게 '이미 죽은 사람을 주술사가 부활시켜 컨트롤할 수 있다' 라는 믿음이 생겨버리고 여기에 아이티가 1804년 독립을 위한 전쟁을 하면서, 심지어 그 전쟁과 독립이 성공하고 무용담 속에 부두교가 접목되다보니까 '부두교라는 종교가 있는데, 거기서는 주술사가 사람을 영혼없는 노예로 만들어버리고 심지어 시체도 되살려서 노예로 쓴다더라' 라는 괴담이 북아메리카 전역에 퍼지게 됨 더불어서, 혁명을 일으킨 흑인들을 보는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았고 미국은 이들을 야만인으로 여겼음 그에 따른 혐오, 공포가 부두교를 완전히 악마같은 종교로 인식하게 만들어버림 이후 미국에서는 부두교에서 '신' 또는 '주술' 을 뜻하는 좀비라는 단어를 가져와 어둡고 공포스러운 연극에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좀비는 저주, 언데드, 흑마법과 같은 이 야무지게 자극적인 주제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나가게 됨 그렇게 발전되고 발전되어 여기까지 온게 우리가 좋아하는 좀비물이 된 것 느꼈다시피 부두교와 좀비는, 결국 백인들의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담긴 주제이며 현재 21세기에는 대중매체들로 인해 많이 희석되었지만 그 근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자세로 다가가야 함 그래서 주말에 볼 웰메이드 좀비영화 몇 개를 소개하겠음 28주후, 새벽의저주, 월드워Z같이 이젠 입아파서 꺼내기도 힘든 너무 유명한 영화들은 제끼고 내가 재밌게 봤던 그나마 덜 알려진 작품들로 소개하고싶음 1. <블랙 썸머, 2019> 영화는 아니고 넷플릭스 좀비 드라마 살면서 이런 드라이한 좀비물을 또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내기준 개쌉명작 신파도 없고, 발암캐도 없으며 지루할 수가 없는 시간 역순 연출, 빠른 전개, 차가운 색감까지 모든 요소들이 세련됨의 극치를 달리는 작품 시즌 1은 꼭 추천하고, 시즌 2는 이번에 나왔는데 음,,, 임팩트가 좀 덜했음 2. <아이 엠 어 히어로, 2016> 그로테스크와 고어, 기괴함과 병맛의 끝판을 달리는 일본 좀비영화 일본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인데, 원작은 안봐서 모르겠고 영화 자체만 두고 얘기하자면 별 네 개 이상 주고싶음 등장하는 좀비 하나하나가 굉장히 기괴하고 독특해서(심지어 지나가는 엑스트라 좀비까지) 다음엔 어떤놈이 나올까 궁금증을 유발하며 좀비들이 우리에게 친숙한 동양인 얼굴이라 공포가 배로 불어남 물론 만화 원작이라서 굉장히 당혹스러운 설정이 하나 추가돼있는데, 그것만 견딘다면 완전히 색다른 좀비영화를 즐길 수 있음 참고로 엄청 잔인하니 비위 약한 사람에게는 비추천 3. <나는 전설이다, 2007>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영화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이 주는 고독함, 숨막힐 정도로 빠른 좀비들, 윌스미스의 미친 연기까지 뭐 하나 부족함 없는 작품 건물로 반려견 찾으러 들어갔을 때, 마네킹 혼자 위치 바뀌어있을 때, 밤에 좀비개들 마주쳤을 때, 집에 좀비 침투했을 때 영화의 시퀀스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종류의 공포와 긴장감을 보여줌 이거 감독판이랑 극장판이랑 결말 다르니까 하나만 본 사람은 꼭 다른버전 찾아서 보시길 4. <디 엔드? , 2017> 출근하다가 고장난 엘리베이터에 갇혔는데 밖에 좀비사태 일어나는 영화 영화의 95%가 엘리베이터에 갇힌 회장님만 보여주지만 여느 좀비영화 못지않는 몰입감과 재미를 줌 킬링타임으로 제격 5. <기묘한 가족, 2019> 좀비한테 물리면 정력 야무지게 쎄진다는 소문 듣고 동네 노인들이 줄서서 돈내고 물리는 내용 본인 한국 코미디영화 별로 안좋아하는데, 진심 개재밌게 봤던 영화 일단 노인분들 좀비 연기가 진짜 야무짐. B급 코미디 영화에 나오는 좀비랑은 급이 다름 코미디도 억지웃음 유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출돼서 오글거림 하나도 없이 봤었음 반도는 기묘한가족을 보고 반성해라 6. <R.E.C , 2007 ~ 2009> 지난번 파운드푸티지 장르 글에서 인생영화로 소개했던 작품 1편은 소방대원 현장출동을 따라간 리포터가 정체불명 바이러스와 건물에 갇히는 내용, 2편은 그 리포터도 찾고 건물 진실을 밝히러 신부 한 명이랑 특수부대원 2명이 들어가는 내용임 1편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사실 2편까지도 진짜 수작임(3편부터는 언급하면 욕쳐먹음) 1편 엔딩 떡밥을 2편에서 물고 이어지는건데 엔딩부터 갑자기 뇌절해서그렇지 후반부까지는 진짜 전작 못지않은 미친 연출을 보여줌 파운드푸티지 좋아한다면 2편까진 꼭 보자 7. <카고, 2017> 아래 <카고, 2013> 2013년 7분짜리 단편 좀비영화가 성공해 2017년 장편으로 리메이크된 영화 개인적으로 7분짜리 단편이 더 임팩트있었음 위 영화들처럼 치고박고 싸우는 영화가 아니라 먹먹하고 슬픈 영화임 공포에 지쳤다면 쉬어가는 느낌으로 추천하는 작품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여 출처 : 에펨코리아 괴담 뭐 없나 찾다가 아주 괜찮은 좀비영화 추천글을 발견했습니다 핳핳 저는 1, 2, 5, 6, 7 < 이 영화들은 예전에 다 봤는데 '아이 엠 어 히어로' 이거 재밌게 봤습니다 물론 일본 특유의 그 감성이 거슬리긴 했지만 굉장히 괜찮은 작품입니다. (tmi 영화 대부분을 파주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저 이미지 속 육상선수? 높이뛰기? 선수 좀비는 한국 무용가라고 하네요) '카고'는 단편을 먼저 보고 마지막엔 살짝 눈물까지 고일 정도로 감명깊게 봐서 영화도 찾아 봤었는데 저기 적힌 그대로 단편이 더 임팩트 있으니 단편으로 보시길 추천합니다..
[토박이말 살리기]1-63 두루치기
[토박이말 살리기]1-63 두루치기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두루치기'입니다. '두루치기'하면 먹는 게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하지만 그 두루치기가 아니랍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 가지 물건을 여기저기 두루 씀. 또는 그런 물건'의 뜻이 있다고 하고 "경운기 한 대를 동네 사람들이 두루치기로 몰고 다녔다."는 보기월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루 미치거나 두루 해당함'의 뜻이 있다고 하고 "학생들을 두루치기로 나무랐지만 실상은 모임에 빠진 학생에게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여러 방면에 능통함. 또는 그런 사람'이라는 풀이에 "그는 농사, 운동, 집안 살림 등 못하는 것이 없는 두루치기다."를 보기월로 보였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도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한 가지 물건을 여기저기 두루 씀, 또는 그런 물건'의 뜻이 있다고 하고 "동네 사람들은 경운기 한 대를 두루치기로 여기저기에 몰고 다녔다."는 월을 보기로 들었습니다. 둘째 '한 사람이 여러 분야에 걸쳐 잘하고 능숙함. 또는 그러한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고하고 "그녀는 일이나 공부, 놀이 등 못하는 게 없는 두루치기이다."를 보기월로 들었습니다. 셋째 뜻으로 '두루 미치거나 해당함'이라는 풀이와 함께 "선생님께서는 일단 담배를 핀 학생들을 두루치기로 혼낸 다음, 한 명씩 상담실로 부르셨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는 저 나름대로 좀 더 쉽게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두루치기: 1) 한 가지 몬(물건)을 여기저기 두루 씀. 또는 그런 몬(물건) 2) 한 사람이 일, 놀이와 같은 여러 가지를 두루 잘함. 또는 그런 사람 3)두루 미치거나 두루 들어맞음 많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공유'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두루치기'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능'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도 '두루치기'를 떠올려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공유', '만능'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두루치기'를 떠올려 써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더위달 열아흐레 한날(2021년 7월 19일 월요일)바람 바람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두루치기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