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1초만이라도 그 곳에 서고 싶었다. 송승준
1980년 6월 29일 출생
송승준, 그는 참으로도 불운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두둑한 배짱과 공격적인 피칭으로 팀 사상 최초이자, 해외 무대에 진출한 한국인 최초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고, 3년 연속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의 메이저리그 승격은 좌절되고 말았고, 단 한 번만이라도 오르고 싶었던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아 보지 못하고 지난 2007년 한국에 복귀하게 된다.


제2의 박찬호를 꿈꾸며
때는 바야흐로 1998년, 그 어느 해보다 부산 지역에 뛰어난 투수들이 많이 배출되던 그 해. 일명 부산 지역 3대 투수로 일컬어지는 세 명의 선수가 등장합니다. 제 2의 박찬호란 평가를 받으며 동기들 중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했던 부산고의 에이스 겸4번타자 백차승, 일전에 9회말 2아웃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경남상고(현 부경고) 김사율, 그리고 마지막이 1998년 경남고를 봉황대기, 청룡기 우승과 대통령배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오늘의 주인공이자 경남고 에이스였던 송승준이었는데요.
1999년 경남고를 졸업한 송승준은, 자신을 고졸 우선 지명 선수로 호명한 롯데 자이언츠와의 계약을 거절합니다. 그리고 그 역시 동기생이자 라이벌이었던 백차승처럼 제 2의 박찬호를 꿈꾸며 90만 달러의 계약금과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 중 하나인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하게 되죠. 특히 이 시기 보스턴 레드삭스에는 송승준 말고도 조진호, 이상훈, 김선우, 채태인, 안병학 등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수많은 한국인이 있었는데요. 송승준은 훗날 인터뷰에서 레스삭스에서의 3~4년간의 생활이 마이너리그 생활 중 가장 편안한 분위기에서 운동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루키 리그와 싱글A 였지만 위의 기록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송승준은 가능성을 인정받는 투수였고 2001년부터는 3년 연속으로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인 퓨쳐스게임에 출장하였습니다.
그 결과 송승준은 2002년,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100대 유망주 가운데 60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는데요. 하지만 마이너리그 4년 차였던 그 해, 팀 동료이자 메이저리거의 꿈을 위해 그보다 2년 먼저 태평양을 건넜던 김선우와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을 연고로 하는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로 트레이드되면서 그의 메이저리그 도전 과정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불운만 가득했던 미국 생활
물론 몬트리올에 정착한 송승준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처음부터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3년 연속으로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에 선발되었고, 트레이드 이듬해인 2003년,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팀 역사상 최초이자, 한국인 최초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고 이후 곧바로 트리플A로 승격해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빅리그 승격을 향해 꿈을 키워가던 송승준에게 처음 다가온 먹구름은 바로 지독하리 가난한 몬트리올의 재정 사정이었습니다. 당초 송승준은 시즌 말미인 9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확장에 맞춰 메이저리그 승격에 대한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메이저 승격으로 인한 추가 연봉을 지급할 돈도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구단 형편 때문에 빅리그 입성에 대한 꿈은 그 다음해로 미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4년, 송승준의 야구 인생에 결정적인 불운이 닥치고 맙니다. 시즌 개막 전 팀 동료인 김선우와 빅리그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송승준은 결국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요. 그러나 개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의 선발투수 2명이 동시에 부상을 당하면서 송승준은 마침내 감독으로부터 메이저리그 승격 통보를 받습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승격을 앞두고 있던 어느 경기에서, 주루 플레이 도중 상대 유격수에게 공을 맞아 손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 기회를 눈 앞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그 순간부터 그의 빅리그행은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손목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에는 부상 후유증 때문이었는지 경기를 잘 풀어나가다가도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모습을 몇 번을 반복했고, 결국 2004년 시즌 말미에 팀에서 방출 통보를 받으면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하게 됩니다. 그러나 2005년 스프링캠프 마지막 날 트리플A에서 다시 한 번 방출 통보라는 청전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말았습니다. 이후 송승준은 2005년과 2006년 각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캔자스시티 로얄스 마이너리그 팀을 전전하였습니다.
송승준은 1999년 미국 땅을 처음 밟은 후, 약 8년 동안 마이너리그 통산 166경기에 등판해 56승 42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는데요. 하지만 정작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정작 단 한 개의 공을 던져 보지 못한 비운의 투수로 남아야만 했던 아쉬운 기억을 가진 선수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는 2007년 해외파 우선 지명을 통해 8년 전에 자신을 고졸 우선 선수로 지명했던 롯데 자이언츠에 다시 입단해 현재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