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회화 작품의 등장은 한국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둥근 얼굴형에 큰 눈, 앳된 얼굴. 이와는 상반되는 기묘한 무표정의 캐릭터 ‘EYEDOLL’은 이제 마리킴의 작품세계를 대변하는 마스코트가 되었다.
YG 엔터테인먼트 2NE1 두 번째 미니앨범의 아트웍과 ‘Hate you’ 뮤직비디오 연출로 이제는 대중적인 인기까지 거머쥔 마리킴이지만, 그녀 역시 시작부터가 밝지는 않았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작품을 들고서 한국으로 날아온 그녀를 반기는 것은 냉랭한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 앞에서 늘 당당했던 그녀는 이러한 피드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다져나갔다.
몽상가 자질이 다분하여 자신의 예술 세계에만 몰두해왔고, 그것을 집요하게 또 깊이 있게 파 내려갈 뿐이었다. 그 결과 그녀의 작품은 하나의 트렌드를 생성해냈고, 한국 미술계에도 무수한 영향을 끼쳤다. 바쁜 작품 활동 와중에도 잊지 않고 세상의 약자와 어둠에 귀 기울이는 그녀, 마리킴. 한 마음씨 따뜻한 예술가의 이야기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아티스트 마리킴입니다.
Q.호주에서 대학교와 대학원까지 졸업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언제 호주로 가게 되셨나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갔어요.
Q.Creative Media과를 전공하셨어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는 과정인가요?
컴퓨터로 하는 예술학과예요. 영상이 될 수 있고, 음악이 될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를 많이 배웠어요. 크리에이티브한 건 모두 배웠던 것 같아요. 학사 때는 멀티미디어라서 전부 다 배웠고, 나중에 석사 과정에서는 ‘Animation & Interactive Media’라고 하는 세부적인 공부를 하게 됐어요.
Q.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분이 그리는 그림이라 해서 처음에 더 화제가 됐던 것 같아요.
무시했죠. (웃음) 기존의 사고방식에서는 제가 하는 장르 자체가 미술같아 보이지 않으니까요. 기존에 미술계에 몸담고 있으셨던 분들이 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더라도 자기들도 모르는 전혀 새로운 분야기 때문에 뭐라고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과거의 어떤 것과도 비교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 새로운 것이 뭔지 몰랐던 것 같아요.
Q.언제 내 작품이라는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언제부터 꼭 해야지라고 다짐했던 적은 없고, 그냥 하다 보니 된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계속 그렸고, 블로그에도 올렸어요. 그러다 2008년에 책이 나왔는데 그 책 이름이 ‘EYEDOLL’이에요. 그 다음부터 제가 그리는 캐릭터들의 이름을 아이돌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다른 미술 작가들도 커서 무슨 작가가 되야지 마음먹고 한다기 보다 계속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니 작가가된 적이 많지 않나 싶어요.


Q.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호주에서 계속 살았고, 한국에서도 서울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오는 건 제 입장에서는 다른 외국에 가는 것과 똑같았어요. 아는 사람도 없었고, 학교를 여기서 나온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호주 다음에 서울 그리고 유럽이나 미국, 이런 단계를 생각하고 있었죠. 유럽이나 미국에 가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서울을 가보지 않았으니 중간 단계로 서울에 먼저 가보자는 생각으로 오게 됐어요. 그런데 오래 있게 됐죠. (웃음)
Q.서울이 마음에 드셨던 건가요?
네. 재밌었어요. (웃음)
Q.아무래도 이제는 마스코트가 되어버렸는데요. ‘EYEDOLL'의 눈이 큰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됐던 건가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이런 비슷한 것들을 많이 그렸어요. 전부터 이런 형식의 그림은 계속 그려왔는데, 2008년 책 발간부터 ‘EYEDOLL’이란 이름을 붙이게 됐죠.그와 관련된 내용으로 논문을 작성하여 독일의 ‘Pictoplasma Art Festival'에 초청되신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이력이에요. 제가 연구한 분야는 내면의 순수성보다도 외모적인 거였어요. 가령 엑소시스트에서 어린이들의 얼굴이 무섭게 나오는 것처럼 이미지적인 것이요. 단순히 순수성을 잃은, 방탕한 어떤 정도가 아니라 극도로 악한 이미지에 대해 연구했어요. 어린 애들이 귀엽고 예뻐야 하는데 못됐고, 사실 그런 것들이 유행처럼 공포 영화에 많이 쓰이기도 했잖아요. 그런 연구였어요
Q.지금 하고 계시는 활동도 그렇고, 청소년이나 아이들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어린 아이를 두고 이미지 작업을 하다 보니 더 그런 것도 같아요. 그리고 저는 항상 사회약자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어요. 제가 뭔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계속 고민해요. 애들뿐만 아니라 동물에도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어요. 동물 연대랑도 연락 하고 있고요.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악이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인간 때문에 동물이나 자연 그리고 지구에 정말로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더불어 인간이 이렇게 해로운 존재로만 죽어가야 된다는 것이 가장 부조리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해서 크든, 작든 생명에 대해 더 공감하고, 그런 문제에 대해 제가 할 수 없는 것이 없을까를 늘 생각하는 것 같아요.
Q.혹시 EYEDOLL 이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이돌’과도 연관이 있나요?
처음에 책을 만들 때 출판사 사장님이 저더러 ‘아트계의 아이돌’이라는 의도로 이름을 짓자고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IDOL’ 이라고 썼었어요. 그런데 제가 ‘눈 인형’으로 해야된다고 주장해서 이름을 바꾸게 됐죠.‘EYEDOLL'
Q.캐릭터가 작가님과 참 많이 닮아있어요. 처음 캐릭터를 그릴 당시에도 자신을 본 떴던 건가요?
그건 아니었어요. 제가 그림을 배우지 않고 그리다 보니까 만화처럼 그리기 시작했었어요.
그렇다고 갸름하고 예쁜 거는 또 못 그렸어요. 그냥 동그란 얼굴에 큰 눈을 그리다가 조금씩 다듬어지면서 이런 모양이 된 것 같아요. 눈을 크게 그리고 싶으니까 비율상으로 갸름하게 그릴수 없기도 했었고요.


Q.작품을 한국에 들고 왔을 때의 반응은 냉랭했다고 들었어요. 어땠나요?
한국에는 이런 작품이 잘될리 없다고 했어요. 한 10년은 빠르다고요. 왜냐하면 저는 그림 그리는 방식 자체를 컴퓨터로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컴퓨터로 그림 그리는 사람이 잘 없었어요. 일러스트 분야에는 있었는데, 순수회화 쪽에서 컴퓨터로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대놓고 복제라는 방식을 쓰는 사람이 없었어요. 말 그대로 저는 ‘인형(DOLL)’처럼 복제를 했었거든요.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더라도 한정적으로 하는 사람만 간혹 있었는데, 그렇게 작업한다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몰랐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없었어요. 해서는 안되고, 나쁜 거라 생각할 수 없었던 거죠. 반면 그 당시 미술인이 봤을 때는 예술이 아니라고 터부시 했었어요.
Q.그럼 그러한 냉랭한 반응들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겠네요.
사실 보통 아티스트들이 대부분이 그렇듯이 자기도취가 있었어요. 왜 감독도 자기 영화가 제일 재밌듯이 아티스트들은 자기 그림이 제일 멋있어 보이잖아요. 제 작품을 안된다고 이야기하니까 그 당시에는 사람들 눈이 낮다고 생각했었어요. (웃음) ‘이 예쁜 걸 못 알아보는구나.’ 하면서요.
Q.지금의 반응은 어떤가요?
예전에는 지금과 비슷한 그림을 내놔도 처음에는 무섭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귀엽다고 해요. 블로그 활동도 하고 있고, 계속해서 제 작품들이 노출되다 보니 긍정적으로 인지하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고, 이미 많이 봐왔으니까 무섭다는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아요. 무섭다고 하면 조금 촌스러운 문화가 생긴 것도 같고요
아티스트로서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시각이 넓어졌다는 것도 굉장히 뜻깊은 일일 것 같아요.옛날에는 얼굴을 이렇게 크게 그린다는 것도 없었어요. 제가 나오고부터 이런 식으로 작업하는 다른 작가들도 많이 생겨났어요. 누구라도 이야기 할만한 작가들도 있고요. 저는 제 작품을 통해 새로운 형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트렌드 같은 걸 만들었다고도 생각해요. 이런 걸 만들어놨으니 저는 또 다른 걸 해야겠지요? 저는 사람들이 모두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보다 충격받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거든요. 늘 새로운 걸 하는 게 좋고, 놀라는 반응이 더 좋아요. 재밌어요. (웃음) 이번에 하는 공연에서도 놀라는 반응들이 많더라고요. 공연에 영상이 틀리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세요.
Q.이번 공연 ‘빨간구두 셔틀보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이경옥 무용단과 세 번째 콜라보레이션이에요. 이경옥 선생님이 제 그림을 워낙 좋아하세요. 이번에 세 번째 국립극단에서 하고 있어요. 무용단 측에서 무대에 영상을 틀어보자고 제안해주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Q.가수 나얼 씨와는 여러 차례 전시를 여셨어요.
‘아이들’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는 것 같은데, 나얼 씨는 아이들 그림도 있지만, 성경을 주제로 한 작업을 주로 해요
Q.워낙 정평 나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나얼 씨의 작품에 대해 마리킴 씨의 생각을 말해준다면?
성경으로 작품을 만드는 데, 꼭 성경말씀이 아니라 해도 작품 자체가 너무 좋아요. 한국의 작가들 중에 그런 스타일로 작품하는 작가도 잘 없고요. 작품도 좋은데, 성경 말씀도 내포되어 있으니까 목적성도 있으면서 멋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Q.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세요?
나얼 씨도 콜라주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에디션을 성경 말씀에 나오는 숫자들로 해요.
그래서 제가 에디션을 좀 줄이라고 말해준 적은 있어요. 에디션이 많으면 작품 구입할 때 꺼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라 성경의 중요한 숫자들로 구성된 거라 바꿀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참 작가답다고 생각했어요.
Q.2NE1 앨범 아트웍과 ‘Hate you' 뮤직비디오에 참여해서 화제였어요. 이 작업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양현석 사장님이 전화오셔서 함께 하고 싶다고 제안하셨어요.
Q.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어려운 점이 없었어요.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콜라보레이션 결과물도 좋았고, 작업하는 과정에서의 관계들도 참 좋았어요. 그 이후에 아티스트들이 콜라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중요한 일을 했다고도 생각해요. 그 전에는 메이저 뮤지션이랑 한국 아티스트랑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예가 없었어요. 외국에서는 많거든요.
Q.그 후에도 그러한 제안들이 많이 들어왔나요?
아니요. 첫 시도로 2NE1을 하다보니 2NE1만큼의 인지도를 지닌 분들이 아니면 쉽게 제안을 못하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또 그와 비슷한 류의 작업이면 제가 할 이유도 없고요. 한국에 있는 밴드나 가수랑은 이런 방식의 콜라보레이션을 할 생각은 없고, 다른 방식의 콜라보레이션이라면 해보고 싶어요.‘Hate you'라는 음악도 그렇고, 당시의 2NE1 스타일링도 그렇고 강한 느낌이 있었기에 작가님 스타일과 굉장히 잘 어울렸던 것도 같아요.
Q.어떤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하셨나요?
제 작품이 잘 드러나게 하면서도 2NE1 멤버들의 개성을 잘 표현하려고 했었어요. 가령 박봄 씨는 뮤직비디오에서 보면 옥수수를 먹고 있어요. (웃음) 그런 깨알재미를 살리려고도 했고, 씨엘 씨는 리더로서의 면모를 부각시켰고요. 또 공민지 씨는 막내인데, 씩씩한 면이 있어서 맨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요. 산다라박은 아무래도 예쁜 얼굴을 강조했죠. 거기서도 꽃미남과 눈이 맞는 장면이 있어요.



Q.무용단 공연, 구두 디자인, 뮤직비디오 등 굉장히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진행하고 계세요. 앞으로는 어떤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으세요?
해외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레이디 가가도 참 좋아하거든요. 조금 강한 뮤지션들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엄청나게 큰 대형 조형물을 만들어 보려고 구상하고 있어요. 비용이 많이 들기에 기업이랑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올해는 해외 활동이 많아요. 6월에는 홍콩에 가서 한국을 알리는 전시를 해요. 그 후에 바로 독일로 넘어가고, 12월에는 미국의 마이애미 아트페어에 가고요. 이번에 이경옥 무용단과 함께하는 영상 콜라보레이션이 끝나면 계속해서 외국에 가있을 것 같아요.
Q.이렇게 다양하게 활동하시는 이유는 역시 ‘팝 아트’를 다루고 계시기 때문일까요?
제 자체가 미디어 친화적인 작가이기도 하고, 또 아티스트는 인생이 아티스틱하게 소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도 있어요. 예를 들어, 반 고흐라는 작가는 작품도 좋지만, 일생도 참 다이나믹하잖아요. 그들의 생활도 작품만큼 재밌는 것 같아요. 그 작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개인의 성격이나 취향은 어떤지 등을 알려주는 것도 아티스트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활도 작품처럼 아티스틱하게 소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향해요.
Q.10년 후에는 어떤 작가가 되어있기를 바라세요?
10년 후에는 아마 동물자유연대에서 엄청나게 활동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모르겠어요. 나중에는 동물이 아니라 미생물을 도와주자로 바뀌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구호활동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우선은 본인 생활이 어려우면 그런 활동을 해나간다는 것이 힘들잖아요. 그러니 제가 먼저 잘 되어야하겠지요? 사실 저는 생활에 대한 걱정을 잘 안하는 편이거든요. 제 생활이 너무 편하기 때문은 아니거든요. 정말로 살아가는 실생활의 어떤 것들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늘상 몽상을 하며 지내요. ‘아트’는 돈이 없으면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어요.원체 집안이 부자가 아닌 이상 젊었을 때부터 돈이 있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저도 돈 없었어요. 돈이 있어서 뭘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돈 있으면 뭘 하겠어요. 그냥 놀지요. (웃음) 어떤 사람들에게는 돈이 없다는 것이 뭔가를 열심히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뭐든지 자기 의지에 따른 것 같아요.
Q.아티스트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들 중에는 그냥 그림들이 멋있어 보여서 하는 사람이 있고, 그 자체가 너무 좋아서 하는 사람이 있어요. 둘 다 마찬가지로 게으르면 안되는 것 같아요. 무슨 직업에서든지 게으른 사람이 성공하는 건 못 봤던 것 같아요. 사실 열심히 한다라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잖아요. 그 와중에도 자기 나름의 패턴이나 사이클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라는 직업이 굉장히 자유롭잖아요. 그래서 성격 자체가 부지런하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나태해지기 마련이거든요. 또 요즘에는 자기를 홍보할 수단이 워낙 많아서 유명해지기는 쉬워요. 저는 그래서 열심히, 꾸준히 2년만 하면 유명해진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걸 잘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알아서 척척 맞아떨어지는 천재의 기운을 타고나지 않은 이상 부지런해야한다고 생각해요.
Q.학생들에게도 그 점을 가장 중요하게 말씀하세요?
현재 가르치고 있는 분야는 순수 예술이 아니라 미디어 쪽이에요. 아무튼, 그런 분야를 가르치는데 성적에 연연해 하지 말라고 해요. 저도 공부를 못했거든요. 그런데 현재 돌아봤을 때, 그게 큰 상관이 있지 않더라는거죠. 정말로 전혀. 그리고 자기 자신한테 솔직한 사람이 되는 것이 본인의 행복지수를 위해서도 좋은 것 같아요. 자기가 아닌 사람이 되어가면서까지 뭔가를 했을 때 과연 무엇이 좋은가 싶어요. 이런 생각을 환기시키는 이야기를 주로 해줘요. 보통은 시간이 없어서 잘 못해주지만.
#천진한 몽상가마리킴의 라이프 스타일
Q.평소 작업 스타일은 어떠세요?
늘 몽상을 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요. 문제라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웃음) 늘 시간이 부족하고, 뭔가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사실 그러면 안 되거든요. 약간 숨 고르는 시간도 필요한데, 제가 하이퍼 에너지를 가졌어요. 집에가서도 늘 뭔가를 해요. 어떨 때는 제가 잠 안자고 왜 이러고 있는지 생각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도 새로운 결과물이 나온다는 자체가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Q.영감을 받기 위해 본인만이 하는 일이 있다면?
문화생활을 되도록 많이 하려고 해요. 영화는 나오는 건 거의 다 보고요. 인문서도 되게 좋아해요. 그런데 소설책은 잘 못봐요. 남의 상상력에는 공감이 안가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정보가 많은 책을 보면 그게 너무 재밌어요. 내가 모르는 사실들이 있다는 것이요.
Q.학생들에게는 어떤 책을 주로 권하세요?
책은 잘 안 권해요. 그렇지 않아도 학생들이 공부하느라 책을 많이 읽거든요. 놀으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걸 진심으로 안들을 수 있어요. 놀라 해서 놀아지는 세상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제 이런 말 때문에 더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을 것도 같지만, 그냥 가볍게 이야기를 하곤 하죠. 사실 각자의 삶을 제가 책임질 수는 없으니까요. 본인에게 잘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만,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는 정말 노는 게 좋은 것 같아요.
Q.마리킴 씨가 노는 방식은 어떤가요?
저는 클럽도 좋아하고, 음악 페스티발도 좋아해요. 이번에 UMF(Ultra Music Festival)도 엄청 기다리고 있어요. (웃음)
Q.음악도 일렉트로니카를 위주로 좋아하시나요?
네. 일렉트로니카나 신나는 음악을 주로 좋아해요. 얌전한 것보다는 센 음악들 좋아해요.
Q.영화는 어떤 영화를 주로 좋아하세요?
영화도 센 영화를 좋아해요. (웃음) 어렸을 때는 컬트영화에 심취했던 적도 있어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을 비롯한 센 영화들을 좋아했어요.
Q.최근 본 영화중에 추천해주신다면?]
‘클라우드 아틀라스’ 재밌게 봤어요. 스토커도 재미있었는데 생각보다 약했어요. (웃음) 더 셌어도 됐는데, 박찬욱 감독님께서 숨고르기 하시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반면 더욱 치밀해진 면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비주얼 적으로 센 것을 좋아해요.



Q.평소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주로 뭔가를 해요. 영화를 보다 던지, 어쨌든 가만히 있는 걸 잘 못해요. 친구 분들도 잘 만나는 편이세요?평소에는 잘 못 만나지만, 놀 때는 잘 만나요. 친한 친구는 이사강 감독이 있고요.
Q.지인들이 말하는 마리킴 씨의 성격은 어떻다고 이야기 하나요?
착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글쎄요. 못됐다고 이야기할 수 없으니까 그러는 것도 같고요. (웃음) 그리고 제가 평범하게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이상한 이야기를 안 하는데, 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은 사람에게는 제 몽상에 대해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제 몽상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거 자칫 잘못하면 정신분열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본인 통제력이 좋거든요. 뭐에 휩쓸리거나 중독되지 않아요. 가령 어떤 사람들은 외부적으로 미친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외부적으로는 그렇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생각을 잘 정리해서 작품이나 예술에 온전히 주목을 해요.
Q.국내, 국외를 통틀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소개해주신다면?
지금은 중국의 반체제 아티스트 ‘아이웨이웨이’를 좋아해요. 반체제라서 좋은 건 아니에요.
저처럼 오지랖이 넓은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싸움은 보통 이해관계에서 벌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이해관계의 테두리 안에 속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불쌍한 아이들, 동물들이 있거든요. 그렇게 개개인이 미처 깨닫지 못한 어두움에 관심이 많아요. 아이웨이웨이 경우도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안을 예술에 적극적으로 가져와서 작업을 해나가는 모습이 정말 진정성 있게 느껴졌어요. 일부러 보이려 혹은 이슈화되려고 하는 것 같지 않아서 더 좋아요.
Q.얼짱 아티스트로도 유명하세요. 이렇게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요?
제가 퍼뜨린 것 아닐까요? (웃음) 얼꽝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저는 아티스트의 비주얼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자신이 보여지는 것에 대해서 신경 써요. 한마디로 멋을 많이 부리죠. (웃음) 일부러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랬다기 보다 제 자체가 워낙 꾸미는 걸 좋아하지만, 이를 통해 어쨌든 피드백이 발생한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지만요.
Q.원체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고는 하셨지만, 아무래도 언론에서 그러다보니 더 신경 쓰이실 것 같아요.신경 쓰이는 게 있어요. 너무 이상한 사진들을 많이 올리시더라고요.
(웃음) 한날은 저인지 몰랐던 사진도 있었어요. 그런 건 미리 예방하고 싶기는 해요. 사진으로 문제가 일어났던 적은 없지만, 진짜 이상한 것도 있어요. 사진이랑 실물이 안 닮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 건 좀 없애고 싶은데, 올라가면 지우기가 너무 힘들어요. (웃음)
Q.아티스트도 겉으로 보이는 외모에 대해 신경써야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모두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래도요. 자기가 멋 부리는 스타일이 아닌데 억지로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자신이 멋 부리는걸 좋아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내 개성을 발휘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거예요.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체제 안에서 자신을 숨기면서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이 안 좋은 것 같아요.
Q.최근 관심사가 궁금해요.
동물이에요. SNS를 통해서도 자료들을 많이 공유해요. 이전에는 전시를 하면 항상 어린이들을 도와줬어요. 수입의 일부를 기부한다든지, 작품을 기부한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반면, 동물은 소극적인 형태로 도와주곤 했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실태를 알릴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해요. 사람들이 몰라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동물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나 소개해주세요.우리가 보통 모피를 잡아서 가죽을 벗기는 정도의 상식은 있는데, 겨울의 털모자나 털이 붙어있는 점퍼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어요. 거의 중국에서 들어오는 건데, 그게 거의 다 개나 고양이의 털이거든요. 이 역시 무자비하게 잡아다가 산채로 가죽을 벗겨요. 그런데 그 동물들이 가죽을 벗겨있을 때도 어느 정도는 살아있어요. 참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옛날이야 지금처럼 섬유가 발달되지 않았기에 너무 추워서 그랬다 쳐도 요즘에는 꼭 그런 걸 입지 않아도 따뜻한 옷들이 많잖아요. 단순히 예뻐 보이기 위해 입는다는 것은 사실 허영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키우던 개를 머리에 올려놓고 다니는 것과 같아요. 또 죽일 때는 안락사나 마취를 시키면 돈이 들기에 거의 때려서 죽인다고 해요. 그게 정말 심각한 문제인 것 같아요.
Q.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에 남기를 바라세요?
아티스트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려고 노력했고, 작품도 아름다웠던 아티스트라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아티스트를 꿈꾸는 친구들이 선행해야 할 일이 있다면?
굉장히 집요하게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건 아니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누가 뭐래도 그냥 열심히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게 뭔가가 될 것이다라는 막연한 희망보다도 결과에 상관없이 열심히 자기가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큐비즘 독자 분들께도 한마디 해주세요.세상에 좋은 일을 중요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에요.
자신이 아무리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개인은 충분히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정도만큼의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최소한의 어떤 것만 생각하면 그 정도의 사람이 되는 거고, 전 세계의 문제에 대해 실천하지 않더라도 생각만이라도 하게 되면 그 단위의 사람이 되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 내 실제 생활에 이익이 되든 안 되든 그 밖의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에 관한 책임을 못 지더라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 그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