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 알기 전엔 한 번씩,
맞은편 그녀와 같이 누워 있는 꿈을 꾸곤 했어.
그러다 대각선으로 목이 잘린 그녀를 보고 선
소스라치게 놀라 서 있는 날 발견하곤 했어.
널 처음 본 날, 그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왼발이 약간 불편한 널 보고
그리 오래가진 못할 거란 불길한 짐작은
데펴지는 햇살만큼이나 따가웠지.
지루한 이 골목길에서 널 만난 건 행운이었어.
무표정한 널 보면,
우린 같은 고향에서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
피부 톤과 정교한 이음새를 보며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
네 옆집 친구처럼 젖가슴이 늘어지지도 않았고
나처럼 맨날 속살을 드러 낼 필요도 없었지.
게다가 매일 널 닦아주는 하인도 있으니,
우리 고향 여자들처럼
넌 괜찮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게 질투심 많은 그년이 옷을 입히는 척
널 살해하기 전까진...
금이 간 네 가슴을 봤을 땐
매일 아침마다 그년을 죽이고 싶었어.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것도 같은데.
여긴 바람이 불지 않아 자살하기도 쉽지 않아.
할로겐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저 친구와도 얼마 후 작별 인사를 해야 할지도 몰라.
오늘도 불이 꺼지면 널 생각하다 잠들겠지.
고정된 시선,
누가 고개를 돌려줬으면 싶어
한 번이라도 네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어
무표정이지만 얼굴을 보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만 같아
우리 앞에 고정된 시선들
공통된 저들의 고민 모두를 해결해 주긴 어렵지만
너에게 다가가고픈 내 고민은
알기나 할까.
팔이 부서진데도 머리 위로 들어
하트를 그려 주고 싶었던 거 알아?
내 머리가 천장을 뚫고
그림자가 늘어진다면 한번 쓰다듬어 줄래?
고정된 시선, 고정된 삶
그 속을 유영하는 침묵과
네 발 밑에 고인 노란 생각들
우리에 관한 무언가.
그래서 네 뒤꿈치의 구멍마저 사랑해
할로겐에, 니 생각들이 말라가
쌍꺼풀을 그려 줄게
까진 발톱을 칠해 줄게
갈색 머리는 어때?
더 이상 균형을 잃지 마.
좋은 소식이 있어.
오늘 아침에 나보다 더
역동적인 사내가 들어왔어.
이제 할로겐과 수명을 다툴 필요도 없게 됐어.
거기 있어.
지금 허리를 해체 중이야.
회색 복근 만져 본적 있어?
다행이야 피부색이 비슷해서.
키가 비슷하다면 어쩜
우린 한 몸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때 얘기해줘.
날 보며 웃고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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