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hy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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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그렇다. 이 뒤숭숭한 마음!  그를 만나는 금요일을 앞두고,  월요일 급작스레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 바다를 보니 그가 급 보고싶다.  여행 와서 남자 사람을 떠올린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어딜 돌아다니든, 아- 그랑 오면 좋겠다- 계속 생각하고, 같이 간 언니에게 계속 얘기했다.  언니가 한 번만 더 얘기하면,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래서 혼자 속으로만 생각했다 -_-;;  전화할까 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그는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라고 했지만)  결국 안...아니 못 했다. ㅋㅋㅋㅋㅋ  대신 카톡을 보냈더니, 그는 바쁘다고 했다. 뭐 얼마나 바쁘시길래, 싶었지만- 그냥 제주도를 만끽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아, 나중에 허니문은 제주도로 와도 좋겠다~ 같은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면서,  수영장과 자쿠지를 들락날락 거리다 보니  그가 조금은 지워진 듯 했다.  내가 제주도 간 걸 아는데도,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나에게 궁금한 점이 1도 없는 남자인데,  왜 계속 궁금한거지- 괜히 분하다!! ㅠㅠ    제주도로 떠나기 전,  순수의 대명사라는 공대남 (아는 언니의 회사 후배님)이 수줍은 그의 마음을 내게 표현했다.  그는 내게 예쁘다고도 하고, 재미있다고 하고, 성격이 좋다고도 하고, 매력적이라고도 했다. 나의 좋은 점을 많이 보는 사람...  그는 내가 계속 보고싶고, 알고싶고,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그도 느끼고 있다. 다만, 서로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이 다를 뿐.  그는 나를 보고, 나는 다른 사람을 보고 있고..  여자는 사랑 받는 게 맞다고들 하는데,  그게 왜 이렇게 쉽지 않은건지, 아직 배가 덜 고픈 게 분명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를 귀찮게 하지 않는 선을 잘 지켜(?) 제주 여행을 마감했고, 그는 역시나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었다. 카톡 사진을 바꾸고, 상태 메세지를 바꿔가며ㅡ 나는 매우 잘 지내고 있음을, 부지런히 알려주고 있는데도ㅡ 그는 연락이 없다.ㅋㅋ 아예 안 보는 건가? 괜히 섭섭하다.  하....  진짜 별 게 다.. 하..   혼자 사랑은 나를 자꾸 쭈글이로 만든다.  돌아와서 무엇을 입고 나가야 할 지 고민 고민 했다. 매일 청바지에 운동화를 즐기는 나는.. 처음, 두 번째까지 어쨌든 치마를 입었고, 세 번째 만남에도 치마를 입음으로써 여성미를 폭발하리라 마음 먹었다. (운동화를 잊진 않았지만..^.^..)   전 날 다우니를 아끼지 않음으로 (엄마에게 갖은 구박을 받으면서), 옷에 향기를 더해가는 이 준비성을... 그는 알까? -_-; 진짜, 회사 출근할 때도.. 행거에 걸려있는 옷 아무거나 입고 가는데.. (보통 언니가 전 날 입은 옷을 그대로 입음.) 그를 만날 때 마다, 옷을 빨고, 다리고 하는 모습에 엄마와 언니를 혀를 찬다. 금요일이 마침내 찾아왔고, 내게는 아홉수의 시련(?)이 다가왔다. 지금 글을 쓰는 난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내 삶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큰 일이 일어났다. 그것도 그를 만나러 가기 직전, 한참 화장하고 있는 시점에(!) 갈까 말까 수십 번 고민했으나, 그 날 따라 쉬고 있는 엄마가 눈치라도 챌 까, 급하게 집을 나섰다. 나가는 버스에서 전철에서 친구들과 통화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화장이 다 녹아내렸다.ㅋㅋㅋㅋ 눈도 다 번지고 난리가 났다-_-;; 혹시 6월 19일... 공항철도부터 5호선을 이용한 사람들 중.. 5시 경에 전철에서 슬피 우는 여자를 봤다면, 그 여자가 나일 것 같다..아니 나다.. 나는 약속 시간 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해, 은행과 서점에 들러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 날 일찍 도착 했는지 전화가 왔다. 어디냐구, - 나는 내 일을 마치고 서둘러 갈게- 얘기 했고, 부리나케 영화관으로 가니, 그가 뒤에서 내 어깨를 붙들었다. 솔직히, 그 날은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그가 안 보였다니 말 다 한 것 아닌가? 그를 보고, 영혼없이 웃어 보였다. 밥을 사준다고 하니, 그는 간단하게 햄버거로 떼우자고 했고- 나는 알겠다 했다. 버거킹에서 각자 먹을 것을 시키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동기 언니에게 전화가 왔고, 주책스럽게 또 눈물이 나오려 했다. 눈물이 나올까 코를 훌쩍대는 날 보고, 눈치 빠른 그는 무슨 일이냐 물었고, 나는 미주알 고주알 그에게 고해성사를 했다. 그는 고맙게도 조용히 들어주면서, 나의 저녁 식사까지 맛있게 먹어주었다. (분명 그의 몫이 있었음에도,  나의 너겟 8조각 중 6조각이나 먹은 그.. 집 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친언니는 집에서도 그래보라고 내게 말했다.) 매드맥스.. 제목 그대로 미친 영화같았다ㅋㅋ 내게는 너무나도 시끄러웠다. 일렉기타-_-소리와 붕붕 자동차 소리-_- 사람들이 소리 지르고 싸우는 소리 -_- 두 발끝을 돋음새하며..... 온 몸이 잔뜩 긴장감에 짓눌렸다. 어서 끝나기를 기다렸고... 오래 기다린 후에야 엔딩크레딧이 올라갔다. 그는 어린 남자아이처럼 신이 잔뜩 나 있었고, 나는 안 그래도 정신이 없었는데.. 더 정신이 없어졌다. 그는 영화 시작하고 얼마 까지는 날 신경쓰는 듯- 괜찮냐고 연신 물어대며, 가벼운 스킨쉽으로 나를 안정시키려 했지만- 뒤로 갈수록 나란 존재를 잊은 것이 분명했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살랑 살랑 불었고~ 그는 공원에 가자고 이야기 했다. 음료수 두 개를 사서 공원 벤치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에게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고, 그동안 고마웠단 이야기를 했다. 짧은 시간 가슴 두근거리게 해줘서 너무 감사한 시간이였다고. 더 보고 싶긴 한데, 내가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그는 니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널 붙잡아야 할 타이밍인데, 붙잡지 않아서 어떡하냐고 하며 웃었다. 맞다. 내심 그런 기대를 안 한 건 아니었다. 근데 그때는 진짜 진지하게 짝사랑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보는 앞에서 그에게 손 편지를 적어주면서, 다 적을 때 까지 노래를 불러달라 얘기했다. 그는 순순히 노래를 불러줬다. 목소리가 꿀인데, 노래 하니 꿀이 떨어진다. 바람도 좋고,  노래 소리도 그렇고, 그도 그렇고, 그 순간이 너무 예쁘게 반짝인다. 삐뚤빼뚤 손편지 작성이 끝나고, 다 마신 음료수 병을 벤치에 두드리며, 이상한 비트박스를 곁들여서 같이 노래를 불렀다. 그는 내게 기교섞인 목소리라며 날 타박했고, 나는 내 목소리를 욕하는 건, 이 세상 모든 비염환자를 우습게 보는 행위라고 이야기했다-.,-;  10곡 정도 노래를 하고,그만 집에 가자고 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므로, 그와 안녕할 시간이므로. 그렇게 진짜 그를 지우려고, 다시 한 번 카톡을, 문자를, 전화번호를, 전화했던 기록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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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신글은재미있게읽었는데~~ 마음한켠은왜이리제가아리고슬픈지요 사랑해주는사람만나세요 본인이좋아하는사람과인연이아니라면 더이상은아파하면서끈을엮지는마세요
ㅠㅠ 짜식 몇년후 생각하거나 후회할거면 잡아라~저런 여자 본적없다~
이렇게 끝나는건가요? ㅠ
@TheRose 그는 그 날 수염을 거뭇거뭇 기르고 나왔어요. 전 잊고 있었는데- 제가 길러보란 얘기를 기억했다네요. 그래서, 또 나한테 눈꼽만큼은 관심 있는 거 아냐? 했는데 ㅎ 그는 따뜻한 사람일지는 몰라도, ㅋ 제게 따뜻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ㅎㅎ
어찌되었든 마음 따뜻한 사람을 만나야하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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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아픈 아내 두고 몰래 논 남편
안녕하세요 결혼한지 3년차 100일 된 아기 키우는 엄마입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인데 이걸 이해하고 용서하고 한번 넘겨야 하는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서 글 남깁니다.. 두서없이 써서 글이 길어질거 같아요 제가 우울증도 너무 심하고 정상적인 사고판단이 어려워 조언 부탁드려요.. 저는 아기 낳고 전업으로 돌렸고 남편은 월~금 9~18시 근무입니다 주말엔 토요일 동호회 나가고 친구들 만납니다 일하느라 힘드니까 하루는 그냥 쉬라고 해줘요.. 대신 일요일에 애기 좀 많이 봐달라 하구요 여튼..현재 제가 육아도 처음이고 엄마도 처음이고.. 정말 다 모르겠고 매일 이유도 없이 눈물만나고   출산 우울증도 오고 몸도 원체 약했는데 애 낳고 더 안좋아 졌습니다 167에 50키로 정도 였는데 애 낳고 41키로 까지 빠져서 기아 같은 수준이에요.. 하루가 다르게 계속 빠지고 있구요 병원에서도 심각하다 했고,, 아이를 보면 모성애보단 그냥 미안한 마음 힘든 마음이 먼저 들어요 남편도 제가 심신으로 지치고 힘들어 하는걸 알구요 지난주 금요일 아침에 남편이 출근한다고 나갔고 저는 전날 밤부터 으슬으슬하고 몸살기운도 돌고 했는데 아침에 더 아프더라구요 혹여나 코로나인가? 싶어 남편이나 애기한테 옮을까봐 집에서도 마스크 착용하고 있어서 남편도 아픈걸 알았습니다 점심시간 전에 병원가서 링겔이라도 맞고 한숨 자면 좀 나을 것 같아서 시댁에 아기를 맡기고 가려고 연락 드렸어요(걸어서 10분거리에요, 평소엔 주말에 가끔 가고)  전화 안받으시길래 어머님께 문자로 병원다녀올동안 아기 몇시간만 봐달라고 넣었는데도 답이 없더라구요 한번도 맡긴적이 없는데 정말 그날은 제가 죽을거 같아서 일단 아이 데리고 갔습니다 시댁가서 벨 누르는데 어머님께서 놀라며 무슨일이냐고 하시더라구요 평소같음 그냥 바로 열어주시는데 그래서 몸이 너무 안좋다고 문좀 열어달래서 들어가니 정말 편한 차림의 남편이 있네요 둘이 갈비에 진수성찬 차리고 식사 거하게 하고 있는데 벙쪘습니다 뭐냐고 물어보니 대답을 못해요 어머님이 나서서 요새 힘들어해서 하루 쉬라고 했다고 하는데 세상에 어떤 회사가 힘들다고 하루 쉰다고 쉽니까.. 남편보고 말하라 하니 대답을 안해요 진짜 병신인줄 알았어요 나오라고 집가서 얘기하자고 하고 물어보니 그냥 하루 쉬고 싶어서 쉰거랍니다 말이 되나요? 회사에 전화하기 전에 말하라고 하니 연차랍니다 회사가 워낙 소규모라 연차 월차 이런게 없다 했었거든요 연차 없다더니 언제부터냐 세달 됐답니다 애기 낳고 나서부터네요 제가 제일 힘들어했던 그 때부터 몰래 쉰겁니다 왜 말 안했냐 나 이렇게 힘든거 알면서 어떻게 몰래 쉬냐 내가 당신 주말 하루 그냥 놓아주는데도 부족했냐 하물며 내가 이렇게 아팠는데 옆에서 봐놓고 어떻게 이럴 수 있냐 자기가 생각이 짧았답니다 그냥 자기도 하루쯤은 생각 없이 편하게 쉬고 싶었대요.. 제가 다른때 같았으면 얄미워도 한소리 하고 넘어갔을 거 같은데 마음이 닫힌건지 여유가 없는건지 정이 너무 떨어진건지 계속 갈비 먹던 모습만 떠오르고 진짜 내 편이 아니구나 내가 힘들어도 날 도와줄 사람이 아니구나 남이구나.. 이생각만 들어요 계속 미안하다고 출퇴근 전후로 잘 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마음이 이상해요 그냥 용서해 주고 넘길일인가요? 그래..넘기자 넘기자 해도 그게 안되고 모르겠어요 눈물만 나고 저도 친정가서 엄마보고 푹 쉬고싶어요... 와... 산후우울증에 몸까지 아픈 와이프를 두고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