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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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몇 번째야?

“내가 몇 번째 남자야?”
“네가 세 번째야.”
“여자들은 꼭 이런 거 물어보면 세 번째라 그러더라. 처음 아닌 건 뽀록났고, 두 번째라고 하면 처음 다음이니까 남자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고 그래서 세 번째가 제일 만만하거든. 또 그 이상이면 또 너무 헤퍼 보이고 해서. 요는, 여자들 대부분이 줄여서 얘기한다는 거야. 좋아, 구체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면 농구팀에 가까워 축구팀에 가까워?”
“남자들은 왜 꼭 그런걸 궁금해 하냐? 그 중간 정도 되겠다.”
-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중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의 모든 게 궁금해진다. 지금 뭐 하는 중인지, 어떤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지, 좋아하는 음식은 뭔지, 비 오는 날이 좋은지 맑은 날이 좋은지, 아주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모조리 다 알고 싶다.
연인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건 설렘 가득한 과정이지만, 딱 하나 알아서 좋을 게 없는 것이 바로 '과거'다. 날 만나기 전에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했는지, 궁금한 마음은 잘 안다. 그러나, 아무리 과거라고 하지만 내 연인이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는 사실이 썩 유쾌할 리가 없다.
설령 과거를 속속들이 알게 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을 무슨 수로 뒤바꾼다는 말인가. 특히나 침대에서의 과거는 절대 알리지도, 궁금해하지도 말아야 한다.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들의 이불 속이 상상이라도 되는 날엔 정말 미칠 지경일 거다.
과거를 캐묻고 대답하는 건 한때나마 함께 추억을 쌓았던 그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나의 엑스(ex)가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나와의 아주 은밀한 사생활을 아무 거리낌없이 떠벌린다면, 기분이 어떨까? 나에게 전 연인 이야기를 다 해주는 사람은 나와 헤어진 후에도 내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연애 경험이 적은 사람일수록 상대방의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에게는 이 모든 설렘의 과정이 낯설고 기쁜데, 상대방은 이것들을 나 아닌 다른 사람과 미리 경험해 봤다는 억울함 때문인지 곤란해하는 상대방에게 꼬치꼬치 과거를 캐묻는 과오까지 저지른다. 제발 그러지 말자. 그러다간 당신도 그 사람의 '과거'가 될 수 있다.
단, 상대방이 과거를 궁금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과거는 과거일 뿐, 더 이상 현재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게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애매한 태도가 상대방의 호기심에 불을 지핀다. 그 호기심은 결국 양 쪽 모두에게 상처로 돌아올 것이다.
내 연인의 전 애인은 지금의 그 혹은 그녀를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이다. 지난 연애를 했기에 내 연인은 성장했다. 그래서 나와는 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쨌든 지금 그는 내 손을 잡고 있으니까.
js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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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첫번째 아닌거 알면 걍 입다물고 그려려니 넘어가..
너가 마지막이야 하고 더이상 못물어보게 입술로 막으면 끝ㅋㅋㅋ
몇번째가 제일 좋으니?? 그럼 그걸로 해!!
저런거물어봐서 감당안될거면 안묻는게 나을텐데...
쌍팔년도인가 저런거 물어보거나 신경쓰는남자는 안만나는게 맞는거아닌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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