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ha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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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하루 온 종일 땀을 쏟고 집으로 돌아오니, 데워진 방 안의 공기가 후끈하게 나를 안는다. 급하게 출근하느라 채 정리하지 못 한 옷가지와 이불이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나도 그 위에 널브러진다. 고된 하루였다고 뒤척이다 진득한 몸으로 깜빡 잠이 든다. 그리곤 벌떡 일어나 미뤄뒀던 빨래와 설겆이를 하고, 샤워를 한다. 쏟아지는 물 속에서 고된 하루였다고 뒤척인다. 어느새 해가 졌고, 나의 하루는 또 이렇게 저물었다. 나의 자취방, 퀴퀴한 사내 냄세가 진동하는 곳에서 눈을 또 감아야 한다. 잠이 오지 않는다. 삶의 구석으로 밀려난 기분이다. 쓰려오는 눈가를 짓누르며 억지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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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ojigii 알면서도 매번 틀렸었는데, 또 틀렸네요 하하!
설거지, 냄새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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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기다리지 않는다
#서울은 기다리지 않는다 난개발과 급속성장. 서울의 멋은 그러나 부산함과 조잡스러움 속물근성 등을 한데 스까 아트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데에 있다. 7080 부잣집 스타일 구축 주택의 옆구리에 빛나는 철제 엉덩이를 디밀고 바짝 붙어있는 최신식 사무실 건물. 어찌나 가깝게 붙어있는지 맘만 먹으면 양쪽에서 창문을 열고 건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지각색의 건축자재와 양식. 아무 계획도, 전체적인 그림으로서의 어울림에 대한 고민도 없이 그냥 당대의 유행따라 개성따라 세워놓은 것 같은 건물들은 그야 말로 지들 맘대로지만 하나로 모아놓고 보면 묘하게 어울린다. 오히려 너무 지들 멋대로인 탓에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그러나 서울은 돌아보지 않는다. 공존은 잠시뿐이다. 과거는 헐리고 미래가 들어선다. 백프로다. 역사와 보존이라는 단어를, 서울은 돌보지 않는다. 당신이 만나는 구축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커다란 크레인 교수대에 대들보 모가지를 걸어 공중에 매달 때가 아직은 오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의 다정한 도시 서울은 무엇이든 숭배하지만 어떤것도 사랑하진 않는다. 동대문 운동장이 헐리고 DDP가 들어서던 때를 기억한다. 청계천에서 동대문 운동장으로 밀려난 상인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은 1도 신경쓰지 않았다. 서울은 터미네이터다. 서울은 글래디에이터다. 미래로 나아갈 뿐이다. 거슬리는 과거는 모두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끊임 없이 베고 찌르고 썰어넘기며. 불쌍한 존 코너는 코너에 몰린다. "아 윌 비 백." 그러나 늙은 상인들과 그들의 잡동사니들은 운동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서울은 곰팡내를 참는 법이 없다. 그들이 생계를 이어가던 자리엔 모던 아트의 극치인 건물과 좋아요를 쓸어담는 간지나는 패피들이 들어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들의 착장은 그들이 벌어들이는 좋아요 숫자 만큼 비쌌다. 그렇다. 서울의 쇼윈도엔 명품이 아니면 걸릴 수 없다. 도시의 지하, 출근길 2호선 열차 안에는 한데 엉켜 메트로 병천순대가 되어버린 군중이 옮겨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신대륙의 흑인 노예들처럼. 지상 위에는 그들의 연봉을 에누리 없이 4, 5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구매할 수 있는 슈퍼카들이 내처달린다. 해를 받아 반짝이는 은색 앰블럼들이 심장에 꽂은 말뚝같다. 병든 도시. 한강은 그 사이를 길게 째진 흉터처럼 흐른다.
너는 비와 함께 나를 찾아와.
#금귤노트 #오늘의나에게안녕 ⠀ 비가 내리는 날 유독 네 생각이 나. ⠀ 오늘 비가 내렸죠. 비가 창문을 톡톡 두드리면 나의 마음도 두드리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잊었던 과거의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하죠. 여러분은 비가 내리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 한때는 소중했던 나의 모든 것이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 ⠀ ─── ⠀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 나는 너를 생각해. 쏟아지는 폭우와 비에 젖은 흙냄새를 좋아했던 너. 작은 우산 하나를 같이 쓰고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걸었던 그 길을 기억해. ⠀ ⠀ 이제는 몇 년 전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너와의 추억이지만 그때의 거리와 그때 우리의 모습 그리고 그 감정들은 아직도 기억이 나. 나는 사람이 향기로만 기억되는 줄 알았는데 계절로도 또는 하나의 단어로도 기억에 남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 너는 나에게 여름철 비와 같은 사람이었네. 생각해보면 나는 여름철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비를 좋아하게 되었어. 아마도 너로 인해 좋아진 것 같아. ⠀ ⠀ 그래서 비가 내리면 네 생각이 나.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내 마음속 깊이 묻어둔 기억의 상자가 열리는 것 같아.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너와의 추억도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비가 내리는 날은 너로 시작하는 하루 같아. ⠀ ⠀ ─── ⠀ ⠀ 다음 주에도 내내 비가 내린다고 하네요. 추억에 잠기는 것도 좋지만 과거에 빠져있는 것보다 현재 소중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https://youtu.be/E3NZPrpTGpI
파리일기_오르세 미술관과 어느 죽음
https://youtu.be/u0-EDTpdlDY 9월 6일, 파리는 며칠 째 청명한 하늘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답지 않은 쌀쌀한 밤기운에 솜이불 속으로 피난을 가 야 한 해가 벌써 끝이 난 것 같다 하며 아쉬워하던 내담을 엿들었는지 구름을 힘껏 닦아 낸 하늘을 보니 아직 태양이 꾀나 우리 이마 가까이에 있었고 그 덕에 습관처럼 챙긴 청자켓은 하루 종일 짐이 되었다. 어제는 눈이 멀듯한 오후의 햇살 속에서 고다르의 영화 속에서 미셀이 총을 맞고 쓰러진 거리들을 걸었는데 오늘 벨몽도가 타계했다는 비보가 라디오에서 끝없이 흘러나왔다. 영화 속에서 미셀은 이유도 없이 자기 삶을 구겨 불쏘시개로 만들곤 태연하게 그것으로 불을 붙여 담배를 피곤했는데 벨몽도는 수십 편이 넘는 영화와 많은 무대에도 오르고 은발의 머리로 헬기에 매달리는 장면을 직접 연기할 만큼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미셀은 경찰의 총에 맞아 쓰러진 후 자신을 내려다보는 경찰들과 패트리샤 바라보며 제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감겨버렸는데 벨몽도의 마지막은 어떠했을지. 자연은 시간에 떠내려간다. 이미지만이 냇가의 돌처럼 버티고 앉아 철철 하는 물소리를 낸다. 소리를 듣고 냇가를 찾은 이는 돌을 건드려 무게를 가늠해보고 모양을 재고 금세 비웃고 제멋대로 시간 위에 돌을 놓아보다가 마침내 자리 잡은 제 미약한 돌이 못 붙잡는 끝없이 성실한 시간에 압도되고 만다. 뭘 하는 거지. 낡은 공방에 가득 그림을 채워도 공허만은 지워지지 않아 화가들의 그림에는 왠지 모르는 쓸쓸함이 늘 담겨 있다. 육신을 썩지 않게 한다면 시간에 둑을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시체의 속을 비워내 육신을 미라로 만들었고 사람의 데스마스크를 뜨고 돌을 깎아 시체를 두 발로 다시 서게 만들었으며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순간 그 찰나를 기록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들렸고 과학의 힘을 빌려 이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들까지도 (우리도 모르게) 방부처리를 하게 되었다. 남겨진 것들은 구글도 감당을 못할 만큼 넘치고 넘치지만 언젠가부터 그것들은 더 이상 어떠한 물소리도 내지 못한다. 흘러가는 것에도 버티는 것에도 나는 이제 감각이 희미하다.  9월 5일,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에는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무료로 개방되기 때문에 오전부터 서둘러 오르세 미술관을 찾았다. 점심시간에 예약을 한 것이 주효해서 별다른 대기 없이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실내에는 더 부지런한 이들이 이미 가득했다. 사람들이 많은 미술관은 그림을 보기보다는 그림 앞에 선 사람들을 보는 곳이 된다. 나는 그것을 나름대로 즐긴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이밀고 싶어 하는 유명한 그림들. 감격하는 사람들과 시니컬한 표정으로 그것과 그들을 스쳐가는 사람들. 자기 취향을 광고하듯 남이 지나치는 그림 앞에 고정되어 있는 사람들. 지나 서다 돌아와 그 자리에 다시 서보는 사람들. 파리의 미술관에서 그림만을 온전히 감상하기란 그 어떤 요일 그 어떤 시간대에라도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미술관이라는 공간 안에는 남긴 사람과 들린 사람의 욕망이 제멋대로 가득 드러나 있기에 나는 그곳들이 늘 즐겁다.  미술관을 나와 하얀 먼지가 일렁이는 파리의 거리를 걸었다. 센강의 유람선에 가득한 사람들이 우리를 구경했고 우리도 그들을 좋은 그림처럼 느꼈다. 파리는 더 이상 외부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기에 사람들은 각자의 표정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었다. 2021년 9월 6일 벨몽도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가 아니었다면 좀처럼 부유하는 좌표를 알 수 없는 가을 속의 여름이었고 팬더믹 속에 오아시스였다. 9월 7일, 사관학교에 들어간 지 20년 만에 대학 시절 마지막 학기의 수강신청을 한 지 13년 만에 다시 수강신청을 했다. 30학점. 프랑스어는 좀처럼 늘지 않지만 당장 다음 주부터 강의실에 앉아 당황한 얼굴이라도 짓고 있어야 한다.  돌고 돌아 당신이 씻어준 복숭아를 그리고 돌고 돌아 두 걸음 앞서 걷는 당신을 찍는다. 몇 년을 술래 잡던 의미는 결국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스러지고 온통 마음이 다구나 씁쓸한 단맛을 느낀다. 내 첫 영화 본 어떤 이는 그 덕에 자신이 영화를 통해서 뭘 하고 싶었는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했는데 나는 그만 그게 부끄러워 말을 자꾸 배우러 다닌다. 파리에 온 지 2년. 나는 다시 물소리를 낼 수 있을까. 돌을 고를 때 돌을 쥐고 첨벙 걸을 때 돌을 놓을 때 무엇보다 내게 마음이 있어야지. 아무렴. W, P. 레오 2021.09.10 파리일기_두려운 날들이 우습게 지나갔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다녀왔습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무궁화가 보입니다. 일편단심이라는 꽃말이 떠오르며 허공으로 시선이 흩어집니다.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 귀한 세상입니다. 대한민국, 본국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웠던 생각이 이곳에서 죄스러웠습니다.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된 식민지 근대 감옥인 서대문형무소에 다녀왔습니다. 위치: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51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시간: 3월~10월은 9시30분~18시 / 11월~2월은 9시30분~17시 /입장마감은 관람종료 30분전 /휴관일 홈페이지 참고 *코로나로 인해 예약 후 이용가능하며 전시해설, 교육프로그램 예약도 있으니 홈페이지 확인 바랍니다. https://sphh.sscmc.or.kr/reservation/reservation.php 입구를 들어서면 전시관(보안과청사)이 보입니다. 간수들이 업무를 보았던 청사 건물(1923년 건축)로서 역사실과 영상실이 있습니다. 옥사부터 사형장, 격벽장, 망루 등을 모형과 설계도, 배치도 등을 통해 한 번에 볼 수 있습니다. 최대 3,500명의 독립운동가를 수감했다는 설명에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보안과청사 지하는 수감자를 조사하고 취조했던 공간입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부터 닭살이 돋기 시작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형무소에서 고문을 견뎌냈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입감된 후 신체를 조사받고 대기했던 곳입니다. 위축된 어깨를 보니 마음이 슬퍼집니다. 상자 안쪽에 날카로운 못을 박아 놓고, 사람을 상자 안에 집어넣어 마구 흔들어 찔리게 하여 고통을 주었던 고문도구입니다. 예전에 위안부 영상에서 봤던 못판 고문이 생각나면서 두 눈을 감아버립니다. 일제 검찰이 수감자들을 취조했던 취조실이 있으며, 곳곳에서 육성 증언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뒤편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울부짖던 남자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습니다. 벽관 고문 기구에 들어가 봤습니다. 들어갈 때부터 온몸이 뻣뻣해졌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칠흑 같은 어둠뿐입니다. 몸을 움직이지도 못한 채, 한 줌의 빛만 바라볼 뿐입니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세사르 바예호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늙었구나. 전시관을 나와 간수들이 수감자를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근무했던 중앙사로 왔습니다. 반질반질한 간수사무소를 보니 화가 납니다. 인류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끝낼 것이다. -존F.케네디 제 10,11,12 옥사를 방사형으로 연결하여 옥사 전체를 감시할 수 있게 파놉티콘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소수의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 소름 끼칩니다. 독방에 처음 들어가 봤는데 음산한 기운에 목이 움츠러듭니다. 성인 남성이 앉아있을 정도의 공간에 어둠만이 가득합니다. 정말 끔찍한 곳이었습니다. 감방 곳곳에는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설명 및 영상들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유심히 보던 초등학생의 뒷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무거운 숨을 뱉어내도 여전히 팔은 닭살 돋아 있습니다. 제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곳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볼 때랑은 아주 다른 느낌입니다. 옥사 내 감방안에는 다양한 조형물이 있습니다. 자유와 평화를 향한 신념을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게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푸른 풀빛과 연못이 예쁘다고 생각하다가 안내 문구를 읽고 생각이 멈췄습니다. 많은 의병장이 사형집행 당한 옛 사형집행장 터였던 것입니다. 옥사에서 들었을 절규와 죽은 자의 냄새...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 걸까요. 감옥을 둘러보다 보면,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무엇이 혹은 이제 와서 왜 그러냐고 하는 분도 있겠지만, 정말 그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감자 중 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을 격리 및 수용했던 한센병사입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유일하게 중앙 간수소와 연결되지 않은 독립된 옥사로, 당시 일제의 식민지배를 반대하고 항일 독립운동을 하다가 잡힌 ‘사상범’을 주로 가두고서 특별 감시와 통제를 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형무소에서 순국한 항일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추모비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1987년 서울구치소 이전까지 실제 사형이 집행되었던 사형장입니다. (사진촬영불가) 밧줄과 의자를 보는데 마음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안쪽에 시신을 바깥 공동묘지로 이동하기 위해 외부와 연결해 놓았던 시구문도 있는데 안의 어둠에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여성들이 수감되었던 여옥사에 이효정과 박진홍의 재회 장면이 있습니다. 버튼을 눌러 그들의 대화를 듣는데, 하아 아이를 잘 키울 거라는 희망찬 그녀의 목소리에 울대가 뜨거워집니다. 그 아이는 2년을 채 못 살고 죽었다고 합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남성 독립운동가들보다 두세 배 분량의 일들을 감당해야 했다고 합니다. 가사노동과 농사일, 독립운동의 병행.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이 나라를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픔이 없는 민족은 없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기에 고통스럽지만 과거를 마주 보고 아픔에 공감하며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역사를 기억합니다.
영화 사라진 시간 해석 / 꿈과 현실의 경계, 그리고 삶
제목 : 사라진 시간 감독 : 정진영 출연 :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 차수연 외 국가 : 한국 러닝타임 :105분 꿈과 현실의 경계, 그리고 삶 평화로운 시골마을. 집 한 채가 전소됐고, 부부가 사망했다. 조사를 위해 마을을 방문한 경찰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조사 결과 방화의 가능성은 낮은 걸로 판명됐지만 께름칙한 부분이 있었다. 마치 부부를 감금한 것처럼 2층 출입구에 철창이 쳐져 있던 것. 마을 사람들을 취조한 경찰은 그들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게 된다. 아내는 밤이면 다른 사람이 되는 이상한 병이 있었고,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밤 시간 동안 그녀를 2층에 가둬두고 아침에 열어줬던 것. 공교롭게도 그날은 아내를 홀로 가둬두는 게 미안했던 남편이 아내와 같이 자진하여 감금당하길 요청했고, 아침마다 문을 열어주던 이른바 '열쇠관리인'은 모종의 '프라이버시'로 본인의 직분을 잠시 망각했다. 비극이 일어난 당시에 그는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비록 방화에 의한 직접적인 살인은 아니었으나 마을 사람들은 모두 부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는 상황. 잡혀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신나게 놀아 보자며 마을회관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한 노인의 생일잔치를 벌인다. 형사는 수사의 일환인 양 못 이기는 척 잔치에 참여한다. 본분을 망각하고 연회를 너무 즐긴 탓인지 독한 송로주를 양껏 마시고 거하게 취해버린 형사는 사건 현장인 부부의 집에 찾아가고 두 사람이 사망한 그 집 2층에서 깜빡 잠이 들고 만다. 다음날 아침 깨어난 남자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고 만다. 그는 형사가 아닌 학교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그에겐 그 집에 살았던 여자처럼 매일 밤마다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병이 있었고 스스로 2층 방에 감금해달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요청했다는 것. 확인을 위해 마당으로 뛰어나와보니 전소되었던 집은 멀쩡했고, 그 집의 주인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그 집에 살던 부부도, 집이 전소된 일도, 그가 형사라는 사실도 그를 제외한 모든 마을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했다. 그 후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남자는 결국 경찰로서 자신의 기억이 진실인지 공상인지 밝혀내지 못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려 이짓 저짓을 다 해보지만 결국 실패한다. 어쩔 수 없이 학교 선생님의 삶에 적응하기로 한 그는 자신과 비슷한 병(밤이 되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을 가진 뜨개질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어느 쪽이 현실이고 어느 쪽이 망상인지, 이 영화는 난해하며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감독도 영화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나름의 친절하고(?) 다소 직접적인 힌트를 극에 배치해 뒀는데, 그는 다름 아닌 정신과 의사다. 정신과 의사는 형사의 삶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갖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학교 선생님으로 알고 있는 이 남자에게 이야기한다. 욕망의 소각은 꿈으로, 현실에서는 공상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이 영화에 화재는 총 두 번 등장한다. 첫 번째는 선생 부부의 집이 전소되는 장면, 두 번째는 남자가 사람을 죽이고 비닐하우스에 방화를 저지르는 장면이다. 그는 분명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지만 비닐하우스에선 불에 탄 시체 대신 불에 탄 고라니가 발견된다. 정신과 의사의 말처럼 이 영화에서 화재, 불이 등장하는 장면은 곧 남자의 꿈이나 공상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의 아귀는 대충 맞아떨어진다. 남자는 사실 형사가 아닌 선생이었으며 부부의 존재와 그가 저지른 살인은 모두 꿈과 공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그렇게 해석하면 복잡한 이야기를 씹어 삼키기가 조금은 편해진다. 그가 기억하는 형사로서의 삶에서 아내의 이름이 '전지현', 두 아이의 이름은 각각 '박지성', '박주영' 이었다는 점도 남자의 기억이 만들어진 망상에 지나지 않음을 상징하는 듯하다. 선생일 때도 경찰일 때도 꾸준한 남자의 습관인 '혼잣말' 역시 남자의 정신적 불안정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 같다. 그가 뜨개질 선생님과 함께 간 수안보 온천에서 불 타 죽은 부부가 멀쩡히 살아서 등장하는 장면 역시 부부는 남자의 꿈이나 공상의 산물임을 다시금 증명한다. 다 아파요. 엄마가 아빠와 실랑이를 하다 아빠를 밀어 넘어뜨렸다. 공교롭게도 근처에 있던 나는 아빠 밑에 깔렸다. 무척이나 아팠다. 시간이 흘러 이날의 이야기를 엄마 아빠에게 꺼냈다. 그때 두 사람은 왜 싸웠냐고. 이야기를 듣던 둘은 두 목소리로 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런 적은 없다고. 네가 꿈을 꾼 것 아니냐고. 기억은 과히 선명했고 아빠 밑에 깔렸을 때의 고통은 소름 끼치도록 생생했기 때문에 나는 두 양반이 짜고 나를 속이는 게 아닐까 싶었다. 간밤에는 꼭 생시 같은 꿈을 꿨다. 깨고 곱씹어 보니 아쉬움과 동시에 찝찝함이 남았다. 꿈과 현실의 경계는 어디일까. 그리고 우리의 기억 중에 꿈과 공상에 오염되지 않은, 신뢰할 수 있는 기억은 몇 개나 될까. 설령 어떤 기억이 사실이라 해도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부정한다면 그 기억은 거짓이 되는 게 아닐까. 일일 저녁 정보 프로그램에서 90세가 넘은 장수 노인을 인터뷰했다. 노인의 일상을 보여주다가 영상의 말미쯤에 오래 사시니 어떠시냐는 창의력도 의외성도 엿볼수 없는 뻔한 질문을 했다. 노인이 대답했다. 지난 90년 평생의 세월이 돌이켜 보면 한바탕 꿈같았다고. 초등학교 과학시간이 생각난다. 우리가 밟는 땅, 단단한 지각은 사실 지극히 불안정한 맨틀 위에 둥둥 떠 있는 섬과 같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지진이니 해일이니 하는 무서운 현상들은 다 맨틀의 운동과 관련된 것이라고. 매일밤이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된다는 여자에게 역시 비슷한 종류의 아픔을 겪고 있는 남자는 "다 알아요."라며 그녀를 위로한다. 당신만 특별히 아픈 것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는, 남자의 "다 알아요." 가 "다 아파요."처럼 들리는 건 그래서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뜨개질 선생님인 그녀 역시 남자의 공상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무섭다. 과연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우리는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까. 우리가 믿는 모든 것이 거짓일 일말의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이 사실은 트루먼쇼, 통속의 뇌, 매트릭스, 호접지몽, 일장춘몽, 아시1발꿈, 개꿀잼 몰카 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의 현실 인식이란 것도 사실은 두껍고 유동적인 맨틀 위에 떠있는 얇은 지각처럼 지극히 얇고 불안정한 것은 아닐지. 그러나 만에 하나 삶이 다만 커다란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탄로난다 해도 우리는 계속 살아야 할 것이다. 어느 죽은 시인의 시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 말" 고 삶이 그대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엿먹일지라도, 잔인하게 짓밟고 조롱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여전히 우리에게 자신을 윤허해 준다면. 자신이 믿던 모든 것을 부정당한 남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참 좋다." 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 아직 삶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기억과 실존, 꿈과 현실이라는 어려운 주제들을 정진영 감독은 잘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본 작품이 연출 데뷔작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 수준급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관람 후에 시원한 느낌 대신 찝찝함이 남는 것을 감독의 연출 경험 미숙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여타 리뷰들에서 감독의 역량에 대한 비판도 종종 보였고 나도 어느정도 동의 하는 부분이지만 그가 이야기꾼으로서 들려준 이야기는 꽤나 매력적이었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내심 감독으로서 장진영의 다음 행보가 기대가 되는 바이다. 원문 주소 https://m.blog.naver.com/fox11142/222503216466
서해 바다 여행 2곳 대천해수욕장.무창포해수욕장 일몰과 해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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