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다를 줄 알았는데."
바바라는 분노했다. 날 끔찍이 사랑한다던 남자친구 존이 야동 중독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배신감이라니. 결국 그녀는 존과 헤어졌다. 영화 <돈 존>의 한 장면이다.
현실에서도 심심찮게 야동 문제로 다투는 커플들을 볼 수 있다. 뻔한 이야기다. 남자가 여자친구 몰래 야동을 본다. 우연히 야동을 봤던 사실을 들킨다. 여자는 분노한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야동에 나오는 여자를 보고 흥분할 수가 있지? 나랑 관계를 가지면서 왜 야동을 보고 성적 만족감을 얻는 거야? 나로는 부족해? 이건 바람 피운 거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대개의 경우 여자친구의 분노 앞에서 남자들은 용서를 구한다. 미안해, 다시는 안 볼게. 정말 딱 한 번 본거야. 친구가 보내준 거야. 내가 보려고 본 게 아니라 남동생이 받아 놓은 건데, 있길래 그냥 한 번 봐 봤어. 화내지마.
하지만, 남자들은 정말로 미안해할까? 정답은 '아니요'다. 야동은 어디까지나 영상에 불과하다. 그런데 야동을 좀 보았기로서니 바람을 핀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다니 정말 억울하다. 여자친구가 싫어하는 일이니 주의하기는 하겠지만, 야동 보는 게 왜 그렇게 화 날 일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야동을 보았다고 해서 남자가 야동 속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거나, 그 여자에게 연인으로서의 매력을 느꼈다거나, 그 여자와 유대감을 갖게 되지는 않는다. 야동에 나오는 여자와 성관계를 한 것 같은 느낌을 갖는 것도 아니다. 야동은 그냥 야동일 뿐. 여자친구가 질투를 하거나 의미부여 할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심지어는 야동을 보며 다음에 여자친구와 저런 걸 따라 해봐야겠다고 다짐하는 남자들도 있다. 야동에 나오는 여자는 정말 당신의 경쟁상대가 전혀 아니다.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타고나길 주기적으로 성욕을 배설해줘야 하도록 태어났다. 단순 욕구 배설뿐 아니라 긴장완화, 숙면,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야동을 보고 빠른 사정에 이르기도 한다. 여자친구와 관계할 때는 여자친구를 배려해주고 충분히 사랑해주어야 해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마음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야동과는 그런 과정을 모두 생략해도 좋으니 이 얼마나 편안한가.
내 남자는 나만 사랑했으면 좋겠고, 나에게만 반응했으면 좋겠고, 내 생각만 했으면 좋겠고. 그 마음은 잘 안다. 그래서 그것이 영상에 불과할지언정 나 외의 다른 무엇인가에 남자친구가 열정을 쏟았다는 자체로 서운하고 심술이 나는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애초 그렇게 디자인 된 남자를 무슨 수로 뜯어고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여자들은 드라마를 좋아한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드라마를 본다고 화내는 남자는 없다. 남자들이 야동을 보는 것도 비슷하게 받아들이면 안 될까? 인정하면 편하다. 어쨌든 그는 본능을 최대한 죽이고, 살아있는 사람 중에는 당신만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