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ctivated1439874398DNeok
3 years ago500+ Views
현관 앞 모과나무가 채워진 꽃들을 털어낼 무렵 제 껍질도 벗겨내기 시작했다 새껍질이 될 연푸른 속살을 드러내며 비늘처럼 일어나는 얇은 껍질은 수분을 잃으며 둥글게 말리다가 붉은 갈색으로 딱딱해지면 제 몸이었던 나무에서 오래된 상처의 딱지가 떨어져 나가듯 바람 없이도 떨어져 나간다 모과나무는 그 밑동 주변에 수북히 쌓이는 제 껍데기 만큼 성장한다 그런데 그 나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키만한 높이에, 벗겨지는 수피를 유령처럼 꽉 붙들고 있는, 등 한가운데가 위에서 아래로 칼로 그린 듯 쩍 갈라진, 무언가 탈피하고 남은 반투명 비닐같은 허연 빈 껍질이 있었는데 붙들고 있던 나무껍질과 함께 어느새 떨어져 나갔다 그게 혹 그때 그 나무껍질이 거의 붉었던 걸로 봐선 때가 돼서 그냥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 싶어 몇 번이나 주변 바닥을 훑어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며칠 전 밤새 불어댄 모진 바람 때문이었을까 껍질만을 붙들고 있던 가벼움은 그렇게 날려가버렸다.
0 Likes
1 Share
0 comments
Suggested
Recent
Like
Comment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