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2gt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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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검은 습기

습기가 띠어리 네이비 블레이저 소매로 스몄다. 해가 쏘였지만 덜 마른 땅이 간밤에 소나기로 올라왔다. 텁텁함과 둔탁한 끈적임. 갈색 구두 고무창이 보도블록에 쩍쩍 달라붙었다. 광역버스와 지하철을 고민하다 치미는 화기에 버스계단에 올랐다. 알랭 드 보통 책과 노트북은 왜 챙겼을까. 어차피 멀미 때문에 보지도 못 할 지적 욕심 덩어리를 옆 좌석에 놓자 숨이 트였다.
뉴스 피드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직접 가야 할까 아니면 메시지를 보내고 계좌이체를 할까 주저했다. 어쩌면 생각지도 않았던 상황을 진짜 겪는 상대를 볼 용기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검은 넥타이를 챙겨 마을버스를 기다렸다. 만남과 헤어짐에 때가 있다면 72시간 만이라도 붙잡으려는 마음을 나는 모른다.
오르막길 초입 간판은 단출했다. 족히 10미터가 넘는 다리가 보였다. 회백색 콘크리트 기둥과 건물을 둘러싼 초록색 잎사귀가 이질적이었다. 피드에 올라온 장소를 찾아 내려갔다. 검은색 상복을 입은 사람들과 복도에 놓인 분홍색 조화들이 어우러졌다. 낯익지만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곳에 그녀가 있었다.
양 볼은 붉었고 눈은 더 그것보다 더 짙었다. 쉬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검은색 타이 매듭만 만지다 분향소로 들어갔다. 두 번 반 절을 마치고 상주와 마주했다. 맞절 도중 일행 중 하나가 울컥하자 상주 쪽 중간에선 그녀가 눈물을 쏟았다. 붉은 향 흩어진 연기의 메케함에 방울이라도 떨어뜨릴까봐 입술을 깨물었다. 반절 후 그녀의 어머니가 일일이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 미소보다 진지한,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몰려드는 조문객에 그녀는 바빴다. 경황이 없어 보였지만 허둥대진 않았다. 상에 앉자 꿀떡과 편육 같은 음식들이 재빠르게 차려졌다. 모호한 허기에 계속 떡을 집었다. 목이 막혀 캔 식혜를 따 종이컵에 부었다. 분향소에는 신도로 보이는 분들이 불경을 외웠다. 경쾌하면서 리듬감 있는 목탁소리가 장례식장을 가득 채웠다. 얼큰히 취기 가득한 어르신은 소주잔을 부딪치고 부엌 쪽 상조 도우미는 하얀 플라스틱 용기에 연신 육개장을 퍼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3단 카트에 제사용 과일과 음식을 날랐고 청소부는 입구 쪽 재떨이를 비웠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각자 자기만의 일로 분주했다.
삼십 분 정도 머물다 일어났다. 마중 나온 그녀가 일행 옆에 섰다.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에 다시 북받친 감정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힘내라는 말이 싫어 어깨를 잡았다. 앞으로 몇 번을 얼마큼 울지, 혹시 탈수로 쓰러지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얼마나 쏟아내야 그 슬픔이 풀릴 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습기 가득한 입구에 사람들 사이를 지났다. 메케한 담배 냄새 만큼 쏟아지는 습기에 타이를 풀고 재킷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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