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sweet.
늦은 밤의 커피는 유난히 쓰다. 그 날 당신의 눈빛도 그랬다. 당신의 쓴 웃음에 나는 어떤 말도 달지 못했다. 묘한 맛이었다. 가슴 속을 찌르르 울리면서도 날 선 긴장감이 툭 끊기는. 외줄타기는 줄이 끊기자 그렇게 자연스레 힘이 달리게 되었다.
감각은 왜곡을 거쳐 기억된다. 어릴 적 문방구 앞에서 일이백원 들고 사먹던 불량식품의 맛, 자습실에서 듣던 가차없이 내리는 장맛비의 소리, 그리고 이따금씩 잘게 튀기던 물의 낯섦. 혹은 어느 습한 여름날 밤 향수와 땀내가 섞인, 당신의 향.
나는 그저 그런 기억들이 어떤 향을 가졌는지 알지 못한 채 1년마다 반복되는 데자부의 맛을 본다. 이맘때의 공기는 한없이 눅눅해져 부드럽게 베어 물기 좋다. 너무 쓰지도, 달지도 않은. 어느 한가지 맛에 집중한다면 한없이 그런 기분으로 끌려들어갈 것 같은.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느 한 곳 기댈 수 없는 외줄타기. 그래, 달콤쌉싸름한 맛이라고 하자.
“단 음식을 여러 개 먹을 때는 당도가 덜 한 순서대로 계산해서 먹어야 한다. 달달함에 취해 다른 것들은 아무 맛도 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가끔 이렇게 쓴 날에는 단 날이 다가올것이라 믿어본다.
쓴 글은 영원히 쓸 수 밖에 없다 믿었던 날들이 있었다. 거기에 매 년 기억을 주렁주렁 달다 보면 또 달달한 날이 올지도 모른지만, 아직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