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꽃미남 축구선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반지의 제왕으로 기억합니다. 아주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잘생김’으로 유명했죠. 학교 행사 때 여학생 장기자랑 1등 상품이 안정환과의 일일데이트였을 정도입니다.
정글의 법칙으로 시작해서 아빠 어디가, 청춘 FC, 우리동네 예체능, 인간의 조건, 마리텔, 나오는 예능마다 뻥뻥 터졌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고정 MC를 시작한 이후 이제 예능계의 블루칩이 되었죠. 요즘에는 패키지로 세계일주를 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안정환을 그저 웃긴 아저씨, 예능인, 혹은 왕년에 공 좀 찼던 축구선수 정도로 알고 있죠. 그런데 안정환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대단한 선수였습니다.
월드컵 역사상 마지막 골든골의 주인공이 바로 안정환입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골든골을 넣으며 반지의 제왕이 되었죠. ‘판타지스타’라는 말은 이탈리아어입니다. 예술의 경지에 오를 정도의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는 축구선수를 뜻하죠. 이런 유형의 선수는 감독을 잘 만나야 합니다.
로베르토 바조, 델 피에로, 지단, 마이클 오언 같은 선수를 판타지스타라고 합니다. 환상적인 플레이와 함께 영웅 본능을 지니고 있어서 혼자 경기를 뒤집기도 합니다. 넓은 시야와 함께 기가 막힌 패스, 그리고 수비 압박을 견디며 골도 넣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유일한 판타지스타가 바로 안정환입니다. 레전드인 차범근, 박지성도 최고지만 판타지스타 유형은 아니죠.
1997년 9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가봅니다. 추계대학연맹 결승전, 안정환의 아주대와 홍익대가 경기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당시 안정환은 유니버시아드 경기를 위해 이탈리아에 갔는데 귀국하자마자 바로 이 경기장으로 옵니다. 2:2 동점인 상황, 시차적응도 되지 않은 안정환이 그라운드에 투입되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어버립니다. 안정환이 오른발로 역전골을 넣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1분 만에 수비수 3명을 제치고 또 골을 넣습니다. 팀은 5:2로 승리했습니다.
안정환, 이동국, 고종수, 이 세 선수는 90년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삼인방이었습니다. 안정환이 대우 로열즈에 입단하고 경기에 출전하자 2만 5천석의 부산 구덕 경기장은 복도까지 꽉 차게 됩니다. 3만이 넘는 관중이 안정환의 멋진 외모와 화려한 플레이를 보려고 모여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