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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사고법으로 문제의 핵심을 찾자 『넨도nendo의 문제해결연구소』
"디자인의 목적은 단순히 무언가를 멋있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인간에 대해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죠. 어려운 것을 알기 쉽게, 논리적인 것을 직감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이것이 디자인의 본질입니다." (p. 212) 일본 디자인 회사 넨도(nendo)의 사토 오오키가 깔끔하게 정의한 디자인의 개념입니다. 사토 오오키의 말처럼 최근에는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도 그 비중도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넨도는 그 명성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전 세계 70여 개 회사의 300개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비해서요. 넨도에 관한 책도 이 책을 포함해 두 권만 출간됐을 뿐입니다. 저도 작년에야 넨도을 처음 알게 됐는데, 독특한 이름 덕분에 늘 머릿속에 남겨두다 최근에 이 책이 출간되면서 넨도의 철학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해결연구소’라는 과감한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표지에는 작은 글씨로 ‘번뜩이는 디자인 사고법’이라는 말이 적혀 있고요. 디자인 사고법에 대해 한 단계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사토 오오키는 디자인 사고법을 구성하는 세 가지 열쇠로 ‘정리’, ‘전달’, ‘영감’을 제시합니다. 정리라 함은 심플하게 만드는 것을 말하고, 전달은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 영감은 어떤 것을 순식간에 몇 단계 위로 올려놓을 수 있는 요소를 말합니다. 영감은 조금 특별한 재능일 수도 있지만 정리와 전달은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필요한 요소입니다. 사토 오오키의 말처럼 디자인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의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지 디자이너라는 직책으로 일하고 있는 분들만을 위한 책이 아닌 모두를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독특한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저자답게 책 구성 자체도 재미있습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디자인 시선’인데요, 미처 디자인 시선을 갖추지 못한 독자가 지하1층(B1F)에서 출발해 디자인 시선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디자인 시선으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디자인 시선으로 진짜 해결법을 만들어가고, 디자인 시선으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고, 디자인 시선으로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한 층 한 층(B1F에서 5F까지) 올라가며 결국 디자인 사고법을 완성해 갑니다. 경어체로 쓰인 책인데다 저자의 경험과 저자가 디자인한 사례가 곳곳에 들어있어 정말 천천히 걸으면서 저자와 이야기하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돈에 대한 관점 뒤집기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돈의 달인’이란 말이 붙었지만, 여느 재테크 책에서 볼 수 있는 돈을 불리는 방법에 관한 책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돈의 달인이란 제대로 된 돈의 속성과 용법을 익혀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을 쓰면 쓸수록 더더욱 삶이 풍요로워지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단계를 말하는 겁니다. 지금 이 시대를 지배하는 돈의 쓰임이 ‘교환과 계약’이라면, 이를 ‘증여와 수단’으로 바꾸자는 게 핵심 메시지죠.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뉩니다. 1부에서는 현대인을 지배하고 있는 돈에 대한 단상을 소개합니다. 쉽게 말해 ‘돈 나고 사람 난 것 같은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제가 비록 일확천금을 노리고 매주 로또에 희망을 거는 사람은 아니지만 뜨끔한 부분이 많습니다. 2부부터 본격적으로 ‘돈의 달인’이 되기 위한 노하우가 소개됩니다. 이 부분부터는 저자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되다보니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분들께는 그 해법이 ‘이해’는 가지만 ‘실천’하기엔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이 지닌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 눈앞의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자의 경험이 바탕이 된데다 고전과 동양사상에 능통한 저자의 지식이 더해져 얻을 것 또한 많은 책입니다. 우선 교환의 수단으로만 여겨온 돈(화폐)가 증여와 순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돈이 교환의 수단으로 쓰일 때는 단기적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돈을 바라보며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와는 달리 증여와 순환에 중심을 두는 순간 오히려 미래를 대비할 수 있고 정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노후대책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투잡을 뛰고 각종 보험을 드느니 그 돈으로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써야 하지 않을까? 이게 훨씬 더 경제적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창조이자 증여에 해당한다. 자신의 삶에 가장 유익한 일이 세상을 향한 증여가 되는 놀라운 역설! 우리 사회도 이제 이 역설의 경제학을 기꺼이 실험해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p. 155) 물론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위해서 돈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후를 위해 돈을 열심히 모으는 것도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저 또한 이 책을 읽을 것만으로 저자의 방식을 선뜻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인데, 그 균형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책을 읽기보단 이런 책을 쓰고 있겠죠.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을 인상 깊에 읽어 두 번째로 선택한 저자의 책입니다만 전작만큼 깊은 인상을 받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돈은 많은 게 좋은 거니까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같고 있는 분들께는 발상의 전환을 줄 수 있는 책 같습니다. 아울러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하는 이진우 기자가 쓴 『작은 부자로 사는 법(청림출판)』과 함께 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편집에 대한 새로운 관점 『에디톨로지』
에디톨로지(Editology)는 '창조는 곧 편집'이라는 의미로 김정운 교수가 만든 조어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스티브 잡스식 창조성의 핵심이라고 주장한 에디팅(editing)을 어설픈 주장이라 칭하며, 에디톨로지는 차원이 다른 이론이라고 주장할 만큼 김정운 교수의 자신감과 자부심이 묻어납니다. 이 시대는 정보가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라 정보가 너무 많은 게 문제입니다. 막강한 도구인 스마트폰과 늘 함께하며 큐레이션을 위한 어플리케이션도 설치해보지만 오히려 감당하지 못할 정보만 늘어나는 경험을 한번쯤은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김정운 교수는 “이제 지식인은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검색하면 다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지식인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사람'이다. 천재는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다(p. 43)"라며 편집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목차를 보면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 관점과 장소의 에디톨로지,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까지 상당히 거창해 보입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일상생활과 관련된 소재가 많은데다 김정운 교수의 입담과 약간의 자랑질, 소위 '드립'이라 불리는 요소까지 간혹 더해져 마치 김정운 교수 강연의 청중이 된 것 같은 느낌까지 받습니다. 일부 (특히 심리학 파트) 전문적인 내용 앞에서는 제 지적 능력의 한계도 느끼지만, 한마디로 책은 재미있습니다. 또한 '디자인'이 의미하는 바가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듯 '편집' 또한 더 넓은 의미로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에 영향을 주고 앞으로도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정운 교수는 프롤로그에서 “책을 쓰면서 ‘논의의 깊이’에 관해 참 많이 고민했다. 일단 무조건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할 정도로 예로 드는 사례 또한 무한도전, 지휘자 카라얀, 일본만화와 미국만화 비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지도 투영도법,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축구 중계 등 결코 까다롭지 않고 어디선가 들어본 소재를 활용합니다. 독일 유학 시절의 경험이나 일본 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창작이지만, 그 외의 것들은 결국 에디톨로지로 에디톨로지를 설명하는 셈입니다. 다만 몇몇 부분에서 그 전개가 매끈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행복에 이르는 작은 보물 찾기 『미코의 보물 상자』
우선 먼저 말씀드릴 한 가지. 독자에 따라 약간 거북하게 느낄 부분도 있는 책입니다. 주인공인 미코는 유사성매매와 간병 일을 하며 딸을 돌보는 싱글맘인데요, 제1장 <미코와 나베짱> 부분에 주인공의 직업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등장해 ‘이거 뭐지?’하실 수도 있습니다. 역자도 이 부분이 우려스러웠는지 <역자 후기>에서 “화들짝 놀란 독자 여러분도 많을 듯하다”라고 양해를 구하며 이웃나라 일본의 문화적 특성을 설명합니다. 아울러 저는 책을 읽으며 약간은 실화에 바탕을 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캐릭터나 이야기 대부분은 픽션이지만 미코의 모델이 된 한 여성의 실제 경험이 가미됐다고 합니다. 행여 이후에 이 책을 읽는 분께서는 소설 속 다양한 장치가 큰 주제를 위한 요소임을 감안하고 읽기 바랍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자신만의 행복 노하우를 발견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깨달음을 주는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미코가 실천하는 행복 비결은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합니다. 어릴 적 자신을 버린 부모님을 대신해 돌봐주신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행복의 비결은 아무리 괴로워도 주변에서 작은 보물을 찾아 간직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목공일을 하던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코에서 보물상자를 선물하고, 미코는 평생 이 보물상자에 작은 보물을 쌓아갑니다. 그리고 작은 보물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미코의 삶을 결국 행복으로 이끕니다. 제2장을 펼치는 순간 아주 잠시 ‘음?’하고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습니다. ‘나’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1장의 화자인 ‘나’는 미코였는데, 2장의 화자는 미코를 키워준 할아버지입니다. 이어서 미코의 초등학교 친구, 중학교 시절 양호선생님, 잠시 만난 대학생, 업소 사장, 미코의 딸까지 매번 화자가 달라지며 다섯 살부터 쉰 한 살까지 미코의 인생을 주변인의 시선과 사건을 통해 전개해 나갑니다. 특별한 점은 미코 외에 등장 인물 모두가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더 큰 상처를 간직한 미코에게 치유를 얻게 되죠. 그들은 그들의 눈으로 미코를 관찰하며 깨달음을 얻습니다. 독자 역시 관찰자 입장에서 미코를 보게 되고, 미코의 행동에 대한 해석도 독자에 따라 약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소설 기준으로 보자면 잘 만들어낸 책입니다. 쉬지 않고 금세 읽을 수 있고, 중간 중간 뽑아낼 삶의 지침 또한 많은 책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험한 경우에 처하더라도 감사해야 할 점이 반드시 한 가지는 있으니 넌 그 부분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p. 33)"는 부분은 저도 늘 제 삶의 철학으로 여기는 내용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다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표지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으로 이미 어느 정도 결론은 예상하고 읽은 책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론 많은 독자들이 별 다섯 개를 누르게 만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점이 아쉽습니다. 메시지 전달을 위해 최적화된 인물을 요소요소에 배치한 게 강하게 드러나니 그 감동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점은 독자에 따라 별점 감소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삶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자기계발서는 펼치고 싶지 않은 독자라면,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다른 방식으로 찾게 해주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새벽부터 한밤까지, 내 영혼을 위한 글과 그림 『하루 명화 하루 명언』
버나드 쇼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들은 한가로울 때 이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진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겐 분명 머리를 비울 시간이 필요합니다. 독서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아무래도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이나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을 주로 읽게 되지만, 때로는 이렇게 여백이 많은 책에 손이 갑니다. 전체적으로는 작년 꽤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그림의 힘』과 비슷한 느낌의 책입니다. 저자는 총 50편의 그림과 작가를 소개하며, 그 그림이 주는 느낌을 전달하고 그 느낌과 연관되는 명언을 소개합니다. 그림이 많고 글은 적은데다 가독성 좋게 줄 간격도 넓어 아주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배경지식을 얻고자하는 독자라면 별점 하나를 뺄 수도 있는 책입니다. 기본적으로 명화와 명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담은 책인데다, 그림과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곁들이지만 그림에만 집중하는 여느 책에 비하면 설명은 상세하지 못합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생활에 더 가깝고 쉽고 기분 좋아지는 그림을 선별했고, 모호하고 난해한 추상화나 고전주의 작품은 배제했다”고 하는데요, 이게 가장 큰 이유 같습니다. 짧은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그림 담긴 게 첫째고, 그림 감상에 정답은 없으니 오롯이 개인의 느낌에 충실하라는 메시지일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이 책의 진가는 그 구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챕터를 새벽, 아침, 오후, 황혼, 한밤으로 나눠 그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 그림을 소개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제나 사조, 나라별로 분류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하루를 보내면서 시간대별로 긴장감도 다르고 감성이 달라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일부러 더 시간을 투자해 챕터별 시간에 맞춰 책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비록 그림 속 인물과 배경이지만 저와 같은 시간대를 보내고 있는 그림 속 세상을 만나니 확실히 그 느낌은 새로웠습니다. 저는 집을 장식하면서 몇 몇 그림을 걸어놨습니다. 그 중 하나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한밤’ 중에도 마지막 그림으로 등장하는 그림인데요, 그동안 주로 밝은 시간대나 환한 불빛 아래, 주변의 소음 속에서 보던 그림을 더 늦은 시간에 작은 등 아래서, 아주 조용한 상태에서 접했습니다. 책 주위가 어두워서겠죠. 그림 속의 별빛과 달빛이 더욱 환하게 빛났습니다. 지나치게 밝은 지금의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보던 별이 가득한 밤하늘도 떠올랐습니다.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디서 보는가도 중요하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달은 바입니다. 정리해보니 저는 ‘일어나 시작하는 당신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아침 파트와 ‘다시 살아가는 당신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오후 파트 명언에 포스트잇을 많이 붙였습니다. 아마 설 직전에 책을 읽다보니 올 한해를 위한 명언에 더 끌린 것 같습니다.

노래하는 김광석과 철학하는 김광식이 엮는 씨줄과 날줄 『김광석과 철학하기』
故 김광석 20주기를 맞아 평소보다 김광석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워크맨으로 김광석 테이프를 줄기차게 들었던 제 입장에서도 20주기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김광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김광석과 철학하기』라는 책은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묘하게도 저자의 이름마저 김광석을 떠오르게 하는 ‘김광식’입니다. 책의 부제는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12가지 행복 철학’이지만, 오히려 저자는 ‘아픈 마음’을 이야기하고 책에 등장하는 김광석의 노래에서는 대부분 ‘슬픔’이란 감정이 느껴집니다. 이런 상황을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이미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한 철학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지금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철학이기에 행복을 논하기에 앞서 슬픔을, 불행을 논합니다. 그리고 김광석의 슬픈 노래는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슬픔을 꺼내고 치유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됩니다. 김광석의 노래가 아니더라도 애절한 발라드를 들으며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기분을 느껴본 경험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나 아픈 경험, 힘든 경험은 있겠죠. 하지만 사실 현재의 저는 깊은 곳의 슬픔과 불행을 꺼내 치유하고 행복에 이르는 철학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책을 읽은 이유도 김광석과 철학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한 호기심이 첫 번째였습니다. 다만 행복철학이라는 거창한 개념을 잠시 뒤로 밀어두고 그 대신 김광석의 노래 가사에서 서양철학을 거침없이 설명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따지자면, 철학은 늘 어렵다고 느끼는 제겐 참 놀라운 책입니다. 마치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키워드 하나만 띄워놓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강의를 이어가는 전문가를 보는 느낌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으로 대표되는 고대철학부터 칸트, 헤겔, 하이데거, 그리고 저자 김광식의 철학까지 김광석(과 다른 작사가들)이 대단한 철학적 사유를 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철학적 사유와 연결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철학과 결합하는 순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에 등장하는 ‘창(窓)’은 마음의 창, 즉 이성(理性)과 연결됩니다. 데카르트와 연결되는 이성의 철학을 영화 <데미지>와 <매트릭스>, <오디세이>의 세이렌 신화 등을 통해 설명하며, 슬픔을 넘어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을 찾습니다. 물론 오랜 기간 우리의 뇌리에 남는 노래를 만든 작사가, 작곡가와 김광석의 목소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철학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노래와 철학이라는 새로운 조합이 서양철학을 조금은 수월하게 이해하는 힌트가 되긴 하지만 철학을 이해했다고 하기엔, 그리고 궁극적으로 저자가 전하려는 행복 철학을 받아들이기엔 힘겨운 게 사실입니다.

베이커 가 221B에 한걸음 다가가기 『불멸의 탐정 셜록 홈즈』
어렸을 적 저희 삼남매가 동네서점에 가서 각각 한 권씩 추리소설을 산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었을 텐데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 윌리엄 아이리시의 『공포의 검은 커튼』, 제목이 기억나진 않지만 셜록 홈즈가 주인공인 <프라이어리 스쿨>과 <노우드의 건축업자>가 포함된 코난 도일의 책이었습니다. 셜로키언들의 깊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셜록 홈즈 전집을 소장하고 있고 한때 긴 시간을 투자해 책을 읽어나간 독자로서 살림지식총서 『불멸의 탐정 셜록 홈즈』는 매력적인 책임에 분명합니다. 부담 없는 가격에 부담 없는 두께지만 알찬 내용이 늘 만족을 주는 책이 살림지식총서이기도 하죠. 셜록 홈즈 편이 출간(2014년 6월)됐을 당시부터 관심을 가졌으나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됐습니다. 물론 이 생각을 실행에 옮기게 된 데는 최근 개봉한 영화인 <셜록: 유령신부>도 한 몫 했죠. 감히 평가하자면 셜록 홈즈 전집 중 몇몇 단편은 치밀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저자 또한 "작품의 완성도나 추리소설의 밀도로 보아 에드가 앨런 포의 오거스트 뤼팽 작품들은 홈즈가 등장하는 작품들에 비해 월등한 측면도 많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셜록 홈즈는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여전히 스크린에서 재생산되며, 문화코드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코난 도일 이후로도 아가사 크리스티, 엘러리 퀸 등의 추리소설을 접했지만 탐정 캐릭터 중에서 셜록 홈즈를 뛰어넘는 캐릭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스타성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겠죠. 셜록 홈즈 시리즈를 계속 쓰기보다는 역사소설을 쓰고자 했던 코난 도일이 <마지막 사건>에서 셜록 홈즈가 폭포 아래로 떨어져 죽은 것으로 발표하자 영국의 젊은이들이 어깨에 검은 완장을 두르고 죽음을 애도했으며, 셜록 홈즈의 죽음을 취소하라는 수백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는 것만 봐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괴도 뤼팽 시리즈를 쓴 모리스 로블랑은 영국의 라이벌로부터 프랑스의 자존감을 높인 공로로 훈장까지 받았다고 하니 더욱 셜록 홈즈가 단순히 추리소설 주인공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에 알음알음 들어온 코난 도일에 대한 이야기부터 셜록과 왓슨을 포함해 셜록 홈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 소개와 홈즈의 추리 방식을 정리한 부분, 몇몇 작품에서 보이는 부주의한 오류도 흥미롭지만, 피터 팬의 작가 제임스 배리와 존 레논도 셜록 홈즈를 모방한 작품을 썼다는 부분이 가장 눈길을 끌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이 남긴 산문, 시, 그림이 경매에 오른다고 AFP 등 외신이 18일 밝혔다. 전날 세계적 경매회사 소더비에 따르면 존 레넌의 이들 작품은 오는 6월4일 뉴욕에서 경매된다. 경매 물품에는 그가 쓴 셜록홈즈 스타일의 단편 소설인 '더 싱귤라지 익스피어리언스 오브 미스 앤 더필드'와 시 '팻 벗지'의 원고 등이 포함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책으로 셜록 홈즈를 접한 분이건 혹은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나 베네딕트 컴버베치의 셜록이 더 친근한 분이건 셜록 홈즈를 복습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얼마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는 책 중 하나가 『코난 도일을 읽는 밤』입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코난 도일만이 아닌 작가 코난 도일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으로 알고 있는데 얼른 시간을 내야겠습니다.

인생을 바꾸는 책 읽기의 힘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조사 대상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대한민국 성인 평균독서량은 10권 안팎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엔 취미가 독서라고 하면 별 특징 없는 취미였던 것 같은데, 요즘엔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독서가 특별한 일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절대 다독가도 아니고 장서가도 아니지만 스스로 애서가라고는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간혹 책에 관학 책을 읽기도 하는데요, 지금은 품절된 책이지만 『서가에 꽂힌 책(지호)』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장서의 괴로움(정은문고)』이나 『젠틀 매드니스(뜨인돌)』를 보면 병적으로 책을 모으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실소가 나오기도 합니다. 일부 괴짜도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책이 삶에 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장석주 시인의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는 그 이로움을 더욱 많이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서가인 장석주 시인의 삶이 곧 그 증거이기도 합니다. 장석주 시인은 약 3만권(으로 추정되는)이나 되는 책을 소장하고 있고, 1년에 구입하는 책이 약 1천권에 매년 출판사에서 시인에게 보내는 책도 5백 권이나 된다고 하니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만하죠.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약 150페이지)의 책이지만 평생 책과 함께 해 온 대가의 철학을 느끼기엔 충분합니다. 장석주 시인은 사람들이 책과 멀어지게 된 근본적인 이유로 책 읽기가 살아가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깊어지게 된 것을 지적합니다. 책을 읽는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앉아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음에도 말이죠. 아울러 책 읽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읽은 것들이 개인의 우주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구도 우주 밖으로 나가 살 수 없으니 운신의 폭을 넓히려면 우주의 경계를 확장해 나가야겠죠. 책 제목에서 말하듯 우주의 경계를 확장하는데 필요한 것이 곧 책 읽기입니다. 아주 좋은 이야기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성인 평균 독서량에 비하면 저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장석주 시인의 책 예찬을 100% 공감하기엔 아직 내공이 한참 부족하니까요. 어떤 뜻인지 이해는 하지만 가슴으로 느끼려면 더 많은 책을 읽고 곱씹을 필요가 있습니다. 책 속에 “책을 사는 것은 책을 읽을 시간도 함께 사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 읽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도 필요합니다. 물론 한 가지 정답만 있는 건 아니겠죠. 장석주 시인 또한 “나는 가장 좋은 독서법이란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독서법이 있어요. 그러니 다른 사람의 독서법에 연연해 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저 자기만의 속도, 자기만의 리듬에 따라 읽어 나가면 됩니다”라고 전합니다. 다만 아직 독서법이 정립되지 않는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매뉴얼에 의거하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