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구 흐름에 있어 투수 분업화는 구원 투수의 세분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졌을 때 등판하는 롱 릴리프, 상대 좌타자를 집중적으로 상대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 9회 1이닝을 확실히 잡아내는 마무리 투수. 그리고 마무리 투수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이다.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셋업맨과 마무리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지막 2이닝을 막아낼 수 있다면, 승리를 위한 승부 타이밍 잡기가 쉬워진다.
1987년 오클랜드의 데니스 에커슬리가 최초로 전문 1이닝 마무리 투수가 된 이후로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은 계속 증가해왔다. 마지막 1이닝을 힘껏 막아냄으로써 승부에 대한 계산을 8회까지만 하면 됐다. 상대 공격에서 9이닝을 지움으로써 상대를 조급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최근에는 마무리 만큼이나 마무리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2016시즌 KBO리그에서는 셋업맨의 역할이 팀 성적을 가를 수도 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김태형 감독은 “정재훈의 투입 타이밍을 조금 일찍 가져갔던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셋업맨 정재훈을 8회가 아닌 6회 2사, 7회에도 등판시킴으로써 상대 흐름을 끊은 덕분에 승리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지금은 언제든지 3~4점이 뒤집힐 수 있는 야구다. 무조건 8회까지 기다리고 버티는 것 보다는 상대 타순이라든지, 경기 흐름에 따라 일찍 투입해 분위기를 바꾼 다음, 차라리 셋업맨과 마무리 투수 사이에 다른 투수를 기용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리그 ‘타고투저’ 흐름 때문이다. 타선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빅 이닝을 허용할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 경기 중반 흐름을 뺏기면 후반 싸움이 더욱 힘들어진다. 따라서 ‘셋업맨’의 조기 투입은 리그의 흐름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LG 역시 셋업맨 이동현의 투입 타이밍을 세밀하게 조절한다. 이동현은 8회 등판이 가장 많지만, 상황에 따라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다. 롯데 윤길현은 6회 등판은 없지만 7회 투입이 잦았다. 한화는 불펜진의 투입이 가장 빠른 팀이다. 셋업맨이라고 할 수 있는 권혁은 4~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