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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등산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남아 있는 2월말에 큰결심으로 다녀온 한라산 정상 등산이었다. 상상했던 백록담 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얼어 있는 현실의 백록담의 모습을 보고 몸밖에서는 살을 도러내는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마음속에서는 뜨거운 환희와 감동이 일었다. 한라산 정상 등정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일이 있다면 꼭 적어 놓을 만한 희망사항에 불과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 갑자기 등산을 결행하였다. 평소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한번 올라가 봐야지 하고 먹었던 마음이 동력이 되어 무수히 많은 걸음을 옮기고 또 옮겼다. 등산코스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이용한다는 성판악코스로 올라가서 관음사 코스로 장장 19km구간을 8시간 동안 37,000보 상당을 걸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절경은 피로회복제가 되어 어느새 고단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최근 몇년 동안 가장 많은 걸음이었음과 동시에 산행이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등산 전과 후의 나의 마음자리와 심리상태는 상당히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아직까지는 정상등반이라는 성취감이 마음속에 환희와 감동으로 남아 있어 그런지 일상으로 복귀하여 며칠이 지났지만 책상에 앉아 일을 할 때에도 가슴답답한 공황장애 증상 같은 것도 생기지 않았다. 아마도 정상 부근의 호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차가운 바람을 이겨낸 것도 있지만 새벽잠 설치며 제대로 잠도 못잔 악조건 상태에서 존경할 만한 분과 영광스럽게도 우리나라 제일봉을 무사히 등정하고 내려왔다는 성취감 때문인 듯 하다. 이 성취감은 나에게 앞으로 어떤 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어떤 일에도 초연해 질 수 있는 평정심까지 종합선물 셋트처럼 선물했다.